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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69

코로나19이후 아트페어와 대안적 전시 통과의 장소에서 머무는 장소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이전 많은 사람은 언제나 이동 중이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을 넘나들며 이동하고 교류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동과 교류에 제약이 생겨났다. 이동의 시작과 끝이 되는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은 이러한 제약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본래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비어지고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점에 인천국제공항과 키아프 서울 Kiaf SEOUL (이하 KIAF)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전시인 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서 열렸다. KIAF는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아트페어로 서울에 위치한 코엑스에 공식 오픈을 하였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는 KIAF에 참여한 현.. 2021. 11. 28.
분홍이 겹겹 팥죽 별 다른 가공 없이 자연 그대로의 붉은 빛을 띄는 팥죽색, 나는 이 색을 정정엽 레드라고 불러본다. 이 색이 참으로 묘한 것이 이 불그죽죽한 빨강은 옅어지면 옅어질수록 얼굴에 덫 입혀진 발그레한 볼마냥 분홍빛을 띤다. 그래서인지 정정엽의 그림 속 인물들은 강하고 순박하고 또 억척 스럽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린 정정엽 작가의 20번째 개인전 [걷는 달]은 연약하거나 소외된 존재들에 관심을 두면서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여성’, ‘여성의 노동’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여성 한명 한명의 삶의 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정엽 작가는 각각의 묵직한 삶의 무게를 가진 ‘여성’들을 화면에 끌어들인다. 아니, 그들.. 2021. 11. 28.
몸으로 읽는 도시, 그 다음 장을 향하여 “우리 몸은 늘 여기에 있음의 경험이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에 나오는 한 문장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기에 알맞게 생긴’ 우리의 몸은 하나의 도시, 공간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지역을 거닐며 익숙하지 않은 거리와 보도, 오로지 보행을 위해 설계된 공원을 감각한다. 신체의 움직임에 그저 응하다 보면 낯선 사람과 고양이, 도시를 뒤덮은 간판과 도로의 명칭, 풀과 꽃의 내음, 계절을 가늠하기 알맞은 울창한 나무에 시선이 닿는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 맺기에서 보이는 하나의 방법론은 바로, ‘걷기’이다. 보행을 통한 도시 읽기 어딘가를 걷는 일은 나와 관계된 세계의 확장이자 사유 전개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결과 계획에 의해 구획된 도시 공간space은 ‘의미’가 부여된.. 2021. 11. 28.
‘출경’의 기억, 접경지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 우선 이 전시의 틀을 간략히 말해볼까 한다. DMZ를 주제로 한 전시를 보러 도라산에 다녀왔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 전시는 어디서 주최하는 것이냐고 먼저 물어왔기 때문이다. 《DMZ ART & PEACE PLATFORM》전(예술감독 정연심)은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가 주최한 전시로, 경기 파주의 유니마루, 파주철거GP, 도라산역, 강원 고성의 제진역, 서울의 국립통일교육원 등 5곳에서 진행되었다. DMZ 내 첫 문화공간인 유니마루(Uni마루:통일을 뜻하는 영문 ‘Uni’와 플랫폼의 순수 한글 ‘마루’를 합친 말)의 개관을 계기로 이번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파주에 위치한 유니마루와 도라산역에 방문하여 전시를 관람하였지만, 아쉽게도 서울과 고성의 전시장에는 방문하지 못했다. 비무장지대(DMZ.. 2021. 11. 28.
예술을 통한 지역과의 교감으로써 ‘열림과 여백’, 집중과 균형의 기로에 서다.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간 존재 형성에의 기여에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라이프 스타일은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나가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속도로 유입되는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빠른 습득력과 정보들을 잘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책(종이책)은 인터넷과 e-book과 같은 디지털 매체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다른 국가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IT 기술과 그 실용화율이 높은 한국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994년부터 시작된 책 수요의 지속적인 하락은 2010년에 들어 최초로 성인 독서율이 70% 이하의 평균치를 기록했다.(이는 OECD 국.. 2021. 11. 26.
