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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뉴딜하라! 문화제조창씨C

by 동무비평 삼사 2021. 8. 29.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로 했던 전국적인 예술가와 함께하는 뉴딜 사업으로 작년 하반기 예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프로젝트였다. 서울의 경우 수백 건의 공공미술 아이디어에 기금을 뿌려댔고 거기서 걸러진 제각각의 프로젝트는 실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테스팅했다. 이에 비해 지자체로 내려간 뭉치 돈의 기금은 우리동네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쓰였고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관심 있는 몇몇 예술가들 제외하고 대부분 알 수 없었으며 그 진행과 홍보사례들은 문체부, 아트누리, 퍼블릭아트 홈페이지 등 한두 개의 공모사항을 제외하곤 각 시도 홈페이지 어디에도 운영사항이 나와 있지 않다.

 

이에 더 들어가 필자가 들여다본 청주시도 마찬가지. 사업을 주관한 청주시와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의 홈페이지 어디에도 사업의 진행 전문이 남아있지도 않고 설령 있었다하더라도 삭제된 채 공개되지 않아, 이 사업의 세부진행단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조사해본 결과, 올해 7월까지 사업이 마무리 되어 문체부와 아르코에서 전체적인 사업평가와 사후관리만 입찰공모로 띄워져있고 마무리 된 이미지 하나 공개된 내용이 없다. 아무리 이 프로젝트의 중심이 예술가 일자리 창출이 중심이었다고는 하지만, 현 시점에 사업이 완성된 공공미술의 결과물로는 의구심이 들어 계속 뜨거운 감자가 될 모양이다.

 

청주도 각 지역의 지원금 비례에 맞게 4억원의 기금이 내려왔다. 이 사업이 갑작스러운 공모절차가 있었다고는 하나 이 프로젝트가 어떤 지역과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설치했는지에 대한 논의와 방향성은 전무한 상태로 운영되었다. 거의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의견이 없는 일방적인 상황에서 진행되었음을 조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은 일단 공모한 3개의 단체에 각2, 1, 1억씩 나눠 사업을 진행했고 거의 도시재생 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을 주변을 치장하는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첫 번째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조형물 작업은 이번 사업에서 논란의 백미인데 공공미술이랄 것도 없이 구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제조창C의 간판조형물로 제작되었다. 일차적으로 주관한 재단에서 주변 환경정리와 간판조형 작업에 이 기금을 이용한 것도 이상했지만 2억짜리 조형물이라기엔 사실 조형물의 전체적인 외형 및 사정은 아주 심각했다. 철관으로 용접한 간판 조형물 안이 투과되어 밖의 풍경과 어울리도록 하는 작업인 듯하지만 주변 풍경과의 투과성은 떨어지고 조형성의 논란까지 야기되었다. 철관 사이사이에 손바닥만 한 도자기 모빌이 자리하거나 청주시 상징인 직지마크를 부착한 액자가 엉성하게 걸려있다. 어떻게든 이 작업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공공미술로 해석해야한다는 일념 하에 어설픈 모빌 마감이나 액자 붙이기로 완성한 것이다. 이 작업으로 공공조형물의 담론을 넘어 대략 가늠해볼 수 있는 미감까지 제거한 이 기형적 어설픈 작업은 청주시와 문화제조창의 방향성 없는 정책과 도시의 철학적 부재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맥락에서 또 하나의 난립된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주차장 주변 벽장식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단기간에 어떻게든 무리하게 제작했던 작업이여서 그런 것일까.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아크릴커팅 설치 작업은 시민으로서 어떤 맥락으로 이 작업을 언제까지 오랫동안 지켜봐야할지 안타깝기만 하다.

 

또 다른 장소의 작업이다. 수십 년간 방치되어 거의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빌라 주변 낙후된 가파른 계단을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의 소통과 조사 없이 1억이라는 예산으로 겉치장만을 시도한 것만 봐도 이번 청주에서의 우리동네 미술프로젝트는 정확히 실패 사례로 보인다.

 

이전의 실패한 공공미술 사례에서도 늘 지적되었던 담론은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이 처한 삶의 다양한 배경을 무시한 채 진행되었던 측면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점은 COVID-19 팬데믹으로 멈춘 예술계의 희망지원 사업이었지만, 정확히는 우리 모두를 위했던 공공미술 서비스다. 늘 공공미술은 언제나 그 주변 환경과 장소 특수성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주민들의 직접적 참여와 소통으로 '환경미화' 혹은 '시설물 개선'이 아닌 '마을과 공동체, 주민의 환경에 부합'되는 사업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목적이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담론이 아니다. 그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담론과 현 팬데믹에서 가장 필요한 공공의 장소, 공공미술이 처한 동시대의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이 시점에 번갯불에 콩 볶듯 이루어진 이번 우리동네 미술사업은 공공미술에 어설픈 예술가들과 업자들에 의해 늘 자행되었던 부정적인 측면만 양산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을 조사하면서 가장 막연했던 부분은 주최 측인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각 지원받은 단체나 작가리스트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부가 주도해 천문학적인 금액인 천억 원을 들여서 제작한 이번 우리동네 미술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거의 공공 미술품으로 가득 찬 거대한 야외 미술관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마땅히 사업 소개할 홈페이지도 없이 일시적으로 아주 잠깐 진행되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할 부당한 행정적 처사다. 사업성과에 대한 효과를 외주사업체로부터 조사되겠지만 천억이라는 대금을 쏟아 부은 사업의 취지와 진행되었던 운영상황, 어느 지역 장소에 완성되어 볼 수 있는지 매핑이라도 공개해야한다. 거의 예술가들의 일자리창출만 생산했을 뿐, 의제조차 없었던 뜬구름 같은 공공미술사업으로 전락하기 전에 세세한 아카이빙 작업으로 모든 절차와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 문화뉴딜사업으로 마무리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

김씨

 

 

* 본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지원 사업 2020 공공미술 문화뉴딜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서 충청 지역 현장에 관한 필자의 리뷰입니다.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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