ᄃᆞ소니는 ‘사랑하는 이’라는 뜻이며 흐놀다는 ‘몹시 그리워하다’라는 순우리말이다. 떠나간 반려동물을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을 탁 놓고 편히 울고 나아가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ᄃᆞ소니 흐놀다’로 했다.
한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연을 맺게 된 첫 반려묘가 벌써 12살이 되었다. 3년 전부터 만성질환을 관리하면서 문득 이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면서 펫로스프로그램(Pet Loss Program)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체계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실시한 <인천문화예술교육LAB>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된 무용분야 신현경 선생님과 이 연구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펫문화와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 관공서와 일반인의 인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지금 많은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들은 비교적 건강한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며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ine)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게 될 반려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직까진 찾기 힘들었다. 간혹 펫로스프로그램(Pet Loss Program)을 찾았더라도 비정기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리 상담의 연장선인 경우였다.
이 연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복지 선진국인 외국의 사례(특히 북미와 호주)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외국의 경우는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함과 동시에 온라인도 운영하고 있었다. 24시간 상담사가 있어 펫로스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자신의 슬픔을 마음껏 털어놓아 도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또 온라인으로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이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우울증으로 깊어져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2012년 부산에서 발생한 20대와 40대 여성의 자살로 인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관심은 오래가지 않은 듯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이 슬픔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커뮤니티에 넋두리로 글을 남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많은 단체들의 노력으로 긍정적인 펫 문화가 형성되었지만 아직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유난 떨거나 유별나다고 여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펫로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다 마음연구소> 소장 김소율 교수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반려동물이 떠나가 너무 슬프고 죽을 것같이 괴로운데 이 심정을 말할 곳이 여기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펫로스프로그램이 끝난 뒤 지속적으로 그들과 연결하여 대화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우리는 김소율 교수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반려동물과 만남에서부터 이별할 때까지 5단계로 나누어 만화와 무용을 융합하였다. ‘만남’에선 반려동물과의 첫 인연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포토 툰으로 만들고 명상과 핸즈온 마사지로 마무리한다. ‘행복해 사랑해’에선 반려동물과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행복한 책으로 엮고, 나를 행복하게 한 반려동물의 행동을 따라 해보며, ‘미안해’는 반려동물에게 미안했던 기억을 버리는 시간으로 그 기억을 나쁜 기억상자에 버리고 ‘토닥토닥 괜찮아’라고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진다. 나에게 와줘서 고마운 마음을 ‘고마워’에서 마음껏 표현하며 ‘기억할게’에서 미니 추모식을 함으로써 반려동물과 충분한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펫로스프로그램은 끝이 나지만 이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분들과의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후속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 연구를 하면서 우리나라 펫 문화의 현주소, 서울과 인천 그리고 지방의 펫 문화 수준과 인식의 차이, 펫로스증후군과 펫로스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연구였지만 짧은 기간으로 인해 포커스 그룹과 인터뷰나 조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펫로스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해 이 프로그램의 보완점을 찾아보지 못했다는 것과 펫로스프로그램이 끝난 뒤 후속 프로그램을 연구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얼마 전 포털사이트 한 커뮤니티에 직업군인인 지인의 아버지가 짬타이거였던 반려묘를 떠나보내고 우시면서 자식을 먼저 보낸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말해 매우 놀랐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펫로스는 더 이상 일부의 유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펫로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그들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펫로스프로그램이 더 많아야 하며 온라인으로도 펫로스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 ]
엄은현
프로그램 : 인천문화예술교육LAB
강사: 김소율(플로리다 마음 연구소 소장)
주최: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 본 노트는 2018년에 작성한 원고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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