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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왜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는가

by 동무비평 삼사 2020. 12. 20.

 

디아스포라(Diaspora)’는 단순히 이산, 이주의 의미를 넘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발생하는 추방, 난민, 이민 등의 현대적인 의미로 담론을 확장해가고 있는 개념입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이처럼 끝없이 확대되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제로, 매년 5월 인천에서 7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영화 상영 외에도 많은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서 매해 주목한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강연, 포럼 등의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사진 및 회화전,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로 기획되는 특별 전시가 있습니다. 전시는 영화제가 상영 프로그램만큼이나 힘을 주어 준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영화를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고 기획해야 할 영화제에서 왜 부대 프로그램에 힘을 주는지는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목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본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은 거부감으로, 더 나아가 혐오로 변하게 됩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모든 사람에게 장벽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 관객이 현대 사회에 만연하게 깔린 무수한 차별과 편견을 마주하고, 디아스포라적 현상과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나누길 희망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불특정다수의 관객이 디아스포라 주제의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알지 못하는 디아스포라 이슈나 주제는 영화제가 어떤 작품을 선정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르는 이야기라는 관객의 마음에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부대 프로그램으로 영화제의 내적 확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2014년 제2회부터 본격적으로 특별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였습니다.

 

해외 입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피부색깔=꿀색>&, 유니세프와 함께한 체험과 결합한 특별 전시 아우인형 입양 프로젝트. 그 이듬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이자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정연두 작가가 담아낸 탈북자들의 이야기 여기와 저기 사이. 2018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로힝야족을 담은 조진섭 작가의 사진전 로힝야,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과 파독 간호사들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과 젠더, 섹슈얼리티를 통해 체류권투쟁의 현재적 의미를 묻는 야즈마 츠카사의 작품까지 녹여낸 이주할 자유, 정주할 권리. 올해 진행한 기획전인 자이니치 사진가 조지현의 전시이카이노(猪飼野)-일본 속 작은 제주, 인천아트플랫폼과 협업하여 진행한 회화전태양을 넘어서는 고려인 화가 변월룡의 회화 작품과 현시대 디아스포라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영상, 설치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디아스포라 이슈에 맞춰 그 해 주제(포커스)를 정하고, 더 나아가 특별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더욱 풍성한 볼거리로 영화제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상영작을 관람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감독과의 대화로, 더 나아가 디아스포라에 대해 알고자 하는 호기심은 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관람보다는 문화 행사로서 영화제를 방문해주신 분들은 열린 공간에 설치된 전시 프로그램에 아이와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전시를 찾아주고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느낀 관객은 상영관으로 직접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제가 기획한 프로그램 속에서 관객은 상영작에서 아카데미로, 전시에서 상영으로 디아스포라 존재들을 알아가기 위한 순환을 하게 됩니다. ‘디아스포라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영화제에 와서 처음 접하게 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객은 영화제가 펼쳐놓은 프로그램을 향유하며 디아스포라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고,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 불쾌함이 아닌 익숙함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서로를 존중하며, 관용의 가치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

 

이진선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 이 노트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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