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
도시는 침묵하지 않는다. 수많은 깜빡임과 매캐한 연기로 호흡하는 곳, 끊임없는 웃음과 비명, 감정을 담은 것들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며 살아가는 곳, 만남과 만남이 자생하는 곳. 그것이 사람이든 공간이든 물건이든 우리 대다수는 만남을 스치며 지금 여기, 도시에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보자면 인천의 인구는 약 296만 580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인천은 도시 중에서도 꽤 큰 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통계로 보이는 인구수가 무색하게 낮에 도시를 다니다 보면 거리는 텅텅 비어있다. 그 많은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1
그 많던 사람들은 아마 어슴푸레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일하러, 밥을 먹으러, 누군가를 만나러, 그리고 문화를 경험하러. 그리고 저무는 해와 함께 이곳으로 돌아와 잠을 잤을 것이다. 왜냐면 인천은 말 그대로 누군가가 ‘사는’ 거주지이니까. 단순히 이 땅에 발을 붙이고 호흡한다는 것, 세금을 내고 보일러가 들어오는 방 한편에 누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 혹은 굶지 않고 삼시 세끼 밥을 먹는다는 것. ‘어느 곳에 거주하거나 거처하다.’ 단순히 그걸로 명제할수 있나.
이곳에서 나고 자라 목도한 수많은 장면은 성장과 함께 놀랍도록 바뀌었고 물리적 형태가 아닌 어떠한 현상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움트는 포자들이 시시각각 내려앉는 곳. 작게 솟은 버섯들이 그늘 위에 피어오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체감하고 있다. 이 ‘긍정적’인 변화를,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오는 숙제는 어찌 보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지역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거주하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길 원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이 많은 사람의 관심은 어디에 있을까?
#2. 인천 아트 콜로니(Incheon Art Colony)의 시작
지역에서 시각예술과 문화기획을 하면서 여러 공간,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였다. 그럴때마다 가장 많이 나누었던 대화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느냐였다. 분명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선보여도 유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각자의 채널에 열심히 홍보하여도 시 군·구나 재단의 홈페이지에 관련 소식을 올려도 인천의 인구들에 닿는 정보는 적고 이 때문에 이들은 인천에서 문화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을 내어 서울로 가 전시를 보고 공연을 보고 어디가 좋고 어떤 지역에 무엇이 생겼다고 찾아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단순히 인천 내에 즐길 거리가 없어서일까. 자꾸만 유실되는 발걸음을 돌리려는 방안들은 이미 여러 자리에서 논의되었다. 장소는 산발적이었으나 하고자 하는 말은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곳곳에서 발화하는 창작자들과 그의 손끝에서 직조되는 문화들이 사라지기 전에 아카이빙을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예술에 익숙해져야 한다. 홍보 채널이 부족하다. 분명 진행되고 있으나 아무도 모른다. 아쉬운 장면들이 기록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주워 담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을 쥘 순 없다.
지역에는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도 많고 다달이 멋진 전시를 올리는 공간들도 많다. 하지만 그 ‘찾는’ 것이 힘들다. 서울의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채널 외에 진행하는 전시를 올리는 민간채널들이 다양하게 형성되어있다. 그들이 어떤 경로로 활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 채널의 경우 팔로워가 1.6만이나 된다. 타지역 사람들도 그가 올리는 전시 사진을 보고 전시를 보러 가거나 새로운 활동들을 접하게 된다.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채널을 운영하는 민간이 필요하다 입을 모은다. 물론 곳곳에서 시도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시도’에 그치거나 사라졌고 알고리즘을 타지 않은 지역의 여러 홈페이지는 전달되지 못한 채 웹페이지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 역시도 이러한 문제로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문득 떠올랐다. 현장에서 그 부족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던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3. 아이큐에 모아 한눈에?
사실 인천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채널은 이미 운영 중이다. 인천문화큐 아이큐는 ‘아이큐에 모아 한눈에!’란 슬로건으로 인천 내에서 발화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들을 자유롭게 올릴 수도 있고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올라오는 정보가 한정적인 점도 아쉽다. 관심이 가는 행사를 클릭하여 정보를 보려고 해도 텍스트로만 나열된 소개는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 가늠하기 힘들며 올라오는 이미지라곤 포스터밖에 없다. 아이큐에 모든 정보가 올라오는 것도 아니다. 각 구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는 해당 문화재단의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야 그나마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그 외 민간이 자생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는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좀 더 쉽고 직관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할 창구가 필요하다.
인천 아트 콜로니(Incheon Art Colony)는 정보 부재란 작은 조각을 채우고 문화생활을 위해 지역 외부로 유출되는 사람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기획하였다. 단순히 전시의 포스터나 정보를 올리는 것이 아닌 직접 공간을 방문하여 전시 전경을 다각도로 기록하여 그 공간에 배치된 작업과 현장을 대중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또한, 지속성에 있어서도 지역에서 계속 활동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4. 콜로니
지역의 현대미술을 아카이빙하며 매월 총 세 번의 리서치를 한다. 월초, 중순, 말에 진행되는 이 리서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란 물리적인 제한 때문에 모든 전시를 방문할 순 없지만 리서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공간과 지역 예술인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다. 특히 인천은 ‘공간’의 매개가 독보적이다. 단순히 필요 때문에 구성된 공간이 아닌 시간으로 발자취가 남은 공간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좌동에 있는 COSMO40은 총 45동의 대규모 공장단지였던 코스모 화학의 이전으로 미사용 원료를 재생시키던 공장건물 40동의 생존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공간의 목적에 걸맞게 공간은 거대하고 층고는 높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작품이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대작들이 많은데 독특한 구성에 맞게 설치 또한 재미난 시도가 많이 이루어진다. 또한,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과거의 편린들은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개항로에 있는 잇다 스페이스는 1920년 소금창고로의 쓰임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동네의 사우나와 헌책방을 지나 현재의 문화공간으로 그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나온 역사가 길어서인지 다양한 세대를 어우르는 전시가 주를 이룬다. 공간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홀이 보이고 측면의 문으로 들어서면 사각형의 전시공간이 있는데 두 공간 모두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움트는 곳이다. 홀 중앙에 뚫려있는 거대한 구멍은 영상에서부터 설치작품, 미디어, 관객참여형 작품 등 그 쓸모를 다양하게 한다. 신포동에 있는 옹노 역시 골목의 숨겨진 주택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공간으로 실제 거주했던 이들을 기억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공간에 들어선 작가들의 작품은 새로운 지점을 맞이한다. 공간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한 겹 더 덧대는 것이다. 이야기와 함께 생동하는 지역의 문화는 독자적 시도로 이어진다. 단순히 작품을 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방문한 관객들이 시간을 감각하게 한다.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지역의 범주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물론 지역의 삶과 시간, 문화들을 예술인의 시선으로 새로이 독창하고 기록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실제로도 수많은 작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이곳을 새로이 발견하고 그 지점을 작품화하여 지역문화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리서치적인 담화들의 향연은 다소 그 흐름에 있어서 지역적 보편성에 침수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각을 표현해내겠다는 시도가 곳곳에 드러나 그 스펙트럼에 있어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표현해내는 이야기의 범주가 넓고 보편에 함몰되지 않는, 낯선 이름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지역이 되길 소망해본다. [ ]
공지선 (시각예술작가)
인천아트콜로니(Incheon Art Colony)
인스타그램 @incheon.art.colony
incheon.art.colony@gmail.com
* 이 글은 ‘인천아트콜로니’를 기획 운영하는 필자의 노트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 도시 都市 : (명사) 일정한 지역의 정치 · 경제 ·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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