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활동가(소위 캣맘)이자 작업자인 나는 격일로 동네에 같이 사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준다. 이 활동은 날씨에 상관없이 지속한다. 2020년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시점에도 활동은 계속됐다. 오히려 길에 사람이 드물어서 활동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알은체하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걸까 고양이들도 한결 활동량이 많아지고 편해 보인다. 1
이 시점에 ‘공간 듬’에서는 이해미 개인전이 열렸다.
“코로나 시국이 직면한 후 사람들이 모이던 거리가 한적해지자 도심 속 길거리 동물들에게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Burning Cat>, 작가 노트 중
내가 체감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적어놓은 첫머리 글귀는 이 전시를 봐야 할 이유였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전시장은 인천 미추홀구 시장 초입에 있었다. 마침 추석 연휴 전날이라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 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은 무색해졌다. 초입에 위치한 전시장에는 아담한 사이즈에 다섯 개 애니메이션 작업이 루프로 돌아가고 있었고 다른 벽에는 드로잉과 시나리오가 전시되고 있었다. 복잡한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오롯이 영상에 집중 할 수 있었다. 마치 고양이 밥을 줄 때처럼.
<Burning cat> 외에 2020년에 작업한 다른 네 가지 애니메이션 역시 작가가 관찰한 작금의 동물권에 집중하여 보여준다. 도심 속 고양이와 비둘기, 쥐 등 경계 동물 간 종차별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그것이다. 그 흔적들은 손 드로잉으로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에 녹아 있다. 무거운 주제를 일단 가볍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다. 날카로움을 품은 위트는 어쩌면 활동가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2
도심에 사는 고양이와 비둘기가 불에 활활 탄다. 작가는 사람이 종간 차별을 두고 대하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그보다 나는 COVID-19 이후 빈 거리에서 비인간의 반란이자 분노이며 호소로 느껴졌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로 위치 지어져 쉽게 폭력에 노출된다. 활동하는 우리들 역시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대하고 있었을까. 한 번이라도 동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오늘도 집 앞에 찾아오는 동네 고양이들은 귀여운 얼굴로 다가오지만 어쩌면 감정은 활활 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
포도
Burning Cat
기간: 2021.09.08. - 2021.09.28.
작가: 이해미
장소: 공간 듬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 본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 선정사업 <공간 듬 2021 프로젝트>로 3인의 작가가 3회에 걸쳐 릴레이로 진행하며, 첫 번째 이야기 <Burning Cat>은 COVID-19 이후 공간 듬 주변의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나눴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전시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작가에게 받아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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