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한 문화뉴딜 사업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사업으로 한동안 전국의 문화예술계가 떠들썩했다. 2020년 전국 문화예술행정계가 9월 국비를 받고 참여 팀을 공모, 2021년 2월까지 긴급하게 진행한 이 사업은 미술계에서 일종의 긴급 고용 안정 지원금으로 이해되었다. 수개월 내에 사업을 수행하고 정산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촉박한 추진 일정으로 시작 전부터 제기된 크고 작은 우려들이 현실이 되기도 했다. 이 중 대부분은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지역 내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고민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제주도에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 제주시 문화도시센터와 협력 체계를 구성하여 제주시 우도면과 금악리, 서귀포시 10개 마을에서 주민 밀착형 사업으로 ‘우리동네 미술’ 사업을 진행하였다. 벽화, 조각, 회화, 미디어아트 등 작품 설치형 사업이 주를 이뤘던 타 시도와는 달리 지역마을 기록형(2개, 제주시 우도면, 서귀포시 일대), 도시재생형(서귀포시 덕수리), 주민참여 공동 프로그램형(제주시 금악리) 등 지역 아카이빙을 중점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이 총 4억 15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사업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도 9경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이 우도면에 투입돼 지역주민의 삶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매체로 기록하여 전시한 프로젝트이다. 우도해녀가를 채록, 편곡하는 사운드 작업부터 우도 어린이와 만드는 노래,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미술, 영상, 사진,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역민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제주 최대 양돈 단지인 한림읍 금악리에서 진행한‘금악담 예술 프로젝트’는 축산업으로 인해 악취가 나는 지역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술가들이 금악리에서 나는 식재료와 꽃을 매개로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금악식탁’ 워크숍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역 식재료와 꽃을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등의 활동과 더불어 주민 인터뷰를 통해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고 마을책자, 농사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서귀포 덕수리에서는 제주도의 무형문화재를 조명하기 위해 지역의 장인들과 함께 불미공예의 친숙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서귀포미술협회는 서귀포 105개 마을 중 10개 마을을 선정하여 마을 역사를 기록하고 작가들이 마을별로 어울리는 작품을 제작, 각 마을의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에 관련 작품을 1~2점씩 기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우리동네 미술' 사업을 통해 공공장소나 특정 건물에 벽화나 조형물을 설치하고 사람들의 감상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을 조사하고 마을 주민과 관계를 맺는 것에서 작품 제작과 전시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본 사업이 추구하는 지역과 예술가의 소통과 협력에 대한 목적을 일단은 달성했다고 본다. 하지만 여유 없이 진행된 프로젝트의 아카이빙 결과물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나 공유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공공미술포털(www.publicart.or.kr)’이 마련되어 있지만 2020년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웹 또는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사업의 겉모양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투입하여 잘 진행된 사업이 지역 주민에게 어떻게 공유될 것인지에 대한 세심함이 부족해 보인다. 또한 문화도시 사업 및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다양한 지역 아카이빙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주의 상황을 감안하면, 공공미술 사업이 타 사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작가와 지역 주민의 협업을 어떤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 낼 것인지와 같은 부분에서 한층 깊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 ]
강나경
* 본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지원 사업 2020 공공미술 문화뉴딜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서 제주 지역 현장에 관한 필자의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아트랩티,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금 공공미술에 대한 단상 (0) | 2021.08.29 |
---|---|
누가 그 곳에 공공미술을 필요로 했는가? (0) | 2021.07.25 |
‘모두의 미술’로서 공공미술을 다시 생각하며 (0) | 2021.07.25 |
공공미술의 시계를 십여 년 전으로 돌려버린 ‘우리동네 미술’ (0) | 2021.07.25 |
주민의 동의, 참여가 곧 공공성의 확보로 이어지는가 (0) | 2021.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