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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2

귀여운 희망 한 스푼 주세요 2020년, 도저히 하나를 고를 수 없어 일 년을 적는다. 이상한 2020년이다. 뭘 해도 되는 1년인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해였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로 끝나는 메일에 ‘괜찮습니다. 건강하세요!’의 답장을 보내며 노트북을 닫는 일이 잦았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전염병을 마주하고서야 알았다. ‘위드(With) 코로나’를 이야기하며 자조하지 않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2020이란 글자에 물든 절망을 덜기 위해 몇 번이고 퇴고를 거쳤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짜낸 희망을 몇 숟갈 부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쉬이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 지나온 현재를 여기에 남긴다. 2019년 12월, 대학 공부.. 2021. 2. 28.
조용히 움켜쥐는 힘에 대하여 어떤 사람들은 같은 이름을 받는다. 평평하지 않은 이분법의 세계에서 같은 단어로 불리는 사람들. 그 중 어떤 이들은, 스스로의 언어로 시간을 소화해 그 풍경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른다. 기울어진 세계의 뾰족한 성을 버리고 둥근 흔적을 남긴다. 그렇게 이름을 버린 민경이 성을 떼어낸 민경의 전시를 찾았다. 버려야만 오롯해지는 이름에 대한 애정으로. 눅눅하고 화려한 인천의 거리를 지나 도착한 임시공간,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유리창 너머로 회색 거리를 응시하는 붉은 사진들이다. 표면이 깎여 흘러내리는 붉은 흙의 시간. 깎여나간 토양의 거칠고 불안한 단면은 햇살의 고요한 부드러움과 함께 붙잡혀 평평히 인쇄되어있다. 저항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옮겨지는 것들을 그러안는 시선 한 줌도 햇살처럼 또 흙처럼 섞였으리.. 2021.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