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

Other Residence Other Locality 그리고 Other Mapping 1.0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31.

잠시 인천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침 인천아트플랫폼이 10주년 기념 전시를 진행하는 해였다. 인천에서 미술학도의 길을 걷고 있던 대학생인 내게 인천아트플랫폼은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대상이었다. 그렇게 열 해가 흘렀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오버드라이브 2009-2019: 여행하는 주체들, 창조자, 장소의 경험>이라는 제목으로 10주년 기념 전시가 열렸다. 그 중 확장하기섹션의 협력기획을 맡은 채은영 큐레이터와 함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이 전시를 함께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멀게만 느껴졌던 인천아트플랫폼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이 곳에 다시 왔을 때, 내게 주어진 일은 전시의 ‘Other Mapping 1.0’ 섹션 큐레이팅이었다. 이 섹션은 두 가지의 다른 매핑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들 중, 개항장문화지구를 기준으로 인천에서 작업하며 활동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매핑이다. 다른 하나는 인천에서 준()인천시립미술관의 역할을 해온 인천아트플랫폼을 둘러싼 다양한 워딩들로 인천아트플랫폼에 대한 기대 등을 보여주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 매핑이다.

 

먼저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매핑은 인천아트플랫폼 입주를 기점으로 인천에 더 머물고 싶어 하거나 인천을 기반으로 근 십여 년간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예술가들에 집중했다. 다만 이것은 전시 서문에서도 언급되어있다시피 임의적이고 자의적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들 모두를 다루지 못해 작가군이 협소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예술가들의 활동이 인천의 시각예술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예술가들의 활동 과정과 그에 대한 결과물은 김보민 작가의 도움을 받아 인천과 서울을 잇는 구상적이면서 비구상적인 지도 위에 얹혔다. 이 지도는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바다, 하늘, 육지처럼 보이는 화면의 끝에서 시작한다. 비구상적인 화면으로 시작하여 라인테이프를 이용해 인천아트플랫폼 근처는 비교적 구상적으로, 그 외 장소는 다시 비구상적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을 거쳐 간 작가들의 활동 전반을 여기에 표시했다. 둥글고 작은 오브제들은 어림잡은 그들의 발자취며, 그 주변에 놓인 것은 작가들의 활동 결과물들이다. 그리고 전시장 한쪽 벽면에 라이브러리를 마련하여 더 많은 결과물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했다.

 

지역 예술계에서 인천아트플랫폼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여전히 크다. 논의만 무성한 인천시립미술관이 아직도 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트플랫폼을 둘러싸고 오간 수많은 말들 중에서 앞서 설명한 인천 예술가들의 활동 매핑 근처에 이 말들을 드러내고자 현수막에 인쇄하여 매핑했다. 현수막의 특성은 물질 자체는 가벼워도 무거운 내용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이용하여 인천아트플랫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가볍지만 힘 있게 나타내고자 했다.

 

매개자의 입장에서 워딩들의 성격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총 스물다섯 개의 문구들을 선정한 후 이것들을 관람자의 동선 흐름에 맞추어 구성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오가는 다양한 말들을 가까이서, 멀리서, 또 그 안에서 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워딩들을 자연스럽게 손으로 만지거나 밟는 등의 행위도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최대한 친절하게 이 장으로 끌어들였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점들 또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개적인 전시에서 보여지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론의 장이며, 앞으로 인천아트플랫폼 확장의 행보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방식과 기대로 ‘Other Mapping 1.0’ 섹션을 큐레이팅했다. 그동안 나는 늘 어디에 내가 있음보다 내가 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지역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큐레이팅으로 내가 어디에 있음에 대해서 더 생각할 수 있었고, 이 부분 역시 큐레이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걸상에서 현장으로 옮기는 참 값진 발걸음이었다. [ ]

 

정다운

 

 

전시: 오버드라이브 2009-2019: 여행하는 주체들, 창조자, 장소의 경험, 섹션 3. ‘확장하

기간: 2019.9.25 – 2019.10.27 

작가: ‘Other Mapping 1.0’ 곽이브, 공주형, 길다래, 진나래 外

       ‘Other Aritst’ 김원범, 노기훈, 박혜민, 윤대희, 이설야, 황문정

장소: 스튜디오(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58)

기획: 채은영

진행: 정다운, 김보민(지도 기록)

주최: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확장 섹션 전시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실  (0) 2021.02.07
두고 볼 일이다.  (0) 2021.01.31
쉼과 봄의 공간, 인천서점  (0) 2021.01.24
청년과 지역 연결하기  (0) 2021.01.24
형상·형상(Form·Form)  (0) 2021.01.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