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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비평삼사3

분홍이 겹겹 팥죽 별 다른 가공 없이 자연 그대로의 붉은 빛을 띄는 팥죽색, 나는 이 색을 정정엽 레드라고 불러본다. 이 색이 참으로 묘한 것이 이 불그죽죽한 빨강은 옅어지면 옅어질수록 얼굴에 덫 입혀진 발그레한 볼마냥 분홍빛을 띤다. 그래서인지 정정엽의 그림 속 인물들은 강하고 순박하고 또 억척 스럽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린 정정엽 작가의 20번째 개인전 [걷는 달]은 연약하거나 소외된 존재들에 관심을 두면서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여성’, ‘여성의 노동’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여성 한명 한명의 삶의 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정엽 작가는 각각의 묵직한 삶의 무게를 가진 ‘여성’들을 화면에 끌어들인다. 아니, 그들.. 2021. 11. 28.
인간과 길고양이의 관계를 ‘탁’ 비튼다는 것 “ 대체 몇 년이나 길고양이 밥을 줘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 내가 얼마나 많은 돈과 희생을 해왔는데... ” “ 이 아이들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내 새끼라구 ” " 예술가라 역시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하시네요 " “ 그런 말들을 하는 건 우리 모임의 순수성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겁니다. ” 몇 해 전이었다. 한때 업종 변경을 생각할 만큼, 열심히 했던 동네 고양이 보호 활동에서 재건축 관련 문제로 첨예하고 복잡한 상황과 감정적이고 예민해진 관계들이 얽혔을 때 들었던 말들. (더 심한 말도 있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생략한다.) 당시 문제의식을 조금 공유했지만, 각자 상처와 책임으로 애써 거리를 두고 있었던 그가 지나가는 말로 잡지를 내고 싶다 했고, 나는 말랑한 고양이 이야기나, 캣맘들의 희생이나 길.. 2021. 8. 29.
예술가의 자격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고 싶어 한다니깐?” 대학 시절, 국어교육을 전공하던 나는 영화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영화과 복수 전공을 시작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사람들일 거라던 나의 순진한 믿음은 영화제작 수업을 들으며 와장창 깨졌다. 수업은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단계까지 각자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교수와 학우들의 합평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는데, 말이 좋아 합평이었지 사실 교수의 입맛대로 영화를 바꾸는 수업이었다. 한 친구는 자신이 어릴 적 성폭력을 당했던 일을 극복하고 싶다며 시나리오를 써왔는데, 교수는 성폭행 장면이 꼭 들어가야 한다며 친구를 닦달했다. 급기야 교수는 남학우들을 한 명 한 명 지목하며, 그 장면이 보고 싶지 않냐고 캐묻기까지.. 2020.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