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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술을 통한 지역과의 교감으로써 ‘열림과 여백’, 집중과 균형의 기로에 서다.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1. 26.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간 존재 형성에의 기여에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라이프 스타일은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나가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속도로 유입되는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빠른 습득력과 정보들을 잘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책(종이책)은 인터넷과 e-book과 같은 디지털 매체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다른 국가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IT 기술과 그 실용화율이 높은 한국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994년부터 시작된 책 수요의 지속적인 하락은 2010년에 들어 최초로 성인 독서율이 70% 이하의 평균치를 기록했다.(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치도 못하는 최저치 해당된다.) 또한 2017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성인 평균 독서 시간은 고작 6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독립서점과 출판사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서점’을 만들어 서점의 기능이 다양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서적을 발간(1인 출판사의 경우가 해당)하거나 책의 큐레이션, 책 제작 워크숍 진행하거나 또는 서점 안에서 예술가들의 전시 그리고 그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는 전시나 워크숍 참여에만 집중되어 원래 목적이었던 책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면 ‘해결’이 아닌 책과의 거리를 오히려 더 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필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 의정부에서 진행했던 그리고 진행 중인 사업을 통해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2011년부터 의정부는 ‘책 읽는 도시’ 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생활밀착형 책 활성화 사업들을 추진해오던 중, 2019년 국내 최초 미술 전문 도서관인 ‘의정부 미술도서관’을 개관했다. 이를 통해 공공예술 영역에서의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의 확장은 물론, 전통적인 도서관의 개념을 해체해나감으로써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유기체로써 다양한 역할과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는 미술 도서관을 통해 공공예술에서 주창하는 ‘생활 밀착형’, ‘문화 향유’, ‘생활과 예술의 경계’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책 읽는 의정부’의 시작, ‘작은 도서관’

지역 내 공공도서관의 열악한 인프라[각주:1] (의정부시는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도서관 1곳 당 서비스 인구수가 가장 많아 도내 최 하위권에 속한다.[각주:2])개선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책 읽는 도시 의정부’를 목표로 생활밀착형 독서 환경 인프라 구축 사업인 ‘작은 도서관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42 곳의 도서관이 개관(시 지역으로 운영되는 1곳과 주민 센터 내 도서관 13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다.)했으며 이 덕분에 공공도서관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서관 분야 정책에선 의정부는 선도하는 지역으로 우수한 평가(2018-19년에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각 도서관들의 체계적인 운영 및 안정적인 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균형 있는 안배로써 도서관 조성, 전문 운영 인력 지원과 운영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들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조례 제정 및 자체 평가를 통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각주:3] 이처럼 책 읽는 지역 공동체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환경 조성에 있어 각고의 노력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의정부는 독서 환경에 바탕이 되는 인프라 구축의 측면에서만 도서관을 바라보지 않는다. 과거 미군 부대로 인해 생긴 ‘군사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잊혀 졌거나 혹은 새로운 지역의 이미지(특색) 발굴의 필요성을 지역의 슬로건(‘책 읽는 의정부’)과 결부시켜 앞으로 지역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해 나갈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민들의 독서율 향상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서의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의 서비스와 공간이 지닌 역할의 재 모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 창출과 활성화의 기지로써 도서관의 도래가 머지않았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문화 향유와 전달에 있어 ‘여백’과 ‘열림’

지난 10년간 작은 도서관 사업을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는 2019년 국내 최초 미술도서관, ‘의정부 미술도서관’을 개관으로 이어졌다. 미술도서관의 시초는 지역 내 예술 공간 마련의 필요성이 부각되던 차(의정부 지역 내 시립미술관이 없음)에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의 사례[각주:4]를 발견, 그리고 이를 미술 특성화 공공도서관 아이디어로 도출해 낸 것이다. 이후 2014년 도서관 건립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한 끝에 2019년 미술도서관이 개관했다. 시민들의 문화 향유의 공간 때문일까, 열림과 개방의 이미지가 도서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전형적인 도서관의 분위기와 이미지 보다는 오히려 카페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편안한 의자들과 함께 조그만 테이블과 스탠드들이 분위기를 더해 주며, 그 뒤의 거대한 투명한 창 너머 보이는 숲의 모습은 도서관에 머무는 이들에게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있었다. 필자도 도서관에 있는 내내 책을 읽다가 지칠 만 할 때 쯤 숲을 한 번씩 바라보곤 했다.

도서관 내부. 왼쪽부터 의정부 미술문화축제 전시 전경, 국내 미술관 서적 큐레이팅 코너, 한국 근현대 미술 사조 큐레이팅 섹션. 시민들에게 미술을 쉽고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 미술관 측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흔히 미술관을 마음먹고 가야하는 공간, 다소 격식 있고 무거운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에 미술 도서관을 건립함에 있어서 ‘열림’과 ‘개방’을 선택한 건 당연지사가 아니었을까. 전시장, 프로그램 체험실, 도서 기증실, 오픈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들을 도서관 내에 조성해 이용객이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책도 읽고 그 안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김으로써, 아주 자연스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줌으로써 말 그대로의 ‘생활밀착형’ 공공예술을 하는 격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술 도서관은 예술 역량 양성의 역할도 맡고 있는데 현재 운영 중인 ‘청년문화예술 아카데미’와 ‘시민 도슨트’ 프로그램이 그러하다. 전공자들에게 학예 실습의 기회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전문 문화 봉사가로 활동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민과 지역 사회를 매개해 새로운 지역 문화 창출의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이 앞으로의 도서관의 역할이 아닐까.

