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1 당신의 휴식과 여가는 당신의 생각일까? 수도권 주변에는 야산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우리는 산 속에서조차 울긋불긋한 등산복과 히말라야도 등반할 수 있을 정도의 채비를 갖춘 같은 종의 인간만을 구경하다 내려온다. 아버지 세대가 산을 독점했다면, 도심 속 공원들과 강변은 어떨까. 캠핑 열풍이 부는가 싶더니 돗자리는 자취를 감추고 온통 텐트가 점령했다. 휴식을 취하는데 필요한 매뉴얼과 프로토콜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기획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부적인 것들까지 프로그램된 휴식과 여가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만큼 우리에게는 잘 쉬어야 한다는 강박도 존재한다. 전시장 오른편에 걸린 이상원 작가의 그림들은 이런 획일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름이면 뉴스에 등장하는 해수욕장의.. 2021. 1.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