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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호한 정체의 <인천뮤지엄파크>,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때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24.

인천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2016) 옛 동양제철화학 부지에 <인천뮤지엄파크>(가칭)에 시립미술관 건립을 포함하는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710월 기본계획과 수립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올해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이 통과되어 국비를 지원받게 되면 착공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시가 발표한 <인천뮤지엄파크>(가칭)의 기능과 역할, 목적은 인천의 제8부두 중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상상플랫폼조성 계획과 겹쳐진다. 물론 현대의 뮤지엄이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쇠퇴한 도시의 재생을 이루어내는 문화전략임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인천시가 뮤지엄의 근본적 역할을 이해하며, 지역 미술인들이 왜 시립미술관을 숙원으로 여겼는지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인류와 그 환경의 물질적 증거물을 수집보존연구소통(전시, 교육)하며,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대중에게 개방된 영구적 비영리기관 기관으로 뮤지엄을 정의한다. 이러한 뮤지엄의 역할과 변화는 사회 문화, 역사, 정치적 변화에 따른 뮤지엄의 질적 전환을 야기하는 문화 정책 속에서 재구성되어 왔다. 그러나 인천시가 공개한 자료로 파악할 수 있는 점은 시립미술관 건립의 논의가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그간 논의되어진 축척된 내용과, 국공립 규모의 문화시설의 미약한 관리와 운영으로 벌어진 문제의 해결방안이 주요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지역 문화사 및 미술사의 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구성될 컬렉션의 한계도 예상된다.

 

인천시립박물관의 경우 <인천뮤지엄파크>(가칭)로 이전 확장하게 되면 현재보다 3배 이상 커지기 때문에 컬렉션의 규모를 현재 12,000여점 정도에서 20,000점으로 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2019년 유물 구입 예산은 1억으로 줄여 난항이 예상된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미술은행의 경우 2005년부터 지금까지 미술작품 180여 점을 소장하고 있지만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체계적인 분류와 보관이 어렵다고 한다. 수장고 관리 문제가 심각하고 관리 카드 작성 등의 아주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 작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대여 수준의 전시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문화 활성화에 소극적임을 감사에서 지적당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규모를 갖추기 어렵다면 현재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컬렉션을 연구하고, 시민들이 컬렉션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점진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생산하고 이용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구체적인 뮤지엄의 미션과 관리 운영방안 체계, 콘텐츠의 구성에 대한 안이 없다.

 

<인천뮤지엄파크>(가칭)는 총 2935억의 규모로 민관합동개발로 이루어지며 특히 민자로부터 50% 투자유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수익추구를 필연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때 13개에 이르는 테마파크 등 인천시의 실패한 토건사업 사례와 별다르지 않은 점은 시가 강조하는 경제적 효과가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원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천뮤지엄파크>(가칭)가 계획되었다면 동시대 뮤지엄의 기본적인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며 새로움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알려진 뮤지엄들은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의 관점에서 대중은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지식의 생산과 해석의 주체로 이해하고 있다. 기존 컬렉션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전문가들의 선택에 제한된 관람을 넘어 수용자의 적극적인 지식 생산과 해석을 유도하는 컬렉션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컬렉션의 활용에 대한 욕구는 전문 연구자 뿐만 아니라 관람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뮤지엄의 개념과 역할을 다룬 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지식 체험을 제공하는 대신 관람객 개인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며 그 지식과 정보를 얼마나 공유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뮤지엄의 성공 기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시민참여의 중요성, 폐석회 처리 부지의 기부채납과 민관합동개발, 파이낸셜 프로젝트로서의 이면 등을 다루지 않았다. 인천시가 <인천뮤지엄파크>(가칭)의 근본적 존립 이유를 상기하고, 동시대 관점에서 뮤지엄의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에 충실한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에서 지역 문화의 경제적 활성화와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시도들을 도모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절차적 정당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시민사회와 함께 밀착된 논의를 통하여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 ] 

 

정윤희

 

* 본 칼럼은 2018년 작성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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