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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공미술, 마을의 상처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1. 28.

그 작가 나 사진 찍는다고 이렇게 저렇게 포즈 취해달라고 하고 요구도 많더니 나한테는 사진집 하나 주지 않고 한번 찾아오지도 않아. 내가 그래서 그런 것들은 안해.”

 

거기 센터에서 하는 거면 안 해. 귀찮게만 하고, 그 사람들 우리 이용해서 돈 벌고 그러는 거 우리 다 안다고. 그러고 우리한테는 한푼 주지도 않고.”

 

연천군 신망리 마을 입구 

오래 전 모 창작센터에 입주해 인터뷰 작업을 진행할 때 듣게 된 말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마을 분들의 오해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와 예술작업이 누군가를 어떻게 대상화했는지, ‘주민 참여를 표방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기관의 지역주민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연천 수복지구에는 필자가 몇 해 전부터 리서치를 시작으로 관계를 맺어온 정겨운 마을이 있다. 마을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어르신들이 시와 서예를 즐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당시 이장이셨던 여성 이장님께서 툭툭 내뱉으시는 한 말씀 한 말씀은 현자의 시와도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런 모습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장님이 부들부들 떨며 타인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이는 공공미술이란 이름으로 마을이 헤집어지고 난 후였다.

 

아마도 뉴 호프 타운이라는 로맨틱한 마을 이름과 더불어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의 분위기, 피난민정착촌이라는 마을이 이야기는 예술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필자가 마을리서치를 진행했던 그 이듬해 아담하고 소박했던 마을의 간이역은 어느 예술가의 주도로 폴딩도어가 답답하게 달린 작은미술관이 되었고, 이후로는 창고와 도예 공방처럼 쓰여지고 있었다. 공공의 공간이었던 간이역이 사유화된 문제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그가 마을에 잔뜩 남기고 치우지 않은 쓰레기 문제,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가 각종 단체를 만들어가서는 사유화하는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하여 주민들로부터 원성이 높았고 이에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부녀회장님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예술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후 마을에 버려진 쓰레기 

그런데 한 개인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이 모든 것이 문화재단은 물론 각종 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일들이라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인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방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회계연도 안에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기에 농민들이 한참 한가한 시기인 겨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점, 평가 항목 때문에 서류상 주민보여지기에 급급하게 될 수밖에 없는 실정 등, 행정 위주, 계량적 성과 위주이자 사후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사업진행 방식은 다양한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에 충분하다.

 

자상한 이장님의 처음 보는 모습을 보고, 또 마을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스스로가 주민이 아니라는 생각에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지만, 피난민정착촌인 이곳에 문화재단에서 관심을 보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좀더 공공적 성격을 지니는 방향으로 다른 모습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런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해보던 중, 마을 전시장을 오픈을 해놓고 재단 담당자가 바뀐 후 지침이 바뀌어 운영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들을 다시금 목도하면서 주민들은 물론 무언가를 해보고자 했던 필자 스스로의 마음 역시도 관이나 국가지원에 대한 불신의 방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프로젝트, 특히 그 시작을 기관의 도움 없이 꾸려가는 방안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공공 지원을 배제하기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비판을 통해서 공공지원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생각해본다. 현 지원 제도의 문제와 개선해야 할 점, 그리고 기관 차원만이 아닌 한 개인 예술인들이 가져야 할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 등, 공공미술과 관련한 구체적이고 적용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 있는 토론의 장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뜬구름같은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 

 

진나래

 

 

 

뉴 호프 타운

기간 : 2021.12.5

장소 : 신망리 간이역(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신로483번길1)

참고 : 신망리 마을박물관 이전개관식, 비무장사람들 주최 

 

새망신망

기간 : 2021.12.5

장소 : 신망리 간이역

참고 : 신망리 주민 참여 전시

 

땅을 좇는 사람들

기간 : 2021.11.6 - 12.5

장소 : 공간비무장(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신로483번길 9)

기획 : 진나래, 황혜림 

작가 : 김선기X오로민경, 이경희, 자우녕, 포도

 

* 이 글은 기존 공공 예술 프로젝트와 필자가 진행하는 신망리 마을 박물관 진행에 관한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 이미지는 필자에게 제공받았으며, 사용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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