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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기록하고, 회복하며, 나아가기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1. 28.

올해는 유난히 배를 많이 탔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10. 지난 5월부터 나는 덕적군도에 위치한 인천의 작은 섬, 소야도[각주:1] 관련 연구 프로젝트[각주:2]에  참여했다. 지역리서치를 위해 가장 먼저 소야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길에서, 정자에서, 마을회관에서, 대화가 시작된다면 어디서든 주민들을 만났다. [각주:3]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이지만, 예술 활동과 문화향유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주민 의견을 종합하되, 향후 조성될 문화시설 공간 활용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서로 다른 주제의 워크숍을 기획하였다.

 

일상을 담은 자원기록화

 

소야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대표적으로 주민들이 직접 뽑은 소야9[각주:4]이 있다.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자연경관에 비해, 인간과 비인간 생물들의 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역사적 흔적과 변화상에 대한 기록물이 부족한데다 점차 현대사적 가치를 지닌 개인의 기억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작은 섬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기록하는 일은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치명타 작가의 드로잉 워크숍은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소야도의 생활사 기록이자 자원기록화로서 이미지 생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 프로그램이다. 50대부터 80대까지의 연령층으로 구성된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일상의 요소들로 채워 나갔다. 계절마다 수확하는 농산물과 어패류, 소중한 반려동물, 좋아하는 꽃과 나무 등 소야도 생활과 관련한 이미지들로 참여자 이름이 완성되었다. 무엇을 수확하는지, 무엇을 돌보며 사는지, 그리고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기억하는 소야도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며 소야도 주민의 일상을 잠시 엿보았다.

 

몸의 회복을 위한 움직임

 

평일 오전 8, 소야도 해변가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섬 구석구석을 돌며 환경 정비를 하는 공공일자리 참여 주민들의 모습이다. 80대 주민도 참여할 정도로 소야도는 고령층의 경제 활동이 높다. 또 이곳에서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소규모 농업과 어업, 해루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과거의 풍부한 어장은 사라졌지만, 주민들은 부모 세대가 그래왔던 것처럼 철마다 산과 바다로 나선다.

 

평생의 습관을 몸이 기억한다는 말처럼 주민분들은 무릎과 허리 관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휴식과 회복을 위한 체육활동 혹은 소야도만의 특별한 체조를 만들어보자고 장현준 작가에게 제안했다. 작가는 사전 답사를 통해 주민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뒤,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는 동작들로 구성된 소야체조를 만들었다. 특정 동작에서 몸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참여자에게는 무리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였고, 몸의 한계 안에서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진행했다. 사실 의식적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잘 쉬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동작을 잘 따라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는 참여자에게 오히려 천천히, 덜 열심히 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2시간의 워크숍 후 참여자들은 자신의 몸 상태와 변화를 이야기하기 바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위축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자, 동시에 오랜만에 모인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비건투어를 위한 제안

 

2018년 소야도와 덕적도를 잇는 연도교가 개통되었다. 관공서와 마트 등으로 쉽게 이동가능해지며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주민들은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쓰레기 불법투기와 산나물 불법채취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워크숍은 소야도의 현재-미래적 자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역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형 프로그램으로 계획하였다. 주민과 관광객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깨끗하고 건강한 소야도 여행을 역으로 제안해 보는 것이다.

 

공공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김화용 작가는 소야도 비건투어를 위한 사전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1,2차 현장답사에서 왕재산 일대를 한 바퀴 트래킹하며 생태적 조건을 확인하고, 소야도의 먹거리, 자연생태계, 쓰레기 문제 등을 조사하였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문제 현황과 건강한 여행문화를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선착장 피켓시위, 감시카메라 설치 등 문제해결을 위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있지만, 여행자의 자발적인 실천을 유도하는 매뉴얼 등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개입이 출발점이 되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여행문화를 만드는 토대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소야도 주민워크숍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입도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고, 고령의 주민들과 모이는 활동이기 때문에 철저한 방역관리와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또한 소야도는 육지와 연결된 섬이 아니기 때문에 기상상황에 따라 입도하지 못하거나, 예정보다 일찍 출도 해야 하는 변수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여러 어려움과 제약 속에서도 워크숍은 주민들의 환대와 관심 덕분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소야도가 가진 풍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기록되길, 주민의 삶과 자연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모두가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활동이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 ] 

 

박지아

 

 

* 본 글은 필자가 <소야도 문화재생 콘텐츠 구축 연구>에 참여하면서 주민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 이미지는 필자에게 제공받았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1.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소야리에 위치한 섬 [본문으로]
  2. 정식명칭은 소야도 문화재생 콘텐츠 구축 연구’로 인천시 옹진군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야초등학교 폐교 부지를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조성하는 문화시설 소야랑’(2024년 완공예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본문으로]
  3. 20215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간 주민수요조사 4, 구술인터뷰 5, 개별인터뷰, 라운드테이블 등을 통해 약 30여명의 소야도 주민들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업, 사는 방식, 지역 현안 문제 등을 확인했다. [본문으로]
  4. 소야9은 주민들이 직접 뽑은 소야도의 아름다운 9가지 자연경관으로, 장군바위, 뒷목(죽노골), 돌절구, 바닷물 갈리는 모세의 기적, 호랑이 바위, 매바위 등대, 곰바위, 삼형제바위, 낙지바위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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