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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는 동네, 교동도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10.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호진이 촬영한 교동도는 강화군 북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과는 불과 2-3km 떨어져 있는 남북한 접경지로,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자 군사시설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검문소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다. 6.25 전쟁 당시 이북의 주민들이 교동도로 피난을 왔다가 미처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이 상당수 정착해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특징과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가진 지역으로 교동은 평화를 상징하는 지역이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교동도다. 분단이 오래 지속된 만큼 우리가 아는 교동도의 모습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다. 이호진은 지난가을, 카메라를 들고 교동도의 여러 마을을 다니며, 우리가 아는 교동도의 변함없이 지속된 풍경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최근에 변화하고 있는 교동도의 풍경들을 담았다. 몇 년 전 강화와 교동을 잇는 교동 대교가 개통되었고 최근에는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남북이 대화와 교류가 재개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작가는 2018년 현재의 시점에서 변함없는 마을이자 변화가 예고되는 마을의 깊고 자잘한 속내를 수집하려는 듯 여러 장소와 사물,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지금 이곳의 일상과 풍경에 집중하는 현재적인 사진적 시선은 뜻밖에도 마치 경계가 모호한 빛의 스펙트럼이 펼쳐진 것처럼 오랜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어느 순간 불러오곤 한다. <교동도_오래된 미래>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중첩된 시간의 감각은 작업에 담긴 대상과 풍경에도 잘 드러난다. 이번 작업의 대상과 풍경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평범한 섬마을 풍경으로, 추수가 끝난 드넓은 들판과 비닐하우스, 농촌마을의 일상, 바다와 교동 대교, 하늘로 날아가는 철새, 낚싯대가 놓인 바닷가, 고려시대부터 간척으로 형성된 드넓은 평야 등 전형적인 섬 지역 마을이다. 두 번째는 남북한 분단의 흔적과 군사지역의 풍경이다. 민간인의 출입을 가로막는 철조망, 황해도의 연백평야가 보인다는 망향대, 군사지역의 금기사항을 적은 경고문 등은 이곳이 남북 접경지라는 지리적 위치를 실감하게 하는 표지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지역의 역사적 풍경들이다.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 옛 건축과 비석들, 마을을 지키고 있는 고목은 이 섬이 지나온 오랜 시간을 가늠하게 하는 것들이다. 이호진의 사진적 지표는 이곳의 일상과 지금의 풍경을 오랜 역사와 근거리 현대사와 함께 동봉한다.

 

세 가지 풍경을 동일한 무게로 분류할 수 있는 것처럼 읽었지만, 실상 전시장(인천 스페이스빔)을 보면 그가 교동도라는 지역을 전쟁과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명암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탄피, 철조망, 용치 등 군사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장치와 사물들을 대형 현수막에 인쇄하여 전시장에 설치하였다. 전시장에는 긴장감이 돈다. 이 현수막은 사진 속에서도 등장한다. 현수막 커튼을 마을 현장에 설치하여 촬영한 사진이 곳곳에 보인다. 권총이 인쇄된 현수막 커튼 뒤로 작은 집과 밭이 있는 농촌 풍경이 자리하고 있고, 철조망이 인쇄된 커튼 뒤로는 수백 년 된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드리워진 커튼의 존재는 전쟁과 분단의 영향력을 의미할 터인데, 여기에는 오래된 고목이나 비석, 평범해 보이는 논밭과 야산도 예외가 아니다.

 

작가는 교동면 무학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도 전시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커튼 장치를 한 사진이나 군사시설을 담은 사진은 제외하고 섬마을의 보편적인 늦가을 풍경이 담긴 사진만을 전시했다. 새들이 날아가는 풍경, 낚싯대가 놓여있는 풍경, 은행나무와 마을을 높은 곳에서 조망한 장면, 넓고 곧게 펼쳐진 넓은 평야, 수확한 고추를 만지는 장면 등이다. 아마도 작가는 두 장소의 각기 다른 관람객을 의식한 것 같다. 무학리 마을 전시의 관람객은 마을회관 경로당에 자주 오는 어르신들이다. 전시는 어르신 관람객에게 소소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어르신들은 평소에 보던 아는 동네 풍경을 다시 사진으로 보면서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어디라고 말하기도 하고, 마을 전체를 조망한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집을 찾기도 한다. 수확한 고추를 만지는 손이 누구의 손인지 작가에게 묻기도 했다. 작가는 어르신들에게 평화로운 마을풍경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궁금했다.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과 마을의 모습이 병치된 사진을 보면 어르신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작가는 왜 교동도에 대해 본인이 아는 것을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모르는 척했을까. 작가가 아는 교동도, 관객이 아는 교동도, 마을 주민이 아는 교동도 사이에서 작가의 사진적 대응과 이미지 제시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 ]

 

이정은

 

 

전시: 교동도_오래된 미래

기간: 2018.12.06. - 2018.12.20

작가: 이호진

장소: 스페이스빔, 교동도 무학리마을회관 앞마당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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