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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8

인천문화예술40년사, 관행적 기념 편찬과 실천적 지역 기록화 사이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문화예술 전반에서 계획 수정과 활동 정체가 반복된 지난 1년간 인천 미술계 이슈는 크고 무거웠다. 우선 2025년 건립 예정인 인천시립미술관이 소장품정책연구용역을 마쳤고, 미술관이 들어설 뮤지엄파크의 국제설계공모도 진행 중이다. 또한 2021년 “매머드급 예술시장이면서 비엔날레”를 표방하는 인천아시아아트쇼가 개최되었고, 올해는 인천국제아트쇼(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인천아트페스타(인천미술협회)와 함께 두 번째 행사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과 인천아시아아트쇼 개최는 문화 균형 발전 실현을 위한 도시재생과 예술성을 겸비한 국제 아트페어의 인천 정착에 각각 목적과 기대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취지와 목표 구현을 위한 주제와 방법론을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2022. 7. 31.
유희적 전술로서 응시 혹은 탈선하기 바닥을 침투하는 축축하고 끈적이는 타액의 흐름을 따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신체 조직들 반사된 빛의 각도를 따라 접혔다 펼쳐지는 표면 너머로 조각되는 장면들 그 이면에 뚫린 검은 구멍과 그 속에 숨겨진 유물들 너머로 대기의 습윤한 질감을 따라 몸을 형성하는 환영들 가변적이며 유기체를 동반하고 공간에 달라붙어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조망할 수 없는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시를 감상하기 위해선 장소와 인프라, 작품과 신체의 접촉을 통한 뒤얽힘과 화학작용으로 융해해 들어가는 연금술적인 눈이 필요하다. 감상은 응접실을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는 응접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전유하며, 응접실은 인천이라는 지형학적 플랫폼을 경유하여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인천역에서 20여분 정도의 보도 이동 .. 2022. 5. 29.
불타는 고양이 고양이 활동가(소위 캣맘)이자 작업자인 나는 격일로 동네에 같이 사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준다. 이 활동은 날씨에 상관없이 지속한다. 2020년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시점에도 활동은 계속됐다. 오히려 길에 사람이 드물어서 활동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알은체하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걸까 고양이들도 한결 활동량이 많아지고 편해 보인다. 이 시점에 ‘공간 듬’에서는 이해미 개인전이 열렸다. “코로나 시국이 직면한 후 사람들이 모이던 거리가 한적해지자 도심 속 길거리 동물들에게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 작가 노트 중 내가 체감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적어놓은 첫머리 글귀는 이 전시를 봐야 할 이유였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전시장은 인천 미추홀구 시장 초입에 있었다. 마침 .. 2021. 10. 31.
도시의 기억과 무용의 시간 도시 속에는 과거의 기억과 흔적이 누적되며 다양한 시간대의 경험이 녹아있다.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서사 위에 비로소 도시는 존재하며 그 안에는 다양한 삶의 욕망이 들러붙어있다. 도시인의 다양한 삶의 기억과 편린 그리고 감정은 도시의 서사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장소성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동감각은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하며, 이 지각과 감각의 조건 속에서 몸의 기억은 응축되고 발현된다. 무용은 이러한 감정과 정신을 정제된 움직임을 통해 표현해내는 예술장르이다. 도시의 무수한 기억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인간의 신체. 불가분의 도시와 무용에 대한 논의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인천 원도심 속 얼음 창고를 카페로 탈바꿈시킨 공간 ‘빙고.’ 장소의 재전유를 행.. 2021. 10. 31.
인간과 길고양이의 관계를 ‘탁’ 비튼다는 것 “ 대체 몇 년이나 길고양이 밥을 줘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 내가 얼마나 많은 돈과 희생을 해왔는데... ” “ 이 아이들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내 새끼라구 ” " 예술가라 역시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하시네요 " “ 그런 말들을 하는 건 우리 모임의 순수성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겁니다. ” 몇 해 전이었다. 한때 업종 변경을 생각할 만큼, 열심히 했던 동네 고양이 보호 활동에서 재건축 관련 문제로 첨예하고 복잡한 상황과 감정적이고 예민해진 관계들이 얽혔을 때 들었던 말들. (더 심한 말도 있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생략한다.) 당시 문제의식을 조금 공유했지만, 각자 상처와 책임으로 애써 거리를 두고 있었던 그가 지나가는 말로 잡지를 내고 싶다 했고, 나는 말랑한 고양이 이야기나, 캣맘들의 희생이나 길.. 2021. 8. 29.
폭력적 창조 : 오래된 것들을 집어삼키는 새로운 것들에 관하여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생생하게 떠오르는 몇 개의 장면들이 있다. 물이 갈라지며 새로운 땅이 나타났던 제부도, 보석인 줄 알고 어머니에게 선물한 감포 바닷가에서 주운 눈부시게 반짝이던 유리 조각, 주변 철물점에서 사 왔던 우리 집 백구 아롱이의 새로운 보금자리. 어지럽게 산재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전시를 통해 이렇게 모이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의 첫 기획전시인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생태환경 보존’과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인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B 전시실 벽면에 재생되고 있는 ‘찰스 림 이 용(Charles Lim Yi Yong)’의 프로젝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2021. 6. 27.
나를 비추고 너를 비추는, 유리된 대변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첫 문장을 적어내고 내 생각을 담아내기까지는 나만의 글이겠지만, 자기만족용에 그치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간 내 글은 결국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로 해석되기에 더 이상 내 글이 아니다.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도 내 글이 아닌, 지금 읽고 계신 모두를 위한 글이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럽다. ‘글’은 의도에 맞게 언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다듬어 의견을 피력해야만 하니까. 글쓴이의 의도가 어떻든, 읽는 독자가 임의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그러한 점에서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를 조금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대변한다는 것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는 ‘청년’을 주제로 기고되었다. 인천 안에 있는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 2021. 6. 27.
기억의 지층을 드러내기 : 인천아트아카이브 우연히 태어나 자리 잡게 된 혹은 여러 이유로 이주하여 온 이 곳. 납작하게 눌린 평면도의 희미한 선으로 구분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가 나고 자란 장소는 개인이 설정한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의 감각 주위를 빙 두른다. 그 시절의 공기를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자유공원에서 아카시아꽃을 따고, 때로는 이젤과 물감을 싸들고 풀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예술로 분위기가 무르익는 신포동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미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특정 지역으로 한정짓는 수식어가 ‘예술가’라는 명사 앞에 붙는다면 그 범위를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 곳에서 나고 자란, 학창 혹은 대학시절을 해당 지역에서 보낸, 과거에 거주했던 또는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미술 현장에 꾸.. 2021.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