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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예술 아카이브 거버넌스를 꿈꾸며

by 동무비평 삼사 2022. 9. 25.

체계적인 아카이빙의 필요성

 

마을공동체만들기, 도시재생, 문화도시 등의 다양한 사업들의 공통점은 지역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지역의 자원을 조사하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 및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들은 분명 과거의 하향식에 비해서 매력적인 사업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 지원 사업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게 지역의 이야기나 자원을 미리 발굴해두고 사업을 설정해둔 지역이 많지 않기에 지원받기 위해서 지역의 이야기를 급하게 발굴한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화사적인 가치에 대한 검토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숙고와 검토의 기간이 부족하기에 수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굴된 지역의 이야기는 각 사업 단위에서는 공유가 되지만 부서를 하나만 넘어가도 공유되지 않아 한 시민의 구술작업을 여러 부서가 중복되어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같은 기초지자체의 기관 간에 자료 공유를 요청해도 개별사업의 자료이므로 공유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던가. 현재의 사업 단위의 지역조사, 아카이빙의 가장 큰 한계는 내용적 문제, 그리고 공유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카이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담기관과 전문인력의 중요성

 

전담 기관과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대구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대구는 시 차원의 문화예술 아카이빙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담 기관과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5천 점의 아카이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도 지속해서 아카이빙의 대상이 사라지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하고 계획을 통해 선제적으로 아카이빙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카이브의 방대함을 생각하면 전담 기관이 이를 모두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전담 기관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각 기관과 협업하고 이를 모아내는 활동이 지속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카이빙 활동을 하는 다른 기관들은 언제나 순환보직으로 담당자가 바뀌게 된다. 그럴 경우 아카이빙의 성과는 사유화되고 소실되기 쉽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역사, 문화, 공동체 등의 분야 외에도 건축, 생태 등의 다양한 분야의 아카이빙이 이뤄지고 있어서 이를 조정할 협력망과 그 핵인 전담 기관이 절실하다. 또한 문화예술 아카이빙은 다른 아카이빙에 비해 더 고민할 지점이 많은데 이는 공연, 전시 등이 시간과 공간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시와 공연 모두 관람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기 위하여 공간을 배치하고 또 시간을 조정한다. 그렇기에 이런 특성을 살린 아카이빙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기관 거버넌스의 중요성

 

아카이브는 물성이 있는 유물을 보존하려 해도, 예술가들의 기억과 경험을 채록하려 해도 매우 많은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협업이 필요한 일이다. 앞서 밝힌 중복적인 아카이빙 사례에서처럼 각 기관이 중복적으로 역량을 투여하는 일을 예방하고 이를 함께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아카이브 맵핑을 통해 어느 분야의 어떤 아카이빙이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마을에 사는 예술가를 문화재단이 인터뷰했다면 이 내용을 맵핑에 등록하고 이를 다른 기관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나 도시재생센터가 열람하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인터뷰를 진행할지언정 중복되는 내용이 아닌 더욱 특화되고 세밀한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민간 거버넌스의 중요성

 

경기도의 경우 개인과 민간단체와의 협업을 지속해오고 있는데 이 협업을 통해서 자료 수집 및 조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음은 물론 개인과 민간단체가 아카이브에 관심을 두고 경기도메모리는 이들을 지원하며 역량 강화를 통해 더 양질의 아카이빙이 가능해진 사례가 있다. 아카이브 자체가 기본적으로 수집된 자료에 대한 큐레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카이브 기관의 권한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권한의 문제는 자칫하면 아카이브의 맥락이 사라지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민간의 참여는 이런 면에서의 문제를 보완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방식이다. 또한 민간과의 협업은 아카이브의 보존 이외에도 활용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아카이브를 민간에 개방하고 해당 콘텐츠를 재조명하거나 2차 창작하는 활동은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서 더 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아카이브의 통합적이고 적극적인 활용

 

아카이브는 돈과도 같다. 단순히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아카이브가 어떤 것이지 그리고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증명되려면 결국은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아카이브의 활용을 위해서 아카이브를 목록화하고 이것을 통합적으로 검색, 관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최근같이 저작권 문제와 아카이브에 대한 활용, 접근권이 이슈인 시기에 단순히 자료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 접근권한, 저작권, 제공범위 등의 권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보증할 수 있는 DB의 구축이 중요하다. 다양한 아카이브 결과물을 전문가, 시민, 관계자 등에게 어떻게 공유되고 활용될 것인가의 사용자 입장의 고민 또한 필요하다.

 

 그에 대한 사례로 인천의 영상위원회는 인천 관련 영상물과 로케이션 정보 등을 사진, 영상 등으로 정리하고 이를 웹에서 확인하고 바로 로케이션 지원신청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였다. 이는 온라인 페이지의 기능과 구성면에서는 매우 간단한 일이나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권한 문제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지원의 역할에 충실한 중간 지원조직의 흔치 않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인천의 아카이브를 꿈꾸며

 

개항기, 미군정의 음악 중심지, 소극장 공연의 메카 등등 인천의 문화전성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왔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자료관, 어느 전시관, 어느 기록 등을 전체적으로 검색하고 찾아야 했으며 그 기록마저도 빈약하거나 심지어 조사기관마다 서로 상충하는 결과를 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역사적·문화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시설들이 훼손되는 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결국 인천의 문화적 지형을 바라보고 인천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잘 구축되어 소중한 기록이 잘 보존되고 또 언제나 활용할 수 있기를 꿈꾼다. 너무나 방대하고 큰 작업이기에 언제나 함께해야 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거버넌스가 잘 구축되어 인천이 아카이브의 모범 사례로 오르내리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

 

라군 (문화예술기획자)

 

 

서울도시건축센터  https://sca.seoul.go.kr/front/index.do

연예술 아카이브 네트워크 https://www.iha.go.kr/k-paan/

인천영상위원회 https://www.ifc.or.kr/user/index.php

 

* 이미지는 필자에게 제공받았으며, 출처는 각 기관 홈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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