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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인천 중구 작은 책방과 전시공간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0. 31.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좌절과 실패 그리고 위기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너무나 익숙하기에 인지할 수 없는 폭력 역시 우리 삶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마저도 폭력과 죽음의 풍경임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밥을 차리는 사람과 밥을 먹는 사람의 권력 구조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로써 나는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연구하고, 한나 아렌트의 은 꼭 대단한 신념이나 종교가 없어도 평범한 속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모른다면 우리는 누구나 아이히만같은 악행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텍스트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거대 상징인 홀로코스터를 중심으로 국가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인권, 자본주의 사회가 탄생시킨 인간소외와 자연파괴는 결국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고 인식하는 방식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나는 나의 언어와 담론을 생성하고 그것을 구축하고자 비영리 공간 책방 '술책'과 전시장 '어라운드'를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남성-여성의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과 관념이 결국은 인간-자연의 정복 대상으로 연결되었고 이는 지배와 피지배의 계급 분리를 만들었으며 우월과 열등의 차이의 자연스러운 폭력적 풍경을 연출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비인식적 폭력과 고기의 상품화과정에서 유린된 동물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미니멀리스트와 비거니즘을 추구한다. 

책방과 전시장 운영 형태
 
제도권 시스템에 저항하는 역할로서의 예술의 형식을 추구한다. 작가를 섭외하고 화이트 큐브에 작품을 배치하고, 매체에 홍보를 하고, 기고를 의뢰하는 방법적 전시형태보다 작가들과의 긴밀한 공동의 연구과정 그리고 리서치 베이스의 공동의 공간을 추구한다. 또한 이러한 실현을 위한 예술가와 큐레이터의 공동의 협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에 주목하며 이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한다. 전시 연출의 방법론에서도 배치될 작품을 기획에 기반을 두지 않고 예술가의 선택에 기반한다. 이러한 형식적 태도를 취하며 운영하려는 이유는 결과물보다 과정에 집착하는 개인적인 성향과 더불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기획자의 삶에서 공동의 연구는 스스로의 발전에 크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어라운드는 인천에 위치한다. 하지만 지역성을 고민하고 인천에 대한 전시는 지양한다. 장소성보다 공간성이 더 중요하며 개인의 공간인 어라운드에서 여러 예술가들(시각예술가, 소설가, 평론가, 무용가, 연극인 등)과의 공동 연구와 다양한 방식으로의 세미나를 통해 혐오와 차별과 그로 인해 파생된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이념으로의 공간이다. 따라서 1층에 위치한 책방 또한 책의 대중화, 동네책방의 일상화라는 슬로건보다 환경, 국가폭력, 혐오, 차별에 대해 좋은 글을 쓴 책들을 배치하였다.


술책과 어라운드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고 그림을 거는 장소로서의 공간이 아니다. 장소 너머의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담론 구성하는 장소이자, 그러한 의미를 갖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장소이길 원한다. 오히려 책의 수익증대가 곧 책방의 성공이라는 자본주의 슬로건에 반대하기에 책 판매를 지양한다. 또한 책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반항심이 내포된 공간이기도 하다. 즉, 자본주의적 시선과 해석으로 본다면 책방은 그 원칙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위배되는 비생산적 공간이다. (물론 전시장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비생산화가 다양화를 가능케 하며 그러한 다양화는 인간소외에서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라 생각한다. [ ]

 

추수희

 

 

장소: 술책, 어라운드 (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로 17)

 

 

* 본 원고는 '술책'과 '어라운드'를 운영하는 필자가 작성한 노트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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