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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두의 미술’로서 공공미술을 다시 생각하며

by 동무비평 삼사 2021. 7. 25.

1. 관주도 공공미술의 빅뱅

 

문체부가 그간 추진했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살펴보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이번 우리동네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전범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마을미술과 유사한 우리 동네미술’이라는 용어도 그렇고, 이명박 정부 들어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그 여파로 곤경에 처한 미술인들에게 공공미술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예술뉴딜이라는 문맥도 같다.

 

문체부의 첫 공공미술프로젝트였던 아트인시티(Art in City)’(2006~2007)가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전범이기는 하지만 두 사업은 그 배경과 방향이 달랐다. 아트인시티는 기존 건축물미술장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롭게 공공미술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던 것으로, 특히 주민참여에 기초한 공공미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문체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반면,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예술가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적인 창작기반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공공미술 현장 작업이 3~4개월 정도면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마을미술프로젝트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주민참여를 보장하면서 작업 계획에 대한 숙의 과정이 중시되는 공공미술은 단순히 미술작품의 설치나 전시와 달리 준비 시간을 넉넉하게 확보해야 한다. 공동의 자산(자원)이 될 미술작품을 창제작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현장에서 생활하는 실거주자 또는 주 이용자인 주민/시민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야 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유로운 의사 진행을 보장하는 자율적 주민협의체 또는 추진 단계에 맞춰 주민-행정-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의제를 집중 검토할 수 있는 숙의적 거버넌스(공론장)도 필요하다. 작품의 설치와 전시가 이뤄질 장소의 선정도 중요한 만큼 시간을 들여 입체적인 현장 조사와 다각적인 연구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만약 그것이 부족했다면, 이미 선정된 장소라 할지라도 변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이 현장 중심의 공공미술 추진체계이고 공동체 기반 또는 장소특정적 공공미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반과 체계 위에 초대된 미술(예술)가들이 주민/시민과 함께 예술 작업의 과정과 현장을 즐겁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기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추진됐던 정부-공공기관의 대다수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그런 필요충분조건을 보장하지 못했다. 주민참여형 공공미술 현장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매번 허겁지겁-갈팡질팡하였던 것이고, 사후 평가 때마다 참여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달라는 목소리를 내었건만 관료-공무원들이 그 목소리를 들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알고는 있는데 개선하지 못했다면, 정책이 현장을 기만하는 것이 된다. 어떤 예술가가, 어떤 기획자가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는 현장에서 공공미술(예술)로 역량을 키우고 작가로, 기획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 함께 보고도 못 봤던 척, 이야기했어도 못 들었던 척. 무책임하게 각자의 시간을 버텨내고서 사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함께 일했던 기억을 지우기 일쑤다. 공공미술(예술)이 미술(예술)가들의 무덤이 되고, 작품은 모두에게 외면받고 점차 공해가 되고 좀비 같은 괴물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프로젝트 실행자는 현장과의 소통보다는 증명의 증명, 그 증명을 다시 증명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행정서류 뭉치와 파일들이 성과의 증명으로 남는다. 서류가 복잡하고 과도하다는 현장의 지적은 매번 되풀이되는 목소리다. 창의적인 생각을 다듬을 겨를이 없고 앞으로의 일을 준비할 정신도 없이, 뒤처리하기에 시간 대부분을 빼앗겨버린다. 무엇보다 창작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돈인 게 아니라, 단순히 노동의 시간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함께 (예술)작업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문체부(주최)-광역지차체(중간관리체)-기초지자체(주관)로 하향식(top-down) 추진체계 역시 마을미술프로젝트와 유사하다. 공무원들이 추진체계를 장악하게 되면 그들의 추진력은 천하무적이어서 사업 성과와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작정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식이다. 그렇게 떠벌리는 공무원을 만나면 밥맛이 떨어지는데, 그만큼 우리 사회, 공공영역 전반에 관료주의가 지배적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진다. 왕정 시대 어용(御用) 미술인들이 들이 지금도 존재하며 관기(官妓, 官企)’도 관에 기생하여 살아남은 것인데, 그들을 언제든지 동원하고 부릴 수 있는 관료들이 문화와 예술 자원과 자본을 자기들의 것인 양, 성과인 양 전유(專有)하면서 외부로는 향유(享有)를 목적으로 문화복지라는 말로 정책사업을 벌이는 행태를 생각하면 밥맛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오늘의 한국 공공미술을 생각하면 다시 자괴감에 빠진다. 공공미술(예술)은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공공(公共, the public)모두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 것, 우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 따라서 공공미술이라 하면 미술가만의 것도, 주민만의 것도, 공무원만의 것도 아닌 모두의 미술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자본-자산으로서 모두의 책임으로 생성-존재-지속하는 미술로 공공미술을 정리하면 어떤가. 때문에 모두의 미술이 되고, 모두에 의한 미술이 되고, 모두를 위한 미술이 되는 것이 바로 공공미술이라는 명칭이 가진 의미라 할 수 있겠다.

