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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당신의 휴식과 여가는 당신의 생각일까?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17.

 

수도권 주변에는 야산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우리는 산 속에서조차 울긋불긋한 등산복과 히말라야도 등반할 수 있을 정도의 채비를 갖춘 같은 종의 인간만을 구경하다 내려온다. 아버지 세대가 산을 독점했다면, 도심 속 공원들과 강변은 어떨까. 캠핑 열풍이 부는가 싶더니 돗자리는 자취를 감추고 온통 텐트가 점령했다. 휴식을 취하는데 필요한 매뉴얼과 프로토콜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기획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부적인 것들까지 프로그램된 휴식과 여가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만큼 우리에게는 잘 쉬어야 한다는 강박도 존재한다. 전시장 오른편에 걸린 이상원 작가의 그림들은 이런 획일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름이면 뉴스에 등장하는 해수욕장의 인파를 보여주는 항공촬영 이미지처럼 친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다.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박형진 작가의 작품도 닥나무로 만들어진 한지와 더할 나위 없이 단짝인 나무들이 그려져 있어서 첫인상은 무척 친숙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후 4:30>을 잘 들여다보면 흔히 풍경화에서 기대되는 아름다운 자연물의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어슴푸레한 인영이 하고 있는 행동-나무에 물 뿌리기-는 우리 주변의 공원이 인공적 존재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친숙한 매체들을 만나고 나면, 관객은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조류학자의 연구실을 옮겨놓은 듯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만나게 된다. 김푸르나 작가는 송도의 공원에 서식하는 조류 생태계를 탐조하는 활동을 우연히 함께하면서 리서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참새와 까치, 직박구리는 도시환경에서 적응하는데 성공한 사례지만, 사피엔스 종이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알려주는 듯하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문소현 작가의 영상작업은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반복재생이라는 매체가 가진 특성이 만나면서 불편한 감각이 효과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공원에서 이들이 연출하는 동작들이 무심하게 반복되는데 각 화면들의 재생시간 간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서 삐거덕거리면서 계속되는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각 작가들이 다루는 표현 매체 간의 차이로 인한 시각적 즐거움이 솔직담백하게 느껴지는 전시였다. 전시 제목처럼 다음 기획에서는 더 많은 레퍼런스-작품-들이 추가되면 도시생활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 ] 

 

엘리(Élie)

 

 

전시: 아워 피크닉_레퍼런스

기간: 2019.09.27 - 2019.10.24

작가: 김푸르나, 문소현, 박형진, 이상원

기획: 이정은

장소: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참고: 부평영크리에이티브 2기 당선기획전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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