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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느 누가 욕망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by 동무비평 삼사 2022. 5. 29.

 

2021년 9월 시작된 인천시립미술관 소장품 정책 연구용역 과업의 최종보고를 약 2개월 앞두고, 2022년 2월 인천시립미술관 소장품 정책 수립을 위한 세미나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여 개최되었다. 세미나는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박신의 경희대 교수와 인천미술연구자인 박석태의 발제 후 이경모, 김종길, 김장언, 차기율, 정현의 토론자별 10분여의 토론과 참여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코로나19 가운데, 약간은 침잠된 분위기였지만 각각의 열망(아직은 욕망이라도 명명하진 않겠다)들이 모여 각자의 에너지를 발산한 3시간이 넘게 진행된 뜨거운 토론이었다.  

 

 인천시립미술관은 무엇을 어떻게 수집해야 할 것인가? 그 무엇을 어떻게 수집하기 위해 우리는 절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불협을 최소한으로 만들 수 있는 묘안을 강구할 수 있을까? 그 묘안을 방패삼아 효과적이며 성공적인 소장품 정책 수립을 세워 미술관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을까? 또한 동시대 미술관의 수집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기류에 흔들리지 않고 방향성을 모색하고 그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 변화 가운데 실질적으로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등 수많은 난제들이 등장하여 당면한 과제 앞에서 실마리를 찾고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한 흔적으로는 남을 것이지만 절대 개운하지 않은 과정과 결말만 남긴 시간이었음은 의심할 여지없다. 

    

발제 1. 인천시립미술관 소장품 정책 수립의 방향 

이번 연구 책임자 박신의는 연구 과업에 따른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들을 발표했다. 본 연구의 추진체계 중 3단계로 전문가 자문과 함께 소장품 정책 기본구상 도출을 위한 과정이다. 이번 세미나가 완료되고 정책 기본구상 도출결과들을 검토 후 소장품 정책 구체화와 중장기 계획 수립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미술관 소장 패러다임과 인천미술의 현재를 진단하고 이후 인천시립미술관의 수집 제도와 소장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소장품의 수집은 인천 근현대미술, 국내·외 동시대 미술,  인천시립미술관 특화전략으로 구상하였는데, 특히 디아스포라 담론으로 연결된 특화전략 영역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였다. 본 과업이 완료된 후 건립추진단이 조직되고 1차 소장품 구입과 수중 계획서 마련을 통한 실행 후  2차 중기 시기 소장품 2차 수집이 실행되는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발제 2. 인천미술사를 통해 본 인천시립미술관 소장품 수집정책 제언 

박석태는 그동안 개인의 지역미술연구로 축적된 결과를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재구성한 발제문을 발표하는 형식을 갖추었다. 그의 지속적인 주장은 지역미술연구와 그 전문연구자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전문성과 더불어 지역미술의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 지역미술 학예기능 인력의 필요를 피력했다. 필요란 일반적으로 결핍에서 유래하는데 지역미술 연구의 전문인력 부재로 인해 훌륭한 콘텐츠와 자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망할 수 없었던 경험에 의해 표출된 자기의식같은 느낌도 받았다. 충분히, 전적으로 공감한다.일제강점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여지는 인천미술의 태동, 1946년 ‘인천 미술인 동인회’ 탄생과 대한미술협회 인천지부의 출발과 함께 한 해방 후 인천미술, 1960년 낭만적 예술의 시대 도래, 인천의 많은 원로 작가들이 기억하는 ‘좋은 시대’였던 1970년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앞세운 리얼리즘 계열의 단체와 전시의 출현, 인천의 정체성에 주목하는 전시의 탄생, 다양한 동인전과 시각단체의 결성, 청년작가들의 부상으로 인한 세대교체 등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1980년대, 전시공간의 양적 팽창과 각종 잡지와 매체로의 영역 확장이 나타난 1990년대,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을 필두로 지역 정체성에 관한 시각예술의 담론 형성이 일어났던 2000년대, 그리고 지금 인천시립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등장하는 수많은 논제 등을 해석할 수 있도록 시대적 흐름 속에서 주요한 사건들을 정리해 준 의미 있는 연구발제였다. 다만 그간의 개인적 연구 발표보다 그 연구 결과들을 통해 현재 논의하고 제안하는 것에 집중하였다면 더욱 깊이 있는 연구발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온라인 세미나 발제 일부  

