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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불연속성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의 전략 이주와 이산의 경험이 인간 정체성을 구축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현대 다큐멘터리의 주요 의제들 중 하나와 연결된다. 초국적인 세계 체제하에서 이주 및 문화적 연속성, 불연속성의 경험을 다루는 최근 다큐멘터리들은 영상 사회학적인 민족지 작업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식민주의의 영향을 다양한 맥락으로 제시하는 영화들 가운데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현재의 정치, 사회적 구조하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흔적을 새기는 방법으로서 다큐멘터리를 활용하는 작품들이다. 반(反) 식민주의 다큐멘터리 (Nous, 2021)는 서유럽 사회 안에서 인종주의적 권력의 역학관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1960년대 유럽으로 이주한 세네갈인 부모 슬하에서 태어난 여성 감독 알리스 디옵은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진 프랑스 시민의 지위에 대해 탐.. 2022. 12. 11.
예술의 힘을 되찾기 위한 몇 가지 사유 인접한 다른 도시에서 인천까지, 한동안 매일 아침을 바쁘게 오가며 인천1호선 역사 내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전광판에 나오는 도시 홍보 영상을 자주 보았다.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한 영상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인천은 ‘최초’의 무언가가 넘쳐흐르는 도시이며, 그 슬로건으로 ‘모든 길은 인천에서 시작되었음’을 제시한다. 사람과 사물이 그리고 도시를 형성하는 모든 것이 들어오는 동시에 어디론가 다시 나가는 도시인 인천은 외부인이 바라보기에 언제나 흘러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인천은 스스로 만든 경로를 거쳐 나가고 마침내 ‘다시 돌아오는’ 곳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었다. 이러한 열망을 품은 도시에서, 한국 이민사 ‘최초’로 공식 기록된 1902년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하와이에 도착한 이민 1세.. 2022. 12. 11.
장소의 기억: 2022 부산비엔날레에서 본 디아스포라 인구와 물자의 이동이 용이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 지역, 특히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일들이 한데 어울려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반도는 근대로 접어들어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세계를 받아들이고 외부세계로 나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개항과 함께 시작되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최초의 개항장이 된 부산은 일제강점기, 근대화,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은 이들을 받아들이고 떠나 보내며 시간의 축적과 함께 디아스포라의 범위와 해석을 확장해왔다. 물리적 이동으로부터 시작되는 디아스포라는 장소를 통해 사람들과 연계하고 상황들을 마주한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이 겪어 온 역사적 장소에 기반에 두고 이주, 노동과 여성, 도시 생태계, 기술.. 2022. 12. 11.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동네방네비프'에 대한 비판적 고찰 누군가 우리에게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분명 난감할 것이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엄밀히 말하면 그간의 학습된 지표들이 무수히 떠오르지만, 이미지들의 기원을 추적해 볼수록 의문은 더 커질 뿐이다. 정체성은 자연 발생적이었을까, 국민국가와 지자체 정책의 발명품일까, 이 기호들을 어떻게 범주화 할 수 있을까 등. 이런 당혹스러운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한 담론은 동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가장 가깝게는 K-문화 패러다임이 증식 중인데, 주로 경제적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K-문화는 다종다양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K라는 알파벳 하나로 압축하여 진귀하고도 간편한 방식으로 세계 곳곳으로 파생되고 있다. 그 압축의 유의미함에 대해 그다지 진지한 논의가 펼쳐지지.. 2022. 12. 11.
부산 지역 미술 연구 사례와 의미 : 『오영재 연구』를 중심으로 부산의 대표적인 추상화가로 기억되고 있는 오영재의 그림은 지극히 시적이다. 그는 시인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던 부산의 근대 화가이기도 하다. 본고는 파라다이스 연작을 완벽하게 구상하였던 오영재 화백의 창작활동을 아카이빙 해 온 필자 의 지난해 경험을 언급하며 현재 한국근대미술 연구흐름 속에서 지역미술 연구의 특성과 지역작가 연구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필자는 본 연구를 통해 생애 중심의 작가 아카이빙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즉, 작가노트/약력/출품작/관련 참고문헌 목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작가의 생애와 작품연구에 기반한 세계사와 한국사, 한국미술사와 부산미술사를 포섭하는 입체적 연보작성의 가능성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자는 우선 “정보 2022. 12. 11.
