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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찰나의 순간, Back To The Past

by 동무비평 삼사 2021. 6. 27.

기술 발전은 기록의 주요 수단이었던 종이와 연필을 디지털(스마트폰, 특히 sns)로 대체시켰고, 그로 인해 기록할 대상 선택에 있어 제약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는 곧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맹목적 추구의 도래로 이어졌다. 과거의 경우, 기억(머리), 소리() 등 신체의 여러 기관의 감각들에 의존한 기록이었다면, 지금은 시각()으로의 제한과 집중으로 인해 시각적 충격을 주기 위한 자극성과 초 단위의 실시간 기록의 가능으로 인한 무분별과 무차별이 두드러졌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경쟁적 혹은 강박적 기록하기에 매달리기 시작하며 개인 즉, 나의 기록은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찰나의 순간들의 무조건적인 추구에서 비롯된 모순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차원의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하게 된 것이다.

 

연합신문에 입사(1970)한 이후 경기신문( 경인일보), 인천일보, 기호일보, 경도신문 등 여러 신문사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사로 활약해 온 박근원 작가의 작품 기증으로 성사된 전시 <찰나의 인천>은 가벽 없이 확 트인 공간인 제 2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아카이빙 자료들은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간략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전시 속 아카이빙 자료만으로는 작가에 대해 충분히 알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어 더 많은 자료들을 함께 전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각주:1]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눈을 돌리면 1960-80년대 인천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대조였다. 빛바랜 흑백 사진들은 잊혀져가는 과거 인천을 상기시키는 반면, 본연의 색들로 가득 찬 생생함은 앞으로의 달라질 인천의 미래를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게 한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서 비롯된 흑백에서 컬러 순의 배치는 전시장의 구조와 상응해 필자에게 의도치 않은 효과를 안겨 주었는데, 마주하는 두 벽의 컬러와 흑백의 대조는 마치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전시장 한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를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일상(생활(남동 염전, 이발, 철길 등), 학교(졸업, 등굣길 등) 나들이(수봉공원, 인천공설운동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과 서울수복기념 제3회 마라톤대회, 인천일가족살인, 5.3 민주항쟁, 인천대 학원 민주화 운동, 강화 카페리 2호 전복 등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달려가 그 순간을 함께 했던 작가의 모습, 그리고 사건들을 거짓과 왜곡 없이 바라보고, 담아내어 기록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느껴졌다. 이처럼 시간의 경과에 따라 휘발되어 버리는 사람의 기억과 시각과 달리, 카메라는 순간의 대상을 포착해 자연스러움의 결정체로 만듦으로써 보는 이에게 전달한다. 그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잊혔던, 혹은 알지 못했던 그날, 역사의 순간들 속을 거닐게 해준다.

 

어쩌다 지금의 기록(인증)은 반대의 노선을 걷게 된 것일까. 이는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의 도래와 만연함에서 기인된 것으로, SNS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사건의 순간들은 마치 한 사람이 찍은 것인 마냥 배경도, 소재도, 모든 것이 동일한 패턴이다. 천편일률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좋아요의 공감을 표한다. 그러나 공감인정’, ‘관심 받기로 발전하면서 관심병관종이 등장했고, 이는 곧 일상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 지금의 기록은 철저한 객관성을 기반으로 한, 현실에의 충실 보다 감성에의 호소에 집중하며 세련되고 깔끔한 미니멀리즘의 이미지들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보는 이들의 구미에 맞는 기록 사진들만을 양산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허구와 허영으로 뒤덮인 찰나의 순간들은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에 어려움은 물론, 그에 대한 피로감과 관련 사건 및 사고의 피해에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오용(혹은 남용)된 찰나의 순간의 홍수 속에서 표류 중이다.

 

기록의 사전적 정의(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와 달리, 우리는 이후를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보아야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다음의 세대에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일침의 역할과도 같다. 한 사람의 순간의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있듯이, 지금 우리의 찰나의 순간들을 다음 세대에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재고가 시급하다. [ ]

 

도듀이

 

 

찰나의 인천 – 사진기사 박근원의 사진첩

기간: 2021.4.13. - 2021.06.20.

장소: 인천광역시립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작가: 박근원

 

* 이미지는 인천광역시립박물관이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1. 인천에 연고를 둔 이에게는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킬지 모르겠지만, 다소 부족한 설명으로 인해(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박근원 작가가 아닌 다른 작가들이 촬영한 컬러 사진의 경우, 그들과 박근원 작가와의 연결고리와 그들의 인터뷰 혹은 소개 없음 등이 이에 해당) 타지인에겐 불친절한 전시로 각인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필자는 ‘초점’의 측면에서 아쉬움의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기타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기보다 작가가 기증한 자료 중심으로의 구성 그리고 작가의 소개보다는 인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 이 두 가지로 인해 아카이빙 섹션과 후반 섹션의 부족함(전시 구성의 불균형)이 발생된 것으로 추측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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