인천시립미술관 소장품 정책의 효과적 수립과 실현 방안에 대한 5인의 토론 

발제후 5명의 토론자가 순서대로 본인의 토론문을 낭독하는 순서를 가졌다. 첫 순서는 인천미술의 역사와 연구 기능 강화를 통한 수집정책에 대해 이경모가 인천미술사에 대한 자료 확보와 신뢰성과 객관성을 담보로 한 전문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였다. 김종길은 경기도미술관의 퍼포먼스 작품 소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미술관 소장품 수집의 장르적 한계와 확장 접근법에 대한 제언을 하였고, 김장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인천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정책의 특화 전략을 위한 디아스포라 담론에 대해 컨템포러리 아트씬에서 잠재가능하며 도전적 시도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출하였다. 차기율은  소장품 정책 기조 가운데 디아스포라 개념의 활용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하며, 디아스포라에만 집중하기보다 인천이라는 지역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특수성을 강조할 수 있는 개념으로 ‘평화도시’와 ‘생태도시’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적 모색들에 대한 의미를 촉구하였다. 평화라는 개념을 상위 개념으로 설정하면 이데올로기 전쟁과 산업화가 남긴 상흔을 체화한 하나의 집단으로서 인천의 디아스포라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정현은 지역미술관은 지역성에 뿌리를 두어야 하며 지역 미술사 연구와 작가 발굴을 위한 연구자 양성,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기획전시, 지역의 관련 전공 활성화의 촉매작용의 역할을 위한 미술관의 모델들을 제시했다. 

 

 발제와 토론이 끝난 후 진행되었던 질의응답 시간은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필자는 온라인으로 참여한 터라 현장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넘어 전해져오는 소리는 현장이 어떤 분위기였는지 충분히 예측할수있었다. 질의는 지역원로작가와 미술관계자의 것으로, 두 가지의 주제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생존여부와 위기의식 속에서 인천지역작가의 세계성과 유명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며 인천시립미술관의소장리스트에 지역작가의 작품이대거 포진되어야함을 강하게 촉구하였다. 두 번째 그룹에서는 인천시립미술관의 특화 전략으로 확정되는 과정 속에 있는 디아스포라 담론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합의를 통해 재도출하자는 의견을 주었던 질의자가 있던 반면, 앞서 토론자로 나선 차기율 교수의 평화와 생태도시를 특화 전략으로 삼아 디아스포라까지 포괄하자는 제안에 대해 반발하는 질의자도 있었다. 현장은 긴장감 속에 차분히 진행되었던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음향과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과 불만을 표출하며 토론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세 시간이 훌쩍 넘게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숙고해보면 형식은 매우 잘 갖추어졌지만, 모든 욕망들이 세련되지 못 하게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올라 기이한 형태로 보인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다. 미술관 건립은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의 미술관들이 나름의 정치를 위한 과정들에 치여 탄생도 전에 성장통을 먼저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위기 속에서 살아내고 있다. 그 안에 미술관들 또한 공통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인천시립미술관의 방향성과 소장품 정책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저 깊숙한 곳에서 욕망이 일어나더라도 당장 개인의 것으로 표출할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어야 변별력과 경쟁력을 갖춘 미술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전에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태초에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가질 수 있게 허락하였지만 단 하나, 선악을 알게 하는 과실은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 선악과 하나 먹어보겠다고 세상 모든 것을 다 포기한 미련하고 어리석은 자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0년 후, 아니 그보다 수없이 많은 시간이 흐르고 흘렀을 때의 인천시립미술관이 가지는 가치와 당장 나의 욕망의 가치의 차이가 얼마큼인지를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들이었으면 한다. 당장 눈앞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해 어리석음을 범한 아담과 하와가 지금 나와 우리가 되지 않기를. [ ] 

 

프릴라 (미술계 종사자)

 

 

 

인천시립미술관 소장품 정책 수립을 위한 세미나   

날짜 : 2022년 2월 23일 수요일 14:00 - 17:00

장소 : 인천문화예술회관 회의장(온·오프라인 병행(ZOOM))

주최 : 인천광역시 

주관 :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 이미지는 필자에게 제공받았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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