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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누가 그 곳에 공공미술을 필요로 했는가?

by 동무비평 삼사 2021. 7. 25.

전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팔복예술공장에(이하 예술공장) 올해 3월부터 설치되어 2023 12월까지 운영되는 <팔복A/S Project>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한 것이다. 기획팀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4개의 팀으로 구성되었으며 예술을 통해 지역에 다가가고 예술공장과 인근 공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생성하며, ‘열린 공유의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공공과 예술의 만남을 통한 관계망들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공장의 열린 공유의 공간 지향하는 기획의도, 그리고 그 동안 미술 전시뿐만 아니라 창작활동지원, 예술 관련 놀이,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행사 기획 등을 진행해 예술공장의 운영과 적절하게 부합하는 보인다. 특히 약 20여년 간 방치되어 있던 공장터를 예술놀이터 바꾸려는 문화재생사업의 장소로서의 예술공장의 활동이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예술공장 곳곳에 설치된 ‘작업놀이터’ 팀의 꿈꾸는 아이들작업은 예술공장의 외벽을 칠하거나 구조물 위에서 다이빙 자세를 취하고, 망원경을 통해 어딘가를 바라보는 아이의 형상을 입체 조형물들이다. ‘서학동예술마을협의회’의 ‘예술놀이터 건축 자제인 비계 파이프에 천과 실로 만든 공예품들을 걸거나 감싸고, 쉼터의 역할을 있도록 해먹을 매달았다. 모두 시각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이름이나 작업명에서 공장과 놀이터라는 이 곳 예술공장의 중심 키워드를 열심히 설명해 준다. 얕게 물을 채울 있는 야외 공간 바닥에 아이들의 그림과 같은 드로잉들을 타일로 작업한 ‘상상공장’팀의 ‘상상콘서트’나, 공장 굴뚝을 연상시키며 건물 사이를 잇는 조명 설치 조형 작품인 ‘온새미로’팀의 ‘구름작업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수 있다.[각주:1]

 

그렇다 보니 이들 공공미술 작품은 조형적 예술성이나 작품성보다는,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재단이 운영 중인 예술공장의 장소적 특성들을 반영하는 조형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만다. 작업 의도와 작품의 의미들, 시각적 요소들이나 설치에 따른 방문객들의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공공미술 작품들은 결과적으로 도시문화사업의 협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오늘날 공공미술은 순수미술과 구분되는, “현실 사회적 기능을 갖고 공적 영역에서 공동체 구성원들과 관계 맺는 미술로 여겨진다.[각주:2]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공공의 삶에 관계가 있는 쟁점들을 다루고 비평적 시각을 제공해야할 공공미술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상상콘서트’의 바닥 드로잉에 아이와 시민이 참여한 것을 제외한다면, 공동체의 참여나 개입도 거의 찾아볼 없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여전히 관객을 수동적으로 만들 뿐이며 공공미술을 공간의 환경미화 도구로 인식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만든다.

 

아마도 주요 원인은 이번 사업이 COVID-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미술인의 생계지원을 위해 급조된 정부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사업에 공모한 이들이 지원을 받아야하는, 생계를 위협받는 예술인들이라고 가정한다면, 참여자들은 어떤 예술 관련 공모사업보다도 목적에 충실한 기획을 짜내어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업 취지가 공공미술의 창조적인 생산과 발언을 이미 태생적으로 제한하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공공미술을 공공의 장소에서 3 동안만 유효하면 되는 작품을 수주하여 제작하는 일거리로 만든 사업은 지역과 장소, 공동체에 대한 심도 깊은 리서치나 비평의 장을 마련하는 일을 애초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며, 기간을 고려할 불가능한 과정으로 만든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COVID-19 장기화로 발생한 재난 상황과 그로 인해 실행되는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정책 중에 만들어진 정부사업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미술 기획이란 오히려 허가되기 어려운, 태생적으로 모순의 대상이 되어있다.

 

물론 종종 스스로 끔찍한 흉물이 되기도 하는 다른 공공미술의 사례들과 달리 이번 예술공장의 일부 작업들은 관객들의 주의와 시선을 끌고 조형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의 공공미술이 공공적 장소라고 인정된 곳에 놓여질 미술품을 창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생각 그리고 개입을 통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참여하는 관객을 고무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각주:3] 일단 이미 공공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 팔복예술공장에 먼저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장소에 놓여질 미술품이라는 시각적 성과를 위한 공공미술은 이미 이 곳에 필요 없었다고 말이다. [ ]

채영

 

 

* 본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지원 사업 2020 공공미술 문화뉴딜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서 전주 지역 현장 중 <팔복A/S Project>에 관한 필자의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1. 당황스럽게도 방문 당시 해먹은 철거된 상태였고, 수변공간으로 계획된 곳은 고여 있는 빗물과 주변으로부터 씻겨 내려온 약간의 토사가 있을 뿐. 물이 채워진 상태가 아니었다. [본문으로]
  2. 강수미,  “공동체를 위한 예술과 공공미술”, 『현대미술학 논문집(12)』, (현대미술학회, 2008), p12. [본문으로]
  3. 패트리샤 팰립스, “공공성의 구축”, (수잔 레이시 편, 이영욱, 김인규 역),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지형그리기도서명』 (서울 : 문화과학사, 2010), p9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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