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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두고 볼 일이다.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31.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 되면 기관이나 기업할 것 없이 앞다투어 다양한 형태의 자선행사를 벌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미술품 자선경매 행사를 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부평구 문화재단의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이다.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에서 진행되는 미술품 자선경매는 지역 문화예술기관으로써는 이례적으로 미술과 지역 예술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층위에서 이끌어내는 행사이자 전시이다.

미술품 경매를 위해 진행되는 전시들, 프리뷰 전시와 경매 후 전시가 과연 시각예술장르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의 답은 불분명하고 모호하다. 그러나 시각예술의 수많은 정책들 가운데 지역 미술 활성화를 위한 확고한 목표와 취지를 가진 정책적 시각예술 장르의 프로젝트로서의 의미와 가치는 분명하고 확실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이라는 300만의 거대한 도시에 미술품이 문화 소비재로서 거래되는 시장의 역할을 주도하는 화이트큐브 즉 상업 갤러리의 눈에 띄는 존재가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이러니 이다. 부산과 대구만 하더라도 조현갤러리, 리안갤러리, 소헌컨템포러리 등 국내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갤러리가 있고 국내 탑 갤러리인 국제갤러리도 부산점을 개관하였다. 물론 인천은 수도와 매우 근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이 이 만의 미술시장을 형성하기에 넓게는 문화예술 전반의 모든 사업들에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당연시되어 전개할 동력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평구 문화재단이라는 공공영역이 건강한 미술품 유통의 생태계를 위한 지역 미술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미술품 경매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 대단한 용기이자 도전이라는 사실엔 아무도 반기를 들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이른 연말 행사로 진행되는 올해로 5번째 부평 옥션 화이트세일에 직접 참여해보았다. 이미 서울옥션, K옥션 등 메이저 경매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공기부터 매우 어색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경매사의 낙찰봉을 두드리는 소리로 경매가 시작되자 훈훈했던 분위기는 경직되었다. 비딩을 하는 사람의 수는 미미하고 자리에 앉아 참여하는 사람이든 뒤에 서서 관전하는 사람이든 그들의 표정에서는 어색한 표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무엇이 이들과 이 공간을 이토록 경직되게 한 것일까? 미술품 경매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진행되는지 아는 일반인들은 드물다.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듯한 장면이 연출되나 작품 가격을 물어보거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진입 자체가 여전히 어려운 숙제이고 어색한 일들일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미술품이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 또한 낯설며 미술품 가격에 대한 심리적인 위축감은 더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의 악재가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공공의 문화 재단이 이 사업을 펼치기에는 수 해 동안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어려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행사와 전시는 4년 동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수익금 4571만원의 50%를 낙찰자의 이름으로 기부하였고 나머지는 작가들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자연적으로 기부금과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작품료는 증가할 것이고 이 행사가 인천을 넘어 국내 유일한 공공기관의 콘텐츠인 만큼 관계 기관과 담당자들은 사명감과 아울러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더 많은 시민들과 작가들과 지역의 기업들이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겠지만...

 

2018년 마지막 달, 부평구 문화재단의 새로운 수장으로 행정 전문가가 선임되었다. 어느 기관이나 기업이든 수장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사업의 방향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예술을 통한 나눔 확산이라는 부평 옥션 화이트세일의 의미와 취지가 새로운 수장의 나아갈 길과 부합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 ]

 

로렌킴

 

 

행사: 5th 부평옥션 화이트세일: 미술품자선경매

기간: 2018.11.2  11.8 / 11.9 / 11.10 - 11.25

장소: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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