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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불타는 고양이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0. 31.

고양이 활동가(소위 캣맘)이자 작업자인 나는 격일로 동네에 같이 사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준다. 이 활동은 날씨에 상관없이 지속한다. 2020년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시점에도 활동은 계속됐다. [각주:1] 오히려 길에 사람이 드물어서 활동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알은체하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걸까 고양이들도 한결 활동량이 많아지고 편해 보인다.


이 시점에 ‘공간 듬’에서는 이해미 개인전이 열렸다.

 


“코로나 시국이 직면한 후 사람들이 모이던 거리가 한적해지자 도심 속 길거리 동물들에게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Burning Cat>, 작가 노트 중

 

 


내가 체감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적어놓은 첫머리 글귀는 이 전시를 봐야 할 이유였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전시장은 인천 미추홀구 시장 초입에 있었다. 마침 추석 연휴 전날이라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 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은 무색해졌다. 초입에 위치한 전시장에는 아담한 사이즈에 다섯 개 애니메이션 작업이 루프로 돌아가고 있었고 다른 벽에는 드로잉과 시나리오가 전시되고 있었다. 복잡한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오롯이 영상에 집중 할 수 있었다. 마치 고양이 밥을 줄 때처럼.

<Burning cat> 외에 2020년에 작업한 다른 네 가지 애니메이션 역시 작가가 관찰한 작금의 동물권에 집중하여 보여준다. 도심 속 고양이와 비둘기, 쥐 등 경계 동물 [각주:2] 간 종차별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그것이다. 그 흔적들은 손 드로잉으로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에 녹아 있다. 무거운 주제를 일단 가볍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다. 날카로움을 품은 위트는 어쩌면 활동가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도심에 사는 고양이와 비둘기가 불에 활활 탄다. 작가는 사람이 종간 차별을 두고 대하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그보다 나는 COVID-19 이후 빈 거리에서 비인간의 반란이자 분노이며 호소로 느껴졌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로 위치 지어져 쉽게 폭력에 노출된다. 활동하는 우리들 역시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대하고 있었을까. 한 번이라도 동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오늘도 집 앞에 찾아오는 동네 고양이들은 귀여운 얼굴로 다가오지만 어쩌면 감정은 활활 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 

 

포도

 

Burning Cat

기간: 2021.09.08. - 2021.09.28.

작가: 이해미

장소: 공간 듬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 본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 선정사업 <공간 듬 2021 프로젝트>로 3인의 작가가 3회에 걸쳐 릴레이로 진행하며, 첫 번째 이야기 <Burning Cat>은 COVID-19 이후 공간 듬 주변의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나눴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전시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작가에게 받아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1. COVID-19 이전에도 고양이 활동을 하는 동안 최대한 대면을 피했다. 그래서 현 시국과 상관없이 활동은 지속할 수 있었다. [본문으로]
  2. <cat? tac? 고양이를 새롭게 위치 짓기> (매거진탁! 1, 김다현) 중 경계 동물은 야생이지만 인간 정착지 중심을 사는 동물로 정의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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