귀향인가, 귀양인가 지역이 지역 출신 유명 예술가를 내세워 지역을 홍보하는 관행은 빤하나 효과가 없진 않다. 일찍이 강릉은 화가이자 문인인 신사임당의 고향임을, 춘천은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임을 내세웠다. 오죽헌을 찾은 이는 신사임당의 를 떠올리고 김유정역을 찾은 이는 김유정의 『동백꽃』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신사임당의 와 오죽헌은 강릉을, 김유정의 『동백꽃』과 김유정역은 춘천을 기억하는 해시태그가 된다. 한편 고향이 불러내는 것은 과거만이 아니다. 시인 박인환의 고향 인제는 서울 망우리공원에 있는 그의 묘를 이장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무산된 바 있고, 소설가 이효석의 고향 평창은 지난 10월 경기도 파주에 있던 그의 묘를 모셔왔다. 우리 지역 출신 위인이 지역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하는 사업에서 ‘귀향’은 어떤 의미를 .. 2021. 10. 31.
불타는 고양이 고양이 활동가(소위 캣맘)이자 작업자인 나는 격일로 동네에 같이 사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준다. 이 활동은 날씨에 상관없이 지속한다. 2020년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시점에도 활동은 계속됐다. 오히려 길에 사람이 드물어서 활동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알은체하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걸까 고양이들도 한결 활동량이 많아지고 편해 보인다. 이 시점에 ‘공간 듬’에서는 이해미 개인전이 열렸다. “코로나 시국이 직면한 후 사람들이 모이던 거리가 한적해지자 도심 속 길거리 동물들에게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 작가 노트 중 내가 체감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적어놓은 첫머리 글귀는 이 전시를 봐야 할 이유였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전시장은 인천 미추홀구 시장 초입에 있었다. 마침 .. 2021. 10. 31.
당신의 혀 위에서 녹은 하얀 결정체 현대미술에 대해 대부분의 일반 관객들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다는 당혹감을 숨기는 데에 익숙해 있지만, 이 전시의 제목은 공통의 감각을 불러내어 우선 안도감을 선사한다. 단맛과 짠맛. 이 시대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설탕과 소금에 대해서는 예술과 별개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소위 현대인에게 무절제의 상징으로, 건강의 위협으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의 ‘단짠단짠’ 유혹으로 와 닿을 이 흰색 가루들을 어떻게 작품으로 풀어냈을까. 기대와 호기심을 품고 문래동 술술센터로 향했다. 전시가 개최 중인 문래동의 술술센터는 문래창작촌에 위치한 예술·기술 융·복합 문화공간으로, 과연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표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치에 있었다. 주변 문래기계금속지구에는 수많은 공장이, .. 2021. 10. 31.
도시의 기억과 무용의 시간 도시 속에는 과거의 기억과 흔적이 누적되며 다양한 시간대의 경험이 녹아있다.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서사 위에 비로소 도시는 존재하며 그 안에는 다양한 삶의 욕망이 들러붙어있다. 도시인의 다양한 삶의 기억과 편린 그리고 감정은 도시의 서사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장소성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동감각은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하며, 이 지각과 감각의 조건 속에서 몸의 기억은 응축되고 발현된다. 무용은 이러한 감정과 정신을 정제된 움직임을 통해 표현해내는 예술장르이다. 도시의 무수한 기억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인간의 신체. 불가분의 도시와 무용에 대한 논의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인천 원도심 속 얼음 창고를 카페로 탈바꿈시킨 공간 ‘빙고.’ 장소의 재전유를 행.. 2021. 10. 31.
항구로부터, 신호 #1 항구로부터, 신호 이 전시는 세상의 무수한 항구들과 신호들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항구는 신호들을 끌어당기지만, 그중 어떤 항구는 힘이 너무 강해 블랙홀처럼 신호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가두어놓는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모든 게 다 끝난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바닥으로부터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 밖으로 보낼 수 있을까? 아주 멀리에서 너무도 느리게 움직여서, 존재하는지 알아차리기도 어려운 신호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거대한 힘의 방향과 성질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전시소개 글 중에서 #2 신호와 함께, 걷기 2021년 7월 10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로터리에 울리는 와이파이 신호음.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청정제주를 쓰레기로 오염.. 2021.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