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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타는 지역 미술 시장의 불편함과 마주하기

by 동무비평 삼사 2022. 5. 29.

개항장 문화지구에 2022년 초 2개의 미술 전시장이 문을 열었다. 여전히 중구에 집중된 전시장이란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전시장이 생겨난다는 건 작가들에게도 기획자들에게도 긍정적일 것이다. 궁금한 마음에 벚꽃이 한창일 무렵 동네 산책 겸 몇몇 전시장에서 전시를 보다, 처음엔 황당했고 화가 났다 씁쓸한 뒷맛을 느꼈고 다른 동네 몇몇 전시장을 다녀 온 후엔 아득한 절망감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팬데믹 사이에도 미술계는 미술 시장이 스멀스멀 불붙기 시작하더니 작년부터 지역에서도 아트 페어에 관심도 높고, 여기저기 판매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전시가 생겨나고 있다. 공공 기금과 제도가 창작과 기획매개의 일부만 지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고, 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시장이나 유통이 다양해지고 활발해져야 함은 너무나 필요한 일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작가를 지원하고 지역 미술 시장과 생태계를 위한다는 대의가 무색한 전시의 구성을 기획자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예술을 팔고자 하는 의도를 전면으로 드러낸 전시들은 전시와 작가, 작업에 관한 소개보다 가격 표시에 집중한다.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내건 전시장의 전시의 걸린 모든 작업 옆엔 가격표가 붙여있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견출지에 가격만 붙여 놓거나, 제목, 제작연도, 매체, 사이즈라는 기본 정보가 불충분하게 인쇄한 캡션 라벨 위에 손으로 가격을 써 놓았다. 복제 가능한 사진 작업을 판매하면서 에디션을 몇 개나 하는지 전시를 주관한 공간의 대표자는 모른다며 작가에게 물어봐야 한다 말한다. 상업 갤러리로서 포부를 갖는 전시장에선 몇 년전 미투로 문제되었던 작가가 예명을 바꾼 전시를 한다. 작가의 작업은 오로지 가격으로 설명되며 전시의 목적은 판매로만 의미를 갖는다.

 

인천에서 박물관미술관법으로 등록된 사립미술관은 20211231일 기준으로 더리미미술관, 전원미술관, 해든뮤지엄이고 공공미술관은 인천광역시 송암미술관과 인천아트플랫폼 뿐이다. 동구의 우리미술관처럼 등록 미술관은 아니지만 공공이나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이 아닌 민간에서 미술관의 이름을 내걸며 판매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전시를 하고, 민간 갤러리를 운영하는 대표가 관장이란 이름으로 판매를 주관하는 행위를 과연 지역 작가와 지역 미술을 위한 것이라고만 마냥 긍정 할 수 없다. 예술 생태계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시민-관람객이 미술관과 갤러리, 대표와 관장을 혼동하고 가격과 유통에 관한 기본 이해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미래적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작업의 리세일이나 투자, 작가의 제도적 성장 등을 바라지 않는 오롯이 사적으로 작가를 작품을 좋아하고 구매하는 건 논외이다. 작품 판매가 작가의 생존과 실존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개인 콜렉터에서 판매된 작업들은 다시 공공의 영역에서 전시 등으로 보여지기 어려워지고 재해석되고 연구될 기회를 갖기란 소장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가난한 예술가를 위해, 열악한 지역 미술 시장으로 위해라는 수사(修辭)말고 시장을 대하는 예술가와 기획자들의 관습을 비평하는 건 불가능한가. 우리가 예술이 공공재로서 가치와 의미를 지향하며 공공 자본과 제도를 투입하는 건 어떻게 미끄러지는가.

 

아무리 예술이 자본과 제도에 실은 매우 의존적이고 취약하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공공 콜렉션과 시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적 콜렉션과 시장의 의미는 중요하다는 걸 수긍하더라도, 지역 미술 시장이 아는 지갑 털기에서 시작한다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금 지역에서 예술을 파는 과정과 형식의 왜곡을 계속 이렇게 퉁치는 공회전을 마주한다. 우리가 세계의 문제에서 늘 상 부딪히는 먹고사니즘이 우리 예술계에도 오롯이 적용되고 깔때기처럼 부동산과 시장으로 모아지는 대화를 계속해야 하는가.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가격표를 경쟁적으로 붙이는 전시와 행사가 늘어난 만큼, 지역 미술 시장이 불타고 있긴 한 겁니까? [ ]

 

유운(인터-로컬큐레이터)

 

 

*  본 칼럼에서 언급된 전시, 전시장은 2022년 3월- 5월 사이 인천 지역 여러 현장을 둘러 본 후 재구성했습니다.  

*  이미지는 필자에게 제공받았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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