집중과 균형의 기로에 서다

‘의정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의정부미술도서관 어때?’이다. 미술 도서관 덕분에 뿌듯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서도 현재 의정부 내 미술 관련 모든 활동들이 미술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필자는 지역 내 예술 생태계의 획일화 우려가 된다. 젊은 예술가 발굴 및 지속적인 후원을 위해 매년 8명의 신진 작가를 선발해 전시 개최와 순수 창작 지원금을 수여하는 의정부문화재단 지원 사업 ‘의정부 신진 작가 공모전’은 미술도서관 개관 이후 중단된 상태이며, 재단 측은 현재까지도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해당 사업이 중단된 데에는 미술도서관의 오픈 레지던시가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재 의정부 문화재단은 지역 문화 기획과 음악, 공연 관련 프로그램 보다 집중하고 있는 정황상으로도 ‘신진 작가 공모전’이 오픈 레지던시로 대체되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술 도서관에게로의 위임은 지역 내 신진 작가들이 기회를 얻으려면 미술 도서관을 거치지 않으면 안 돼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더 나아가 다양한 예술 공간들이 생길 기회의 감소 뿐 만 아니라 작가의 창작 활동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술 생태계의 다양성 조성을 위해서라도 미술도서관에게로 모든 권한의 집중은 지양해야하며, 신진 작가 공모전의 부활과 더불어 작가들을 위한 각종 지원 제도들이 문화재단 측에서도 나와야 한다. 

지역의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1인으로서 미술 도서관의 개관 덕분에 음악, 공연에 비해 열악했던 미술 인프라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것과 더불어 앞으로의 지역 미술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공공 예술 도서관이자 복합문화공공기관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매력적이고도 흥미로운 지역의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과 프로젝트[각주:5]들이 기획될 수 있길 바란다. 더하여 지역 내에서 만의 열림과 여백이 아닌 지역과 지역[각주:6] 을 이어주는 열림과 여백으로도 나아가는 데 있어 ‘예술’이 바늘과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해본다. [ ]

 

도듀이

 

 

 

* 본 원고는 2019년 개관한 '의정부미술도서관'에 관한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1. 의정부 전 지역에 공공도서관은 단 6곳으로, 정보도서관(의정부시 의정부동, 2003년 개관), 과학도서관(의정부시 신곡동, 2005년 개관), 어린이도서관(의정부시 호원동, 2005년 개관), 가재울도서관(의정부시 가능동, 2017년 개관) 그리고 2019년도 개관한 미술도서관(의정부시 민락동)과 올해 개관한 음악도서관(의정부시 신곡동)이 있다. 현재 의정부의 총 인구수인 462,533 명 대비, 지역 내 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2. 박상연, “의정부시 작은 도서관, 책읽는 도시 목표 큰힘 된다.” , 서울일보, 2020년 4월 16일 게재http://www.seoul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14071 [본문으로]
  3. 박상연, 위의 기사 [본문으로]
  4. 당시 미술 도서관 건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었던 책임 사서는 전체 16층 중 일부 층을 공연 예술의 공간으로 할애해 특화된 공간으로 조성한 싱가포르국립도서관의 사례를 통해 전문분야를 도서관에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답변했다. “미술과 책이 처음 만나는 곳, 의정부 미술도서관”, 네이버 포스트, 2021324일 게재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900101&memberNo=9935567&vType=VERTICAL [본문으로]
  5. 생활밀착형 예술의 사례로 올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함께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생활공간, 예술을 품다>를 들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생활공간 속의 예술’, ‘이용 가능한 예술작품이라는 슬로건 하에 경기도 31개 시군의 주제(지역의 슬로건)에 맞게 생활공간을 공공예술공간으로 재조성한 것으로, 첫 시범 지역으로 의정부시가 선정되었다. 지역의 슬로건인 책 읽는 도시 의정부에 맞게 경기도북부청사 버스 정류장(의정부시 신곡동)을 디지털 도서 정류장 빛나는 별무리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정류장의 편의시설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예술적 가치를 갖는 공공예술의 공간을 기획에 의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기도 주민 참여 예산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는 상징성도 있다. “경기도-경기문화재단 공공예술 프로젝트 <생활공간, 예술을 품다> - 빛나는 책무리 도서관(의정부 디지털도서 정류장)”, 경기문화재단, https://ggc.ggcf.kr/p/615e9aefde8cff02bd88962e [본문으로]
  6. 이와 관련해 필자는 양주시와의 연계를 생각해보았다. 양주시와 의정부시는 근현대 미술 작가 중 신사실파 작가 6인 중 3(장욱진, 백영수, 민복진)의 활동지였기에 두 지역 미술 기관과의 연계를 해 근현대미술의 산실로써 관련 전시나 프로그램 기획을 두 지역이 함께 진행해 나간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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