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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시의 기억과 무용의 시간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0. 31.

도시 속에는 과거의 기억과 흔적이 누적되며 다양한 시간대의 경험이 녹아있다.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서사 위에 비로소 도시는 존재하며 그 안에는 다양한 삶의 욕망이 들러붙어있다. 도시인의 다양한 삶의 기억과 편린 그리고 감정은 도시의 서사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장소성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동감각은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하며, 이 지각과 감각의 조건 속에서 몸의 기억은 응축되고 발현된다. 무용은 이러한 감정과 정신을 정제된 움직임을 통해 표현해내는 예술장르이다. 도시의 무수한 기억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인간의 신체. 불가분의 도시와 무용에 대한 논의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인천 원도심 속 얼음 창고를 카페로 탈바꿈시킨 공간 ‘빙고.’ 장소의 재전유를 행하고 있는 이곳에서 도시와 무용이라는 주제로 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7개월 동안 공간과 춤에 대한 영화를 살펴보면서 관객들과 다양한 감상을 나누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무용의 감각적 형상과 도시의 기억을 영속시킬 수 있는 영상 혹은 필름이라는 매체에 집중하여 도시이미지와 신체 감각을 공유한다. 본고에서는 댄스필름 감독이자 안무가인 송주원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두 번째 프로그램 내용을 중심으로 리뷰를 이어가보고자 한다.

 

무용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과 감각적 아름다움은 카메라의 피사체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카메라 개발 이후 신체의 움직임을 편집 없이 보여주는 초기 기록영상에서부터 몽타주 형식과 내러티브를 통해 무용수를 보여주는 수많은 댄스필름은 창작되었다. 댄스필름은 한정된 장소가 가지는 한계를 탈피할 수 있는 출구였으며 마야 데렌(Maya Deren)은 영화적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재창조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주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데렌은 무용과 영상이라는 상이한 두 장르 혹은 매체를 통해 안무의 개념을 확장하였다. 카메라의 기능과 편집을 통해 춤이 가지는 감정과 태도, 관계, 형태 등을 유동적인 흐름 속에 구성하면서 신체이미지가 가지는 외연을 확장한 것이다. 송주원은 데렌의 작업을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의 작품과 유비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데렌의 작품이 보다 편집, 촬영 등 영화적 기법을 통해 움직임을 확장한다면 브라운의 경우에는 개념구상과 무대를 기억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작품을 직조해낸다.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빔 반데키부스(wim vandekeybus)의 댄스필름 작업을 경유하여 논의는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로 당도한다. 바우쉬의 ‘국가·도시 시리즈’는 정치·사회에 대한 해석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세계 도처를 다니며 직접 경험하여 느낀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도시문화에 대한 해석과 인간 현존에 대한 문제를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복합적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 도시풍경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교차편집하며, 도시와 안무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이미지와 신체적 몽타주는 상보적으로 작용하며 인간과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존재조건이 될 수 있는 도시와 무용의 껴안음은 서로에게 배경이 되고 기반이 되고 소재가 된다. 시네마 테이블 행사에서는 인천 원도심 재개발에 대한 다큐멘터리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피나 바우쉬와 청소년의 안무 협업을 그린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삶을 다룬 <이타미 준의 바다>등의 작품을 통해 도시와 신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여러 영화, 무용, 도시에 대한 담론이 행사 거듭하면서 진전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 

 

신효진

 

 

 

시네마 테이블: 도시 X 무용
기간: 2021.08.29. - 2022.03.27. /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장소: 빙고(인천광역시 중구 개항로 7-1)
주최: 문화예술특화거리<점점점>
주관: 일취월장, 일일댄스프로젝트
후원: 인천문화재단

 

 

* 본 글은 <시네마 테이블: 도시 X 무용> 프로그램 중 9월 26일 행사 관람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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