 

2. 전남 22개 시군, 30개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추진과정과 성과

 

대부분 사업이 현장 작업은 2, 정산 작업은 4월까지 종료된 이후 약 2~3개월이 지났음에도, 이번 문체부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각 지역에서 어떻게 추진되었고 어떤 작품이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었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공공미술은 그 성격상 사업의 추진과정과 결과,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평가를 꾸준하게 반영-기록해야 한다. 앞서 정의한 것처럼 공공미술이 모두의 미술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언제든지 해당 사업의 기록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정보,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공공미술의 공개적이고 참여적 특징을 아카이빙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미술작품이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인식만으로는 공공미술이 자리 잡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같이 기관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의 착수와 성과보고의 기록만 존재해서는 일반 대중이 공공미술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전남 지역 전체 프로젝트의 성과를 관리하고 자문위원회와 심사위원회 등을 운영한 전남문화재단은 지난 415일 온라인으로 성과보고회를 개최했고 영상물과 자료집을 발행했다. 현재 전체사업을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지도 구축을 4월 말 예정했지만, 7월 현재 완성되지 못해 살펴볼 콘텐츠가 없다. 기존 제작된 영상물과 자료집은 간략한 편집 수준이어서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지자체의 홈페이지, 지역 언론사의 보도 뉴스 등을 검색했을 때, 그 내용이 빈약한 것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최근 지역 신문에서 기획기사로 전남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데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현재의 자료와 정보 공개의 수준에서는 정확하게 전남 지역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평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수집할 수 있었던 파편적 자료를 바탕으로 전남 22개 시군에서 추진된 30개 프로젝트의 현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전남 지역 22개 시군 30개 공공미술프로젝트 추진 현황, 필자 작성

표를 작성하면서 대표작가와 참여작가와 행정인력의 명단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외 각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한 심사위원, 자문위원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제작된 작품 수, 소요 예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역시 취합이 어려웠다. 30개 프로젝트에 관한 기초 데이터를 취합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것이 향후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일반에 공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업을 평가하고 비평하기 위해서는 기초 자료와 신뢰할 만한 기록물이 필요한데, 사업을 주관한 각 지자체와 기관이 이에 얼마나 협조적일지 알 수 없고 전남문화재단이 어떻게 필터링할지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지자체에 따라 사업의 추진 방식과 일정에 차이가 있는 데, 모든 과정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하지만, 얼마큼 상세할지, 얼마큼 고심의 흔적이 담겼을지는 알 수 없다.

 

공공미술은 가시적 성과물인 미술작품의 가치도 평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추진과정에서 여러 참여자가 고심한 흔적을 짚어가며 작업에 관한 인식의 변화 또는 공동의 가치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예술로 변환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공공미술이든 공공문화사업을 관료들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거버넌스-협치라는 것은 특정 누군가가 주동해 끌어가고 나머지는 끌려가는 모양새가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공공적 가치와 방향을 도출하는 것이므로 서로 눈높이와 속도를 맞추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관주도가 아니라면 민주도전문가(예술)주도라는 것도 협치의 의미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공미술은 모두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모두에 의해서,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지속 가능한 공동의 자산으로서 공공미술을 위하여

 

이번 문체부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 동네미술의 일부를 살펴보면서, 필자는 다시금 미술계는 공공미술에 대한 이론적, 비평적 ()논의를, 공무원들에게는 공공미술 정책 수립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정비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미술인은 담론과 작업을, 행정공무원은 관련 행정을, 각자 잘하자는 것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공공미술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작품의 보존관리,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같은 선순환적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제도 정비로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 공공미술에 관한 현행법적 제도는 알려진 바와 같이 문화예술진흥법 제9(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 등)와 그 시행령 제12조 등에 건축물(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또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건축주)과 연관 지어 표현되어 있는데, 현재는 건축주가 미술작품을 설치하지 않고 그 비용을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 선택지에 따라 문화예술진흥법 제18(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용도)공공미술(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전시하는 것을 말한다) 진흥을 위한 사업이 포함된 정도이다. 덧붙이자면, 공공미술이 법률 제정에 실패한 것에 비해, 공공디자인은 진흥법을 마련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의 경우 공공디자인법을 근거해 벽화 설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조례로써 공공디자인심의위원회를 두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례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참여정부부터 공공미술이라는 용어가 점차 널리 사용되었는데, 이는 1972년 이후로 미술이 건축물의 장식으로 기능했던 제도의 전용과 폐단을 성찰하고 서구의 퍼블릭아트의 추세에 주목하여 우선 대형 건축물(건축주)로부터 미술작품을 떼어놓으려고 노력하였다. 이것의 전략은 미술작품의 설치나 전시행위의 장소를 각종 시설로 분류되는 건축물이 아닌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로 옮기려는 것이었다. 또한 장소성이라는 개념에 따라 공동체가 공유하는 기억이나 기념할만한 장소를 공공장소로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공공미술은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장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데, 이는 공동체 기반의 장소특정적 공공미술의 작업 영역이 마을-도시-국가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문체부의 8백억 규모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전국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공공미술로서 벽화의 빅뱅은 물론이고 관료주의 체계의 산물로서 관주도 공공미술의 빅뱅도 함께 터졌다. 앞으로 공공미술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다음 단계의 로드맵은 무엇인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오늘의 공공미술이 소중한 문화적 자산과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숙고하고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 ]

 

이명훈

 

 

* 참고자료

전라남도 ‘우리 동네 미술’ 성과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전남문화TV

https://www.youtube.com/watch?v=R13oAz39tG8

 

건축물미술작품 제도와 공공미술 아카이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미술포털

https://www.publicart.or.kr 

 

문예진흥법, 공공디자인법 등에 대해서는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 본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지원 사업 2020 공공미술 문화뉴딜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서 전남 지역 현장에 관한 필자의 리뷰입니다.   

* 표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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