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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서점을 다녀와서

by 동무비평 삼사 2020. 12. 20.

 

1. 인천서점을 다녀와서

 

2016년 일년간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생활하다가 201812월 오랜만에 인천아트플랫폼을 방문했다. 거의 2년 만에 와보니 여기저기 공공미술작품들이 새로 생기거나 사라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커피숍이 있던 자리에는 인천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서점이 생겼다.

인천서점이라는 이름이 서점의 성격과 꽤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았다. 개항지로서 국내에서 외국의 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전국으로 퍼뜨리는 출발점이 되어왔던 인천, 지금도 세계의 여러 인종들이 쉼 없이 드나들며 서로 간의 문화가 겹치고 뒤섞이는 인천에 대한 책들을 한곳에서 수집함으로써 쉽게 정보를 보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은 매우 뜻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시민들에게 인천에 관한 역사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천에 대한 문학과 출판의 박물관처럼 엄청난 지식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2. 누군가에게는 들어갈 수 없는 서점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다르게, 인천서점의 디자인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인천서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고 책을 사거나 읽기에는 불편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예전의 커피숍보다도 나쁘게, 어떤 이에게는 안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아치형 출입구는 폭이 너무 좁아 드나들 때 옷이 쓸렸다. 그 비좁은 출입구 디자인이 어린아이들이 설레는 비밀 아지트와 같은 아늑한 느낌을 주는 설계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두에게 보편적 접근성을 갖는 유니버설 디자인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휠체어 하나 들어가 앉을 수 없는 이러한 설계가 과연 인천에 관심 있는 다수의 독자와 고객들을 위한 디자인인지는 의문이다. 서점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고 가팔라서 무리하게 설계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뜨거운 찻잔을 들고 이곳까지 올라올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거친 마감의 벽면이다. 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면 위에 굵은 알갱이가 보이는 흙을 덮어 미장을 했다. 함께 했던 일행이 좁은 입구를 돌아서다가 손등을 벽면에 부딪히며 살이 파였다. 흙더미 같은 벽면의 날카로운 돌 알갱이에 파인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북아프리카 모로코 등지의 흙 건축 양식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흙을 층층이 다져 건물을 세우는 북아프리카 자연환경의 맥락에서 비롯된 건축양식을 손쉽게 차용해서 합판과 흙색 페인트로 이국적인 그 겉모양을 흉내 낸 카페 디자인이다.

 

북아프리카의 요새 도시를 모티브로 했다는 건축가의 말에 인천의 동화마을이 함께 떠올랐다. 밑도 끝도 없는 동화 속 이야기와 주인공들을 합판과 페인트로 길거리에 만들어서 그곳에 사진 찍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보겠다는 동화마을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왜 인천에 북아프리카 흙 건축이 들어서야 하는 것인지, 대체 왜 이 거친 벽면이 인천서점의 특징이 되어야 하는지, 결국 사고가 한번 나서 정식으로 시민들의 민원을 받아봐야만 그 문제를 되돌아 볼 것인지를 개항장 도시재생의 하나로 이 인천서점을 기획한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에 생각을 물어보고 싶다.

 

 

3. 되돌아보는 도시재생

 

  도시재생이라는 말은 몇 년 사이에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이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토목공사의 또 다른 말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그래도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 안에서의 도시재생은 신축공사 등의 하드웨어적인 접근 방법보다는 뭔가 달라도 좀 다른 맥락에서 감동적이고 세련된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출신의 수많은 작가들이 10년 가까이 배출이 되었으니 충분히 그럴만한 인프라를 갖추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인천서점 인테리어에서 볼 수 있었던 접근성과 마감의 문제는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도시재생과 시민을 대하는 철학의 빈곤함이 다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말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을 만들겠다고 하고서, 카페 몇 개 더 들어서고, 힙한 식당 몇 개 더 들어서는 것으로 모두가 바라는 성공적인 도시재생은 아니지 않겠나 되돌아봤으면 싶다. [ ]

 

최선

 

* 본 리뷰는 2018년 10월 방문 이후 작성한 원고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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