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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5

쇼윈도우를 밝히는 세 가지 압력, “삼중점”의 무대 인천 송도 신도시에 24시간 열리는 전시장이 한시적으로 들어섰다. “삼중점 (Triple point)”의 전시장은 신축건물의 빈 상가 자리에, 엄밀히 말하면 용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장소를 잠시 점거한 화이트큐브이다. 전시를 찾은 사람들은 삼면의 쇼윈도우를 따라 남은 하나의 흰벽을 축으로 진자 운동을 하듯 관람하게 된다. 도심 속 쇼윈도우를 향해 회전하며 행진하는 조용한 의례가 펼쳐지는 시간, 몇 개의 전시된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압력이 관람객의 응시를 붙잡는 이 곳은 ‘삼중점(Triple point)’이다. ‘삼중점(Triple point)’이란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의 세가지 상태가 균형을 유지하여 공존하는 특정한 온도와 압력의 지점을 말하는 화학용어이다. 이번 전시는 국동완, 민경, 이민하 세 .. 2021. 6. 27.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참 어려운 시기였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바싹 힘을 낼라치면 코로나 19는 모두의 주어진 상황을 정지시켰다. 임시공간에도 그것이 비켜가지는 않았다. 2020년 인천리빙디자인페어(주최 디자인하우스, 인천관광공사/주관 월간 , 월간 )가 송도 컨벤시아에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진행 예정이었다. 임시공간은 이 페어의 부스 참여에 초대받았다. 각 부스에서는 기성품의 리빙 용품들과 가구들이 판매될 예정이었고, 우리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리빙을 시각예술 안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부스를 꾸릴 예정이었다. 어느 기획이든 그렇겠지만 단 4일을 위해 부스 공간 구성 디자인도 의뢰하는 등 물심양면 몇 곱절 애를 쓰며 ‘아티스트 룸’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페어 시작 하루 전날, 그러니까 작품 설.. 2021. 2. 28.
Other Residence Other Locality 그리고 Other Mapping 1.0 잠시 인천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침 인천아트플랫폼이 10주년 기념 전시를 진행하는 해였다. 인천에서 미술학도의 길을 걷고 있던 대학생인 내게 인천아트플랫폼은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대상이었다. 그렇게 열 해가 흘렀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이라는 제목으로 10주년 기념 전시가 열렸다. 그 중 ‘확장하기’ 섹션의 협력기획을 맡은 채은영 큐레이터와 함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이 전시를 함께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멀게만 느껴졌던 인천아트플랫폼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이 곳에 다시 왔을 때, 내게 주어진 일은 전시의 ‘Other Mapping 1.0’ 섹션 큐레이팅이었다. 이 섹션은 두 가지의 다른 매핑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인천아.. 2021. 1. 31.
밤이 되어 비로소 그것이 질긴 껍데기인줄 알았다. 백승섭 작가의 전시장에 가는 길, 어두운 구름이 점점 쌓이더니 아침에 확인했던 일기 예보보다 먼저 비가 내렸다. 작가의 전시 정보를 알리는 플래카드 위로 떨어진 빗방울들은 그가 말하는 ‘껍데기’를 더 질기게, ‘밤’을 더 어둡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지하에 위치한 제물포 갤러리의 전시장은 이날의 날씨와 퍽 잘 어울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화면 위로 흘러가는 어떤 것들이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작품의 틀에 겨우 멈춤을 시도할 뿐이고 여전히 잔잔하게 흐르는 형상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형상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분명하고 큰 움직임이 보였다. 어두운 바탕을 지나간 연필, 콘테, 먹 등의 재료들 역시 어두운 색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뚜렷이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보통 존재하는 것은 ‘너.. 2021. 1. 3.
김금자와 범진용, 모자의 ‘성북동’ 혼자서 하기 힘든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어떤 상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그 상태로 정지시켜 고이 묶어두는 행위이다. 이것은 평안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범진용 작가의 아버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빌리면, 작가의 어머니는 ‘아마도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집안 이곳저곳을 쓸고 닦으시며 바쁘시다.’ 그는 이런 어머니께 ‘그 흔한 영양제 대신 미술용품’을 내밀며 그림을 그려보시라고 말씀 드렸다. 작가는 그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전시장에서 위로하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작가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전시는 작가와 어머니의 ‘성북동’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는 것이 낯선 어머니는 어릴 적 누구나 경험해 본.. 202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