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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공공미술의 시계를 십여 년 전으로 돌려버린 ‘우리동네 미술’

by 동무비평 삼사 2021. 7. 25.

출처 : 김해청년예술인연합 

작년 하반기쯤이. COVID-19 힘든 예술인들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전국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미술계에서는 평소 볼 수 없던 대규모 지원사업이라 이 거대한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8개소에 4억씩 일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총 948억이라는 예산이 투여되었다. 기존 가장 규모가 컸던 마을미술프로젝트가 2009년 전국 21개소에서 시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일이었다. 미술계에 이렇게 큰 예산이 투여되었으니 반가운 일이어야 하는데, 이 사업은 시작과 함께 미술계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인구나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일괄 4억씩 지원하는 방식부터 문제가 되었다. 더군다나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특성상 설계와 추진에 최소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사업은 공모와 선정, 추진까지 6개월 이내에 완료해야하는 초고속 프로젝트였다, 결국 사업별로 1개월에서 4개월씩 연장이 되어, 졸속 사업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남에 소재한 18개 시군에 각 4억씩 지원되었는데,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시도 4, 인구 3만 이하인 의령군이나 고성군 역시 동일하게 4억을 지원받았다. 전국 미술인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라면 각 지역별 예술인의 수요를 세심하게 파악했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예술인 지원이 목적인 사업에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창작 지원 아이템을 도구적으로 장착했으니, 그 결과물은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출처 : 하동마을미술관 선돌

공공미술프로젝트의 가치나 의미를 생각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지원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다 보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팀 자체가 공공성보다는 지원금 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시군에서는 공정성 논란은 물론 참여 작가와 지자체와의 갈등, 작가 구성원간의 대립 등 진행 과정상의 문제점이 드러나 기사화되기도 했다. 예컨대 거제시의 경우 20207월 사업공고를 거제시 공식 누리집에 올리지 않고 거제예총 온라인 카페에 올려 예총 관계자가 아니면 사업에 응모할 수 없도록 세팅이 되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역별로 일괄 4억씩 지원되는 방식이라 지역별 미술작가 층이 얇은 곳에서는 외부에서 작가를 충원해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고성군의 경우 전체 참여 작가 34명 중 17명이 고성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이고 나머지 17명은 진주 출신 작가로 구성되었다. 해당 지역 작가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지만, 지역에서는 왜 우리 지역 작가로 구성하지 않고 타 지역 작가를 참여시키느냐는 불만이 제기되어 사업 추진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출처 : 김해청년예술인연합

사업 자체가 큰 고민 없이 설계되다 보니, 그 결과물 역시 한계가 뚜렷한 모양새다. 동시대 미술에서 공공미술은 이제 해당 지역 구성원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삶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명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이라 불리는 단계인데, 이 영역은 공공 장소 속의 미술을 훌쩍 넘어서 있다. 간단히 말해 공원 부지 등의 특정 장소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수준으로 공공미술을 논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거다. 그런데 경남에서 펼쳐진 우리동네 미술은 예외 없이 공공 장소속의 미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민원을 해결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쳤고, 작가의 아이디어 중심으로 특정 장소에 적당한 조형물이 만들어져 설치된 것이다. 물론 몇몇 작가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고려해 새로운 작업을 구현하기도 했지만, 작업 시간의 부족, 주민과의 만남의 부족으로 동시대 미술 맥락의 공공미술로 평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펼쳐진 전국 228개소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이것이 공공미술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공미술의 수준을 공동체와 함께하는 유연한 미술로 확장해 온 지난 십여 년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생겼다는 것. ‘우리동네 미술이 남긴 처참한 풍경이다. [ ]

 

김재환

 

 

* 본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지원 사업 2020 공공미술 문화뉴딜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서 경남 지역 현장에 관한 필자의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김해청년예술인연합, 하동마을미술관 선돌이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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