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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기 속력과 취향의 공간 : 차(茶)스튜디오

by 동무비평 삼사 2022. 12. 11.

《박기원이 이인현을 만났을 때》, 2021.8

동무비평 삼사(이하 삼사) : 연고나 이전 활동이 거의 없던 개항장에 주목하게 된 건 어떤 계기였나요.

 

박기원(이하 박) : 전부터 여기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은 했어요. 이 일대가 플랫폼이 아니었을 때, 썰렁하고 빈집이 많고, 그런 이상한 분위기였어요. 근대문학관도 지붕은 하나도 없고 벽만 있고 그랬어요. 그렇게 일 년에 한 두 번씩 이곳을 둘러보며 산책하던 와중에 우연히 이 건물이 매물로 나온 걸 알게 됐고, 사서 수리를 해서 작업실로 쓰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거죠.

 

삼사 : 건물을 수리하면서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공간 운영이 변했는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서 구입하고 수리하는데, 2년 정도가 걸렸어요. 겉은 멀쩡해보였지만 내부는 하나부터 모두 손봐야 했어요. 그렇게 수리 끝날 무렵에 인천아트플랫폼으로부터 전시대관 문의가 들어왔고, “여기서 전시를 할 수도 있겠구나” 막연히 생각했어요. 그리고 별다른 계획 없이 지냈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년(2021년) 여름에 갤러리 소소와 계획했던 2인전을 상의하려고 갤러리 대표와 류 선생님과 이곳에 모였는데, 공간이 좋으니 “그걸 여기서 하면 어때?” 하고 시작해서 갑자기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삼사 : 류 선생님께선 차스튜디오 이전에 지역에 관해 알고 계셨나요.

 

류병학(이하 류) : 저는 최근에 여러 활동을 했어요. 지인이 까페 문화살롱 화(花)요일 내부의 한뼘갤러리에서 전시한다고 해서 함께 했어요. 사진을 걸자. 대전 호수돈여자고등학교 창고 갤러리 전시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 그 도록을 인천 해사고등학교에서 보고 연락을 주셔서 2021년 해사고 교내 갤러리 마리타임 개관전 기획을 했죠. 그러던 중 박 선생님이 인천에 스튜디오를 하나 오픈하려고 한다고 해서 앞서 말한 전시를 상의하려고 모였다가 그 전시를 여기서 하게 되었고, 그 이후 공간이 아까워서 우리 뭘 해봅시다가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삼사 : 공간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 박 선생님이 유리창에 붙여 있던 차(茶)라는 글자를 그냥 쓴 거죠.

: 원래 작업실로 쓰려고 했으니까, 여기에 스튜디오를 붙여서 썼어요.

 

홍명섭 개인전, 《레벨 게임/레벨 로지》, 2022.3

삼사 : 2021년까진 대관을 하셨다가 2022년부턴 자체 전시만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처음에는 공간을 비워두는 것보다 누군가 쓰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을 해서 대관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예요. 대관을 하게 되면 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생길 것 같고, 또 하나는 전문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 없는데, 너무 빡빡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삼사 : 첫 번째 말씀하신 정체성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 그러니까 대관이라고 하면 다 다르잖아요. 누구나 어떤 작업이나 다 할 수 있는 거니까. 여기는 굉장히 사적인, 어떤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을 해서 다양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필요한,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 박 선생님 생각은 이런 것 같아요. “지역불문, 나이불문, 출신불문, 좋은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고 싶다.” 이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들, 다른 데서도 전시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여기서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초점은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박 선생님 작업도 공간 작업이잖아요. 설치작업의 장소성, 그런 특정한 장소성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제안하는 사람들과 전시를 하는 거죠.

 

박기원 개인전, 《웍스 퍼니처》, 2022.5

삼사 : 그런데 의도하진 않으셨겠지만, 대부분 공공기금을 안 받은 미드커리어 작가의 전시로 꾸려진 이유가 있을까요.

 

: 사실 기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 기금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리는 것도 이해는 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전시의 질이니까. 공간 운영 비용에 대해 고민이 우선은 아니었지요.

 

삼사 : 그래도 공간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 기획전시는 다 류 선생님이 기획하셨고, 작가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셨어요.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전시운영까지 지킴이로도 나와 주시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 그냥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했어요. 박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을, 저는 기획자로, 작가들은 참여 작가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죠.

 

삼사 : 최근 지역에서는 지역 미술시장을 이야기하는 상업 갤러리나, 아예 처음부터 공공기금을 받고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기획과 운영이 흔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런 방법과 과정을 지속하면서 생각하시는 것들이 있으신지요.

 

: 미드커리어의 작가나 기획자 같은 세대가 아니라,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생각하는 것이 있고 태도가 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차이요. 일반적인 공간 운영 방식으로 할 필요도 없고, 작업이란 것도 그렇잖아요. 그러면 미술이 재미없잖아요. 정말 지역을 위한다면 외부에서 좋은 자원을 가져와야 활성화될 수 있다고요. 결국 생산성 있으려면 수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삼사 : 누구나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신다 해도, 향후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 나중에 원래 계획처럼 스튜디오로 사용할 수도 있겠죠.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올해 가을에 기획전시를 할 예정이고, 내년에 류 선생님과 상의해서 일 년에 공식적으로 두 번 정도 전시를 하고 싶어요. [ ]

 

 

동무비평삼사

 

차(茶)스튜디오 CHA studio

설립연도 :  2019년

주소 : 인천 중구 신포로 15번길  

대표 : 박기원

 

주요전시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기념 《오버 드라이브》, 2019.9.25.-10.27. [기획: 채은영]

《2019 아이엠 카메라 희망여행》, 2019.11.16.-12.7. [기획: 인천문화재단]

《박기원이 이인현을 만났을 때》, 2021.8.1.-8.31. [기획: 류병학]

《민진영 개인전》, 2021.9.5.-9.26.

《양지원 개인전》, 2021.10.16.-10.27.

《신재은 개인전》, 2021.11.5.-11.27.

《무엇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무엇이 자리》, 2021.12.6.-12.19.

  홍명섭 개인전, 《레벨 게임/ 레벨 로지》, 2022.3.1.-3.31. [기획: 류병학]

  박기원 개인전, 《웍스 퍼니처》 2022.4.10.-5.10. [기획: 류병학]

  도수진 개인전, 《곤충 인간》, 2022.5.21.-6.18. [기획: 류병학]

 

* 인터뷰는 2022년 6월 18일 토요일에 박기원, 류병학, 유운, 앵무가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촬영, 녹취 : 앵무 

인터뷰 정리 : 유운 

공간 자료 제공 : 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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