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의 장소에서 머무는 장소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이전 많은 사람은 언제나 이동 중이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을 넘나들며 이동하고 교류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동과 교류에 제약이 생겨났다. 이동의 시작과 끝이 되는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은 이러한 제약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본래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비어지고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점에 인천국제공항과 키아프 서울 Kiaf SEOUL (이하 KIAF)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전시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특별 전시>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서 열렸다. KIAF는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아트페어로 서울에 위치한 코엑스에 공식 오픈을 하였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는 KIAF에 참여한 현대갤러리,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등 20개 갤러리가 대표 작품 70여 점을 전시하였다. 이렇게 공항에 미술이 위치하게 되었고, 코로나 사태로 교통 허브 본래의 기능이 약화된 공항은 전시 기간 동안 통과의 장소에서 잠시 머무는 장소가 되었다.
머무는 장소로서의 인천국제공항에선 무엇보다 그 건축적 요소와 동선 등 공간적 특성이 돋보였다.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건축가 커티스 펜트레스Curtis Fentress가 주목한 곡선과 한옥의 처마 선의 디테일이 반영된 구조물은 자연광을 받아 빛과 그림자들이 생겨 작품 위에 떨어지며 인천국제공항의 또 다른 모습을 만들었다. 이용객이 적어지며 느려진 시간 흐름 덕에 공항의 다른 면모가 더욱 잘 드러났고, 공간에 대한 새로움 외에도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경험과 감각을 제공해주는 듯하였다. 여기에 장소와 전시가 만나 새로이 생겨난 물리적 구조물과 동선, 그리고 공항 고유의 특성과 다소 이질적인 미술이 공존하는 점에서 느껴지는 생경함도 있었다.
이렇게 방문자에게 공항을 머물게 하며 통과를 위한 장소에서는 보이기 어려웠던 것들을 보이게 해주었다. 장소에 방문하는 목적이 달라졌을 때 그 장소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듯 방문자의 태도, 전시와 장소(공항)가 하나로 묶여 현시점에서 볼 수 있는 특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안적 전시
코로나19로 인해 한 곳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되자 미술계 또한 대안으로 물리적 장소가 없어도 되는 온라인 분야로 발 빠르게 진출했다. 코로나19 2년 차에 접어드는 현재 전염병에 비교적 안전한 온라인 전시로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이로 인한 대안적 전시 형식들이 혼재된 상태이다. 온라인 전시가 시공간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감상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여 기존 미술 전시의 확장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으로, 작품 감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실제로 작품을 대면하여 감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재고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특별 전시>는 방문자가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이 미술을 위한 물리적 장소를 제공하였으며 영상물로도 작품을 공개하고 QR코드를 활용하여 갤러리와 작품을 소개하는 등 대면과 비대면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코엑스에서 본 전시인 KIAF가 진행됨과 동시에 한정된 장소-미술을 위해 만들어진 고정된 공간인 미술관, 갤러리 등-가 아닌 특정 기간, 특정 장소에서 진행되었던 마치 팝업스토어와 같았던 대안적인 전시의 형식을 취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특별 전시>는 단절을 낳은 코로나 시대에 대안적 접근을 통해 미술이 위치하는 물리적 장소가 확보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미술이 통과의 장소를 머묾의 장소로 변모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
박주희
한국국제아트페어 특별전시
기간 : 2021.9.27 - 10.22
장소 :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
참고 : 인천국제공항 20주년과 KIAF 20주년 기념
*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했으며, 사용 허가를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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