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문화예술 전반에서 계획 수정과 활동 정체가 반복된 지난 1년간 인천 미술계 이슈는 크고 무거웠다. 우선 2025년 건립 예정인 인천시립미술관이 소장품정책연구용역을 마쳤고, 미술관이 들어설 뮤지엄파크의 국제설계공모도 진행 중이다. 또한 2021년 “매머드급 예술시장이면서 비엔날레” 1를 표방하는 인천아시아아트쇼가 개최되었고, 올해는 인천국제아트쇼(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인천아트페스타(인천미술협회)와 함께 두 번째 행사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과 인천아시아아트쇼 개최는 문화 균형 발전 실현을 위한 도시재생과 예술성을 겸비한 국제 아트페어의 인천 정착에 각각 목적과 기대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취지와 목표 구현을 위한 주제와 방법론을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화예술 사업 설계에서 기획 의도와 이를 구체화할 내용과 방법은 별개의 문제일 수 없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과 미술장터 개설뿐 아니라 인천 문화예술의 새로운 인프라 구축, 지역 콘텐츠 발굴, 전문 주체 양성 사업에서 종종 이 둘 사이의 연계성 부족 혹은 괴리는 반복되어 왔다.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별개의 사례가 드러내 온 한계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연례행사까지 기획 단계에서 해야 할 고민과 상상이 인천 문화예술 환경을 간과해 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수집 자료의 빈약함, 축적 연구의 일천함으로 지역 내 문화예술 관련 모색과 실행 단계에서 참고할 정보와 재구성할 맥락이 부재해 왔다는 점이다. 또한 이 둘은 모호하지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활동의 느슨한 과정과 결과에 그럴듯한 핑계가 되기도 했고,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이에 인천 문화예술 관련 자료 수집과 정리, 기록과 연구, 공유와 활용은 인천 문화예술 생태계의 성장과 확장의 맥락에서 주목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인천 문화예술 기록화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지역 내 산발적으로 제기되어 온 가운데 3년 계획으로 시작된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을 별건의 지역 문화예술사 발간 사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여기 있다. 또한 1981년 ‘경기도 인천시’에서 ‘인천직할시’로 승격 이후 2021년까지 인천 문화예술 활동을 정리·기록·출간하는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의 주관 기관이 인천문화재단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천광역시나 지역 내 문화예술 기관·단체 혹은 개인보다는 출범 20주년을 앞둔 인천문화재단이 인천 문화예술 환경에 관한 이해도와 문제의식이 상대적으로 넓고 깊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인천문화재단은 2022년 2월《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을 위한 콜로퀴움을 개최하면서 지역 문화예술사 기록화 관련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에서 지역 문화예술사는 인천 문화예술의 역사, 인천의 사회사, 인천 시민의 정신사, 인천 문화예술 환경의 변천사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이며, 해당 사업이 인천 문화예술계가 당면한 과제를 검토하는 동시에 문화도시 인천으로 도약하는 기획의 기초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인천문화재단을 비롯해 지역 문화예술계가 《인천 문화예술 40년사 편찬》사업에 대해 갖는 부담감과 사명감은 콜로퀴움 발제 내용에서도 일정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개최한 콜로퀴움은 지역 문화예술 환경 진단을 토대로 지역 문화예술사 정리의 의미를 함께 검토해 보려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사 기술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과 기본 정리가 채 안 된 상태에서 3년 동안 별도로 구성한 편찬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할 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수행되는 사업이 지역 콜로퀴움의 실행 제언을 얼마나 충실하게 담아낼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현재 인천에는 지역 문화예술 기록화를 위한 안정적 재정 지원과 제도적 기반, 전문 기관과 인력, 정례적 지역 내·외의 교류 채널 작동과 같은 충실한 토대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은 흠결 없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고’의 과정을 거쳐 실망스럽게 끝난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사 편찬의 시행착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지역 문화예술사는 시·군·구사에 귀속 출간되거나 단독 발간되어 왔다. 하지만 편찬 유형과 별개로 몇 가지 한계를 공통적으로 드러내 왔다. 편찬 기조의 불분명함과 전문성 부족과 같은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체계적이지 못한 기술 대상 분류와 선정 기준은 기존 편찬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생산해 왔다. 기존 지역 문화예술사에서 문화예술 범위는 종교와 민속까지 확장되기도 했고, 특정 장르로 지나치게 협소하게 한정되기도 했다. 또한 편찬 과정에 참여한 집필진의 관심사에 따라 특정 분야에 과도한 분량이 책정되어 타 분야와 기술 불균형이 초래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기술 대상도 지역 문화예술 기관과 단체, 지역 문화예술인, 지역 문화예술 행사 중심의 나열 기술이 주를 이루어 해당 지역 문화예술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이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인천 문화예술사 기술을 위한 충실한 자료 정리와 이를 토대로 한 명확한 집필 기준과 체계적인 분류 체계 마련 일 것이다.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 목적은 2024년 지역 문화예술사 발간이지만 추후 1981년 이전 시기 인천 문화예술사 정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인 만큼 최근 지역 기록화 패러다임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역이 고정불변의 개념이 아니듯 지역 기록화 방향도 수정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 지역 기록화는 편찬 사업과 같은 연구자가 주축이 되어 회고적 성격의 기술 중심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역이 상대적 관계적 맥락에서 파악해야 할 개념으로 인식되면서 지역 기록학 또한 지역의 역동적 생성과 변화에 부합하는 개방적이며, 지속 가능하며, 실천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3특히 지역 문화예술 기록화는 지역 문화예술 정책과의 연계 안에서 실질적 공유와 실천적 활용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4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사업은 인천 직할시 출범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인천 문화예술 활동상 정리하는’ 5 사업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해당 시기 ‘인천 문화예술의 변화·발전상을 집대성하는’ 6시도로 이해되기도 했다. 이처럼 편찬 사업에 대한 지역 내 기대치는 다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무엇이든 편찬 사업이 얼마나 지역 문화예술의 다면적 특수성과 확장적 관계성을 고려한 지역 기록화에 의지를 두고 추진되는지는 중요하다. 《인천문화예술40년사편찬》이 관행적 기념 편찬 사업에 그칠지, 실천적 지역 기록화 작업의 단초가 될지는 여기 달려있다. [ ]
늦여름 (미술평론가)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을 위한 토론회
일시: 2022년 2월 16일
장소: 한국근대문학관
인천문화예술 40년사(1981 - 2020) 편찬을 위한 콜로키움
일시: 2022년 5월 25일
장소: 인천생활문화센터 H동
*이미지 출처는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입니다.
- 김성호, K아트 세계로… 매머드급 '인천아시아아트쇼' 개막, 경인일보, 2021.11.19. [본문으로]
- 김창수, 문화예술 40년사 편찬을 위한 실행 제언,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을 위한 콜로퀴움 자료집, 2022. [본문으로]
- 정정숙, 지역 문화 진흥을 위한 지역학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4. [본문으로]
- 노영순·이상열, 지역 쇠퇴에 대응한 지역학의 역할과 문화정책적 접근에 관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8. [본문으로]
- 최태용,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작업 본격화, 경기일보, 2022.5.23. [본문으로]
- 김성호, 첫발을 내딛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 인천문화통신3.0, 2022.3.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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