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ofEpidermis1 밤이 되어 비로소 그것이 질긴 껍데기인줄 알았다. 백승섭 작가의 전시장에 가는 길, 어두운 구름이 점점 쌓이더니 아침에 확인했던 일기 예보보다 먼저 비가 내렸다. 작가의 전시 정보를 알리는 플래카드 위로 떨어진 빗방울들은 그가 말하는 ‘껍데기’를 더 질기게, ‘밤’을 더 어둡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지하에 위치한 제물포 갤러리의 전시장은 이날의 날씨와 퍽 잘 어울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화면 위로 흘러가는 어떤 것들이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작품의 틀에 겨우 멈춤을 시도할 뿐이고 여전히 잔잔하게 흐르는 형상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형상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분명하고 큰 움직임이 보였다. 어두운 바탕을 지나간 연필, 콘테, 먹 등의 재료들 역시 어두운 색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뚜렷이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보통 존재하는 것은 ‘너.. 2021. 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