지역으로의 일시적 개입 20세기 후반 이후의 유례없는 세계적 팬데믹의 발생은 지금까지 당연하다 여긴 삶의 방식들을 바꾸어놓았다.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던 시절이 한때였듯, 모든 물리적인 이동에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뗄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지난 3년간의 고된 여정은 도리어 어떤 반작용으로써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열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대신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었고, 새로운 기술과 프로그램을 시도하며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또한 장거리 이동의 제약으로 자신의 거주지와 직장이 있는 장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다. 지역, 지역 공동체, 로컬리티 등에 관련한 연구와 토론의 장이 보다 활발하게 열렸고, 지역을 기존의 개념과는 다르게 접근하여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었다.. 2022. 12. 11.
지역 공공 레지던시라는 동네북 어쩌다보니 올해 지역 공공 레지던시 세 군데(인천아트플랫폼, 아트플러그 연수, 예술나루 레지던시)와 간접적으로 엮여 소소한 일들을 했는데, 자문을 빙자해 이런저런 의견들을 덧붙이거나, 비평이란 이름으로 작가 작업이나 프로젝트 관련 글 빚을 갚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지역’ 공공 레지던시를 둘러싼 여러 전형적인 프레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수자원공사, 서구청과 함께 경인 아라뱃길 여객 터미널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만든 ‘예술나루 레지던시(이하 예술나루)’는 올해 첫 입주 작가를 선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인천서구문화재단의 예술인 지원 사업으로 서구 지역을 우선으로 하되, 인천 지역까지 청년 예술가를 지원을 지향하여 서구에 정주한지 오래되지 않거나, 타지에서 활동하다 다시 지역에서 활.. 2022. 12. 11.
자기 속력과 취향의 공간 : 차(茶)스튜디오 동무비평 삼사(이하 삼사) : 연고나 이전 활동이 거의 없던 개항장에 주목하게 된 건 어떤 계기였나요. 박기원(이하 박) : 전부터 여기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은 했어요. 이 일대가 플랫폼이 아니었을 때, 썰렁하고 빈집이 많고, 그런 이상한 분위기였어요. 근대문학관도 지붕은 하나도 없고 벽만 있고 그랬어요. 그렇게 일 년에 한 두 번씩 이곳을 둘러보며 산책하던 와중에 우연히 이 건물이 매물로 나온 걸 알게 됐고, 사서 수리를 해서 작업실로 쓰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거죠. 삼사 : 건물을 수리하면서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공간 운영이 변했는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박 :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서 구입하고 수리하는데, 2년 정도가 걸렸어요. 겉은 멀쩡해보였지만 내부는 하나부터 모두 손봐야 했어요. 그렇게 수리 .. 2022. 12. 11.
지역에서 발화하는 '지금'을 기록한다는 것 #1. 도시 도시는 침묵하지 않는다. 수많은 깜빡임과 매캐한 연기로 호흡하는 곳, 끊임없는 웃음과 비명, 감정을 담은 것들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며 살아가는 곳, 만남과 만남이 자생하는 곳. 그것이 사람이든 공간이든 물건이든 우리 대다수는 만남을 스치며 지금 여기, 도시에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보자면 인천의 인구는 약 296만 580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인천은 도시 중에서도 꽤 큰 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통계로 보이는 인구수가 무색하게 낮에 도시를 다니다 보면 거리는 텅텅 비어있다. 그 많은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 많던 사람들은 아마 어슴푸레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일하러, 밥을 먹으러, 누군가를 만나러, 그리고 문화를 경험하러. 그리고.. 2022. 9. 25.
문화예술 아카이브 거버넌스를 꿈꾸며 체계적인 아카이빙의 필요성 마을공동체만들기, 도시재생, 문화도시 등의 다양한 사업들의 공통점은 지역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지역의 자원을 조사하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 및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들은 분명 과거의 하향식에 비해서 매력적인 사업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 지원 사업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게 지역의 이야기나 자원을 미리 발굴해두고 사업을 설정해둔 지역이 많지 않기에 지원받기 위해서 지역의 이야기를 급하게 발굴한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화사적인 가치에 대한 검토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숙고와 검토의 기간이 부족하기에 수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굴된 지역의 이야기는 각 사업 단위에서는 공유가 되지만 부서를 하나만 넘어가도 공유되지 않아 한 시민의 구.. 2022.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