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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쉼과 봄의 공간, 인천서점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24.

'인천서점'은 인천 중구 개항장 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구는 인천역과 차이나타운, 바다를 배경으로 자유공원의 나지막한 숲이 뒤로 드리워져 운치있는 곳인데, 100년 가까이 있었던 오래된 창고를 활용한 예술창작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인천아트플랫폼 안에 있는 작은 카페 겸 서점이 바로 '인천서점'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은 개항기 인천의 흔적과 역사적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인천역을 중심으로 신포동, 차이나타운, 동인천, 싸리재 길, 배다리 헌책방 골목까지 구도심 골목 구석구석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광 명소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인천 출신이면서 이곳에서 살면서 인천 책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모습이 좋기도 하면서도 늘 뭔가 허전하고 아쉬웠다. 이런 허전함을 달랠 방법을 궁리하던 중 인천 책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손쉽게, 그리고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직업이 책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겠지만, ‘인천을 제대로 알리는 데에 책만큼 괜찮은 방법이 또 있을까 싶어서 저지른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준비한 공간이 바로 인천책과 커피가 있는 집 인천서점이다. 인천서점은 판매하는 책을 중심으로 하는 서점은 아니다. 인천 관련, 인천의 저자들이 쓴 책을 구비한 서점이기 때문에 '인천도서 전문 전시점'에 가깝다. 인천 작가의 작품집과 인천 이야기를 모아 전시하고 판매하는 독립서점이자 카페를 겸한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판매할 책이 많은 서점이 아니라 이야기 나누고 들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많은 책들의 집, 즐거운 수다와 독서가 있는 독서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작가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꿈꾸며 만들었다. 인천에 관련된 다양한 출판물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기도 했다.

 

인천서점201811월 오픈하고 12월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2019년 동안 총 8회에 걸쳐 전시와 북콘서트, 공연 등의 행사를 열었다. 소설가 정이현, 최은영과의 북콘서트는 좋은 작가의 귀한 이야기를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인천에서 성장한 김금희 작가의 북콘서트에서는 인천이라는 공간이 작가의 글을 통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자리에 찾아와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또 놀라기도 했다. 자신의 사연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질문은 물론이고, 작가들의 생생한 경험과 고민에서 우러나온 대답들은 문학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또 좋은 공부가 되었다.

 

올해에는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임시정부의 지도자 백범을 소재로 출간된 도서를 소개하는 전시 <김구를 만나는 다섯가지 방법>을 기획해 31일부터 411일까지 열었었다. 특히 백범 김구 도서전은 백범과 관련한 서적 120여권을 5가지 주제로 분류했는데, 백범이 자신의 생애를 직접 기록한 백범일지의 시대별, 출판사별 다양한 버전을 만날 수 있는 코너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백범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 백범일지와 위인전 코너도 마련했다. 평전과 연구서, 일대기를 서술한 책들과 백범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 애니메이션을 망라해 준비했는데, 백범 관련 서적을 총망라한 전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런 전시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많은 제안을 해주신 분들 덕도 있지만, 인천서점이라는 곳이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의 장소적 의미도 컸다. 많은 사람들이 작고 소소한 전시와 책모임, 책 이야기에 생각보다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작은 규모의 행사일수록 친밀도가 높고, 준비한 사람들과 관람하는 사람들의 거리감이 훨씬 적어서 서로가 많은 내용이나 과정을 공유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다. 관객이 그저 구경하는 역할로 끝나지 않고 진행 과정에 깊이 개입하면서 함께 한 시간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고, 다음 프로그램이나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고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것 또한 장점이었다. 출판사를 운영할 때는 몰랐던 독자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의 재미를 좀 더 느끼기 위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작은 모임을 인천서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고립감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소하고 작지만 소중한 경험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면 개인의 만족을 넘어 사회적 아픔을 치유하는 작은 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인천 관련 책과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인천서점'이 앞으로 계속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어지길 희망한다. [ ]

 

윤미경

 

* 본 리뷰는 2019년 작성한 원고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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