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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 마이 시티

by 동무비평 삼사 2021. 2. 28.

다르다는 것이 더 이상 차별과 혐오가 아닌 차이로서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비로소 다양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 한다. 생활 양식 속에서 당연히 라는 말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각자의, 개인의 살아가는 방식은 점점 더 다양해졌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며 교류하는 공간을 도시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도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포함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과 타인과의 교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실존하게 된다. <오 마이 시티>는 이러한 도시 속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이 가득한 공간으로 도시를, 이미 익숙해진 관계를 다시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 된다.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진행된 <오 마이시티>는 다양한 국적, 다양한 개성을 가진 총 5명의 작가가 참여한 도시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그 중 가장 상반되는 2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클 엘름그린과 드라그셋(Michael Elmgreen & Ingar Dragset)이 결성한 2인조 작가그룹 ‘Elmgreen & Dragset’의 PARADISE WALK에 설치된 는 홍콩, 런던, 상하이 같은 국제 금융센터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된 가상의 도시를 축소하여 뒤집은 형태로 재현했다.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조명들로 가득 찬 전시실에서 시선은 작품으로 집중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좋은, 최신의 것으로 분류되는 빌딩들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있다. 그리고 관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걸으며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 건물들 속에서 현대의 사람들은 굉장히 바쁘게 순환한다. 질서, 규칙, 생산, 소비의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에게 매일 걷는 당연한 도시가 아닌 위를 바라보아야 공유되는 당연하지 않은 도시를 제시하고 체험하게 한다. 빼곡하게 바쁨이 가득 찬 건물들이 모인 가상의 도시를 보여주지만 이것들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을 도시의 관찰자로 등장시켜 도시 속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전시실을 가득 채운 시오타 치하루(Chiharu Shiota)의 작품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압도 당한다. 수천 개의 흰 색실로 가득 찬 는 공간 자체가 흰색이 된 것처럼 비현실로 다가온다. 실이라는 소재가 주는 묘한 따듯함과 선에서 오는 날카로움은 대립하는 이미지의 충돌이 느껴진다. 시오타 치하루는 이러한 복잡하게 얽힌 이 선들을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자 사회 속에서 겪는 갈등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설치 작품의 중심에는 아주 작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많은 미니어처 가구들이 서로를 빨간 실들로 엮어져 있다. 공간의 기억을 담고 있는 이 가구라는 소재를 사용해 인간의 내면은 어떠한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외부로부터 상처받는 도시 속 소외된 개인의 불안함을 보여준다. 도시라는 큰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살아가면서 겪었을 수많은 상처와 경험들은 소외된 인간으로 응축되어 돌아온다.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인간은 좋지 않은, 감춰야 할 것들로 여겨진다. 소외, 불안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늘 앞으로 나아가야 할 좋은 미래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여겨지기에.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상처와 경험 들의 축적을, 개인의 불안함을, 예술로서 승화시켜 보여준다.

 

앞서 말한 두 작가의 작품은 같은 도시라는 주제 안에서 사람들을 담고 있는 큰 집단인 도시를 바라보는 개인과 도시 속에서 외면받고 상처받은 개인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들은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 사회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절대적으로 같은 가치는 없기에 각자가 바라보는, 느끼는 가치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오 마이시티>는 이미 익숙해진 공간을 각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인 도시에 대한 새로운 분류법을 보여준다. 거대한 도시라는 서사 속에서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시라는 공간의 다양한 해석을, 그 시대를 읽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 ]

 

고유진

 

 

전시 : 오! 마이시티

기간 : 2020.6.18 - 10.4

작가 : 아니발 카탈란, 엘름그린&드라그셋, 이배경, 시오타 치하루, 파블로 발부에나

장소 :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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