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지1 신기한 드나듦에 대하여: 언젠가 정착한 사람들 인천의 어느 동네를 달리고 있었다. 택시에는 일흔을 훌쩍 넘긴 큰아버지와 예순도 안 된 막냇동생과 그의 딸인 내가 타고 있었다. 목적지는 주안동 ‘현상 약국’. 큰아버지는 택시 기사에게 주안에 오래된 약국 두 개 중 하나가 문을 닫는다고 말을 걸면서 재개발 얘기를 꺼냈다. 큰아버지 고향은 파주 장단. 전쟁 때 도림동으로 피난 와 영등포에서 평생을 사시다 인천에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그런 큰아버지가 타고난 인천사람마냥 주안동의 재개발에 대한 염려를 숨기지 않으셔서 의아했다. 자신 역시 이주민인 동네에서 개발이라는 변화를 걱정하며 택시 기사와의 몇 마디 대화로 애써 근심을 가라앉히려고 하는 마음은 큰아버지 개인 인생사를 생각하면 낯설었지만, 자주 이사를 다니는 도시 거주자로서는 익숙하기도 했다. 그 정감.. 2020. 12.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