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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속도에 앞서 방향을, 방향을 통해 가치를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17.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오버드라이브 2009-2019: 여행하는 주체들, 창조자, 장소의 경험(이하 오버드라이브 2009-2019(2019. 9. 25~ 10. 27)이 개최되었다. 자동차의 증속 장치를 의미하는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전체 테마로 선정한 전시는 2009년 개관이래 인천아트플랫폼이 입주 작가들 작업에 생산적 자극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자가 진단인 동시에 향후 인천아트플랫폼이 입주할 작가들과 역동적 질주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선언적 의지로 이해된다.

광장에서, 제안하기, 확장하기, 기록하기, 장소의 경험. 오버드라이브 2009-2019의 섹션은 5개로 나뉘어 구성되었지만 각각의 섹션은 개념적 연결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 아닌 문()의 성격을 지향하는 섹션 테마의 특수성은 규모와 성격에서 확연한 차별성을 지닌 인천아트플랫폼 내부(전시장과 윈도우갤러리, 야외 광장과 프로젝트 룸 등)와 외부의 전시장을 엄격히 분리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적 장소로 인지시킨다. 덕분에 관객에게는 기획자의 의도한 동선과 별개로, 1번부터 5번 각각의 섹션에 부여된 일련번호의 순서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관람 동선을 재구성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이를테면 장소의 경험’(섹션 5)에서 출발해서 광장에서’(섹션 1), ‘제안하기’(섹션 2), ‘기록하기’(섹션 4)를 경유해 확장하기’(섹션 3)에 이르는 동선으로 인천아트플랫폼의 지난 여정을 회고하고, 향후 행보를 상상할 수도 있다.

장소의 경험이 인천아트플랫폼 출범 당시 크게 주목받았던 장소의 건축적 의미에 주목하게 한다면, ‘광장에서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를 거쳐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입주 작가들의 미학적 결과물의 면면을 확인케 한다. ‘기록하기가 좀처럼 마주하기 어려운 예술 생산의 주체들을 소환하다면, ‘제안하기는 관계의 매개로 예술의 가능성을 환기시키며, ‘확장하기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에서 비롯된 예술의 지역적 개입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다. 미학적 산물과 예술적 행위, 출판 아카이빙과 예술적 실천의 매핑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된 각각의 섹션들은 지난 10년 다원 예술을 견인 축으로 고정된 물리적 공간으로써 로컬’(local)이 아닌 변화하고 진화하는 개념으로써 로컬리티’(locality)를 새롭게 규정하고자 했던 인천아트플랫폼의 지향과 시도를 한 문장으로 만들기 위한 형식적 시도로 읽힌다.

 

인천아트플랫폼이 거쳐 온 지난 10년을 높이와 크기, 성취와 결과가 아닌 의미와 깊이, 모색과 과정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오버드라이브 2009-2019:은 유의미했다. 다만 전시 주제가 향후 전문 레지던시 기관으로 인천아트플랫폼의 운영 방점을 구현해야 할 가치 실현을 위한 명확한 방향 설정보다 빠른 속도에 두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10년을 넘어 앞으로 10년을 계획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오버드라이브 2009-2019:이 뜻 깊게 경유하고자 했던 5개의 섹션, 5개의 개념, 5개의 태도가 향후 인천아트플랫폼이 수행해야 할 구체적 미션과 명확한 비전 수립과 실천을 위한 속도감 넘치는 자문자답의 계기들로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인천아트플랫폼이 현재의 시점에서 설정한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최단길이 아닌 최적길 모색도 함께 시도되기를 희망한다. [ ]

 

전유

 

 

전시: 오버드라이브 2009-2019

기간: 2019.09.25 - 10.27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차 스튜디오 

참고: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전시 및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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