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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주민의 동의, 참여가 곧 공공성의 확보로 이어지는가

by 동무비평 삼사 2021. 7. 25.

COVID-19로 위축된 예술계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일자리 지원 명목으로 기획된 ‘우리동네 미술'20216월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마무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국비 53억1500만 원을 포함해 총 66억1400만 원을 투입했고, 공모를 통해 총 17개 팀이 선정되어 13개구군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사업이 종료된 현재 시점에서 13개 구군에서 진행한 사업의 결과를 보도자료로 홍보한 곳은 몇 군데에 불과하고, 구청 홈페이지 등에서 공모결과나 추진계획에 대해서만 언급되어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20201124일자로 공개된 '우리동네 미술' 공모 선정 결과는 아래와 같다.

 

구‧군 내용
중구 중구-1<판도라의 숲(입식회화조형물)>
서구 서구<도심 속, 명상과 치유의 예술공간>
동구 동구-1<초량천 예술정원>
부산진구 부산진구<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부산진구 미술’>
동래구 동래구-1<도심 속 작은 공원>
남구 남구<평화의 미술정원>
북구 북구<공감의 시작, 아트 감동진>
해운대구 해운대구<공공미술프로젝트- 솔냥이의 꿈>
사하구 사하구<낙동강 하구 공공미술 프로젝트 ‘Sunset Museum’>
금정구 금정구<ART STREET - 금정이야기>
수영구 수영구<민락수변공원 돗자리공공미술 프로젝트:Waterfront door>
사상구 사상구<거리-(um) *거리의 미술관>
기장군 기장군-2<꿈을 키우는 도시>

[표]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선정결과, 출처 :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20년 전과 현재, 오히려 후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낙후된 지역에 예술문화적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 아래 조형물들이 들어선다. 낡은 골목들 사이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벽화,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된 조형물, 기존의 간판과 분간하기 어려운 미디어 조형물들이 세워진다. 관리가 되지 않아 민원이 제기되고, 철거 논의가 진행된다. 하지만 작품의 생애주기가 설정되지 않은 탓에 그냥 놔둘 수도, 철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20년 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둘러싼 모습들이다.

 

부산의 공공미술에 대한 논란은 대표적으로 안창마을(2007), 산복도로(2010)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사후 관리가 안 되어 방치된 작품들에 대해 흉물 논란이 있었고, 주민 삶터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비단 부산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공미술과 관련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사후관리에 대한 고민 부재, 주민의 동의나 참여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들이 늘 있어왔다. 그러한 반성으로서 주민의 삶을 대상화하지 않고, 주민의 동의를 이끌어 내거나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방식들에 대한 목소리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동네 미술 사업으로 진행된 부산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들을 보자면, 여전히 20년 전 공공미술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사업의 방향이 유휴공간에 주민의 쉼터를 제공한다는 의도로 벤치, 가로등, 벽화를 끼워 넣는 식이고, 그 지역을 대표하는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미디어, 타일, 조각 등의 형식으로 설치되는 일차원적인 작품들이 대다수이다. 그중 고민의 흔적들을 보자면 구군 자체에서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받는다거나 주민들이 썼던 물품이나 이야기를 수집하는 과정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드러난 작업들은 공공미술에 대한 상투적 접근을 넘어서지 않고 있고, 공공성에 대한 상상과 고민이 부재한다.

 

주민의 동의, 참여가 곧 공공성의 확보가 될 수 있는가

 

그중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동구의 <초량살림숲> 이라 할 수 있다. 초량 출신의 작가인 최정화가 참여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고 부산시 평가에서 우수한 사례로 뽑혔다. 하지만 이 작업을 두고 언론, 주민, 주최 측, 지역 미술계의 논박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최 측에서는 630여 명의 동구 주민들의 3000여 개의 살림살이를 기증받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함께 수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부각하는 반면, 보도된 기사들은 주민들과의 동의, 협의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되었다는 것이 주요 논점이다. 동구청 온라인 민원 게시판에는 대부분 주변 공간도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쓰레기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차라리 광장이나 쉼터를 만들어달라는 의견들이 게시되고 있다. 분명 논란도 되지 않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들보다 ‘초량천 예술정원’은 적어도 주민의 이야기, 도구들, 삶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살필 수 있지만, 그 고민은 결국 주민들에게 가닿지 않았다.

하지만 <초량살림숲>을 둘러싼 비판들이 주로 주민의 참여나 협의과정의 부재로만 제기되는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 오랜 기간 동안 동구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설득하고, 협의과정을 진행했다면, 지금의 <초량살림숲>은 공공성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공공성이 주민의 이야기를 담았다거나, 주민의 동의와 참여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획득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술관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작업과 도시와 일상 공간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공공미술 작업은 분명 다르다. 왜 공공미술 작업은 비평의 대상이 되지 않고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지금, 공공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질문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 ]

 

무명

 

 

* 본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지원 사업인 2020 공공미술 문화뉴딜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서 부산 지역의 현장에 관한 필자의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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