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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403

지역에서 발화하는 '지금'을 기록한다는 것 #1. 도시 도시는 침묵하지 않는다. 수많은 깜빡임과 매캐한 연기로 호흡하는 곳, 끊임없는 웃음과 비명, 감정을 담은 것들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며 살아가는 곳, 만남과 만남이 자생하는 곳. 그것이 사람이든 공간이든 물건이든 우리 대다수는 만남을 스치며 지금 여기, 도시에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보자면 인천의 인구는 약 296만 580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인천은 도시 중에서도 꽤 큰 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통계로 보이는 인구수가 무색하게 낮에 도시를 다니다 보면 거리는 텅텅 비어있다. 그 많은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 많던 사람들은 아마 어슴푸레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일하러, 밥을 먹으러, 누군가를 만나러, 그리고 문화를 경험하러. 그리고.. 2022. 9. 25.
소리와 이미지의 공간 부평에서 서구로 이동하자 낯선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장에 고물상까지 모여있는 이런 지역에 전시장이 있긴 한 걸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고, 커다란 공장들과 아무도 없는 휴일, 공단 지역을 스쳐 지나가다가 드디어 도착한 코스모 40. 1968년 설립된 코스모화학 폐공장을 철거 직전 인수한 공동대표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냈다고 한다. 기존 코스모화학의 45개 공장 건물 중 44곳은 철거됐고, 40번째 정제 시설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거대한 철문이 양쪽으로 갈라지자 퉁명스럽게 내밀었던 아이의 입이 헤벌쭉 벌어지며 “우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사실 아이는 삐쳐있었다. 엄마가 시원하고 달콤한 것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자신이 알던 ‘그 카페’가 아니었다. 철제 콘크리트.. 2021. 1. 17.
인천에 남아있는 공장 건물, 미래 자산으로 바라봐야 인천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회색 도시’이다. 1960년대 국토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공업 도시로 급성장해 공장 건물이 많아서다. 그런데 회색 도시를 만들었던 공장이 역으로 개성 있는 도시로 거듭나는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코스모40(Cosmo40) 이야기이다. 코스모40은 공장 건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2년 전까지는 (주)코스모화학의 황산 재처리 공장으로 기능했다. 그러다 2016년, 45개 건물이 있던 공장 단지가 다른 곳으로 이전이 결정되면서 가동을 멈췄다. 빠른 속도로 건물 들이 철거되었고 40동 건물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이마저도 철거될 예정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보던 (주)에이블커피그룹이 건물과 공장 일대 부지를 매입했고, 4.. 2020.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