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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형상·형상(Form·Form)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17.

전시의 주제이자 전시명 <형상·형상(Form·Form)>은 현실 너머 하나의 이상적 개념인 ‘idea’와 외견, 외형을 뜻하는 현실태의 형상’(形象/形像)이 결합하어 마치 강조하기 위해 반복되는 진짜 진짜와 같은 부사처럼 붙여졌다. 전통적으로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개념이 이어져 와 칸트에 와서는 질료(Materia)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형상은, 직접적인 지각으로 떠오르는 원형의 개념 그 사이를 횡단 하며 수많은 사유의 가능성을 조종한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참여 작가 박지애, 이병찬, 조성현은 형상이 작품으로 이루어지거나 접근해 가는 과정의 재현 가능성에 주목하며, 결과지어지는 형상의 개념을 탐구하였다. 결과적으로 위 개념에 의하면 이들의 형상에 대한 탐구는 재현 의지로 이어지지만 원형을 지시하는 결과물 즉 모방과 복사된 존재로 비춰지기에 형상의 재현은 이미 실패로 끝난다. 그렇지만 이들이 재현하거나 표현하는 형태와 현상을 들여다보며 형상에 대한 근원을 전시를 통해 묻고자 한다.

전시장 초입에서 마주하게 되는 박지애<가변적 공간분할을 위한 파티션>(2019)<비정형 스토리지를 위한 전개도>(2019)는 작가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형상을 촉발하는 평면이 될 것인가, 형상을 유보하는 평면이 될 것인가?” (박지애 작가노트 중)

 

유추해 보면, ‘형상을 유보하는 평면은 작품<비정형 스토리지를 위한 전개도>형상을 촉발하는 평면은 작품<가변적 공간분할을 위한 파티션>을 가리킨다. 형상은 작가의 작업에서 일어날 수 있거나/이미 일어난 형태로 즉 이분법적 구조를 가능하게 하며 그 존재감을 새롭게 드러낸다. 동시에 작품의 원천이자 의도에 밀접하게 부합하는 세라믹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형태의 가능성을 감상하게 한다. 이병찬의 작품 <크리처>(2019)<크리처>를 위한 드로잉과 3D 모형(2019) 과 함께 나열되며 완성된다. 마치 <크리처>를 절개하여 분리된 내부의 요소요소를 꺼내어 놓듯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내는 작품들은, “여러 가지의 불편한 장면과 다양한 일상의 풍경을 마구 혼합시켜 하나의 생명체를 만든다.”는 작가의 언급처럼 이미지를 선택하고 탈각하는 과정의 반복으로 탄생한 작품에 내재한 형상을 상기시키며 새로운 사유의 틈을 개방한다.

 

한 걸음의 폭의 공간에서 나의 작업을 어떻게 보여줄까? 밤이 되면 햇빛은 사라지고 거리의 시끄러운 광고판 조명이 공간 안으로 들어온다. (...) 꼭 이곳 이여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주변의 스쳐 지나간 바다 냄새가 났다.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아무래도 바깥의 날씨와 시간을 작업에 데려와야겠다. 야속할 정도로 인정사정없이 들어오는 바깥의 빛과 현재의 색을 통로에 채워 넣기로 했다. 빛의 삼원색과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의 경계와 그라데이션을 보여줄 것이다. 팔레트의 물감이 섞이듯 서로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빛의 경계와 그라데이션은 하나의 뭉텅이가 된다. 그냥 가만히 느껴본다. 차분히 눈을 떠 공간의 색을 경험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조성현 작가노트 중)

 

전시에서 조성현은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정확하게는 특정 시공에서 부유하는 흔적과 감각을 현재로 소환한다. 따라서 쉽게 왜곡되거나 질서 없는 가상의 것을 추적하기에 그의 작품은 무엇을 볼지보다는 어떻게 볼지로 관점을 전환케 한다. R, G, B 색 빛을 발하는 3개의 형광등인 작품 <컬러 팔레트>(2019)는 외부에서 조달된 빛으로 인해 형광등의 온전한 빛을 극명하게 느낄 수 없지만 (외부) 빛과 (삼원색) 빛이 섞이며 또한 함께 설치된 포그머신의 연기로 인해 혼탁해지며재현하려는 대상 자체 즉 보이지 않는 형상을 추적하려는 모호한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 ]

 

한주옥

 

 

전시: 형상·형상 (Form·Form)

기간: 2019.12.15. - 2019.12.28.

작가: 박지애, 이병찬, 조성현

기획:한주옥

장소: 임시공간

참고:인천문화재단 2019 예술창작표현 지원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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