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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페이스 빔,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by 동무비평 삼사 2021. 5. 30.

안녕하세요, 민운기 대표님. 현재 임시공간은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인천에서 있었던 미술 관련된 사건이나 역사로 연표를 만들고자 준비 중입니다. 특히 인천의 전시공간에 초점을 맞춰 연구 중인데요. 그 중 스페이스 빔20세기에 전시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Q. 1995지역미술연구모임으로 시작하고 이후 2002년 남동구 구월동에서 스페이스 빔을 개관하고, 이후 20079월부터 동구 배다리에서 스페이스 빔 재개관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시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에 걸쳐서 종합문화예술회관 전관을 빌려서 인천포스트라는 전국단위 청년 미술 행사를 했어요. 그 전에 대한민국청년미술제라는 게 있었는데 인천이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거기에 같이 묶이다보니,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인천만의 미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었어요. ‘대한민국청년미술제가 처음 인천청년작가회에서 주관했고, 나중에 미술협회 행사로 되었고, 그러다가 그 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현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최병국 선생이 당시 부지회장으로 있었는데, 저희 지역미술연구모임을 찾아와서 이 행사를 맡아볼 수 있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나름의 문제의식도 있던 차에 조건부로 승낙했죠. 그 조건부가 무엇인가 하면, 제안 받았던 해에는 이전 방식대로 치르고, 이듬해부터는 저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그게 처음에 말씀드린 ‘인천포스트’인데, 포스트post의 세 가지 의미인 ‘, 기둥, 우편을 담아서 이름을 정하고 주제를 정해 진행했죠. ‘대화라는 주제로 진행했는데, 작가들이 고립된 활동이 아닌 상호 논의의 파트너로 관계를 재설정하며 기존의 구조를 바꿔보자는 의도였어요.

 

그 과정은 미술잡지에 공고를 내서 참여의사가 있는 작가들에게 대화라는 주제를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한 작품계획안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이후 연수구에 있는 가천인력개발원을 빌려서 신청작가들과 함께 12일간 직접 작업 계획을 발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이렇게 하나의 전시에서 작품 선정이 일부 평론가들에 의한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관계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열려 있는 과정으로 전시를 만들었죠. 전시 이후에 실제 출품한 작품으로 또 다시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전과 다른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시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이런 식으로 이후 내 안의 타자’, ‘합창이란 주제를 3년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이전에 대한민국청년미술제가 갖고 있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요. 이전과는 다른 전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속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시 지역미술연구모임회원으로 있던 저를 포함해 세 명이서 스페이스 빔을 개관했어요. 이때도 기존의 미술개념, 사고방식, 관념, 관습 등을 문제 삼았고, ‘스페이스 빔을 통해 평소 가졌던 생각들을 마음껏 펼쳐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시를 통해서 작가와 일반 시민과의 위계적 구분을 해소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전시장 안에 자료실 겸 세미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서 그 동안 관객으로 머물러 있던 시민들에게 주체적인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하고자 했습니다. 작품 또는 전시는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완성하는 것이라는 거죠. 그 과정에서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 문화예술교육도 하고, 결과물로 전시도 하고 그랬습니다. 대안미술교과서까지 만드는 작업도 했고요. 어쨌든 교육으로 확장하면서 전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서 미술공간의 역할을 찾았습니다. 그런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Q. 여러 전시를 만들어 오셨는데, 그렇다면 스페이스 빔에서 했던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두세 건씩 전시를 해왔는데, 어느 하나를 꼽는 게 좀 그렇지만, 2007년에 있었던 공공미술프로젝트 <도시유목>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간의 나름 문제의식과 경험이 모아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확대시키는 분기점이 되었거든요. 이것은 스페이스 빔의 활동이 그 동안 미술 내지는 예술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던 것이 동네, 도시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스페이스 빔에서 진행한 전시 이외에 기억에 남는 다른 분의 전시가 있는지요. 공간을 떠올려주셔도 좋습니다.

 

A. , 제가 이것은 좀 기억을 하고 있고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건데, <도시유목>과 맞물려 있기도 하고, 양혜규 작가의 <사동 30번지>라는 전시가 2006년에 있었어요. 전 그게 아주 감명 깊었고, 저 나름대로 고민했던 미술계의 관행, 이런 것들을 아주 재치 있는 방식으로 지적하면서 뭔가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양혜규 작가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구월동 스페이스 빔에 조그만 엽서 하나가 와서 보니, 앞면에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있고, 뒷면에는 약도와 대문 열쇠 번호가 적혀있었어요. 그리로 찾아오라는 거죠. 아주 불친절한(?) 전시였지만 그런 점이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 전시를 보러 가는 골목길을 보게 되었죠. 전시가 아니었으면 거기에 갈 이유도 없었을 텐데, 전시를 통해서 그 지역을 볼 수 있게 해줬어요.

 

어쨌든 우리는 계속 친절이라는 관행 속에서 전시를 접해왔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불친절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역설적으로 너무나 친절한 것이었어요. 자꾸 작가에 의존해서 무언가를 찾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나중에 작가가 생각한 것이랑 관람자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서로 교환해 보는, 그런 자리를 만들었던 거죠.

 

작은 전시였지만 그 안에 모든 게 담겨져 있었어요. 그 때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너무 좋습니다. 이때 느꼈던 것이, “, 나도 이김에 인천이라는 도시를 좀 더 제대로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였어요. 그래서 텐트치고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사진 찍고, 기록하고, 책자로 묶는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죠.

 

 

Q.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은 공간들 중에서 스페이스 빔이 인천에서 전시 공간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많은 공간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그러는데, ‘스페이스 빔20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기도 해서 궁금합니다.

 

A. “전시라고 하는 개념, 형태, 꼭 이런 방식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자기 질문 속에서 스페이스 빔의 운영 방식을 만들어온 것 같아요. 너무 예술이라는 제도적인 영역에 갇혀있지 않고, 사회적인 것도 삶의 공간 또는 현장에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예술을 전공한 전문가들만 공간으로 불러오는 게 아니라 여러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호 교류를 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빔을 그렇게 다들 활용할 수 있게 열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 

 

느린아카이브연구실

 

 

인터뷰 진행: 김유림, 정다운

녹취 정리: 김민경, 정다운

 

* 원고는 임시공간의 리서치 프로젝트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의 일환으로 2021년 4월 14일에 진행한 인터뷰 중,  ‘전시’와 ‘공간’ 관련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 이미지는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이 제공했으며, 원고 내용은 인터뷰이의 확인 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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