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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민 참여 없는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by 동무비평 삼사 2021. 1. 3.

2018년을 기준으로 인천에 거주한 지 10년이다. 그러나, 인천 원도심에서 바다를 가까이 볼 기회는 없었다. 인천역 바로 앞에 바다가 있지만, 바다를 보려면 자유공원까지 10-1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높은 지대에 올라야지만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높이 솟은 호텔 건물이 시야를 가린다. 바다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울지 몰라도, 심리적인 거리는 상당하다. 바다를 옆에 두고도, 시민이 이를 누릴 수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내항이 일반인 출입제한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단기 항만사업 5개년 계획이 진행됐고, 1974년에는 1~8부두가 조성됐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보안 구역이 됐다. 바다는 공공재지만,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공재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내항이 이제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내항의 역할은 북항과 신항으로 넘어갔고, 이곳은 월미도·동인천역 등과 함께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현재의 사업은 말만 재생사업이지 과거의 재개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빠른 사업 속도, 민간의 거대 자본 이용, 시민의 참여 없는 공공기관의 주도 등으로 재생사업의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시민이 이용할 공간임에도 시민의 의견은 없다.

이에,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018929일부터 매주 토요일 3차례 인천 내항 답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인천 내항을 시민과 함께 걸으며 도시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자리였다. 내항 3부두에서 시작해 1부두, 8부두, 폐 곡물창고 등 내항 전반을 버스로 이동하고, 걸었다.

 

가까이서 바라본 내항은 놀라웠다. ‘인천에 이런 멋진 바다가 있었나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갑문으로 바닷물을 가둬둔 탓에, 동해처럼 깊고 푸르렀다.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어 하늘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 트여있다. 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휴식처가 될 만한 곳이었다. 게다가 8부두에 있는 곡물창고는 규모가 상당히 커서, 공연·플리마켓 등 다양한 규모의 문화 행사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내항을 가까이서 걸으며 이곳의 미래를 상상했다.

이는 답사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그랬다. 답사 후 진행된 주제별 라운드테이블에서 내항을 둘러보며 각자 생각한 내항의 미래 모습을 공유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이는 곧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대단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도, 내항을 함께 걷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소중했다. 그동안 이런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2차 내항 답사는 1113일에 이뤄졌다. 이번에는 인천항만공사(IPA)의 홍보선 에코누리호로 내항을 둘러봤다. 바다에서 바라본 인천 원도심은 너무나 가까웠다. 자유공원에 심어진 나무들이 한그루 단위로 보일 정도였다.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 있지만, 우리는 바다를 향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는 바다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시민의 의견과 참여 없이 조성된 내항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사업이 원도심의 정체성을 훼손할까 우려스럽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문화비축기지는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로 조성된 사례로, 인천이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석유비축기지였던 이곳은 인천 내항과 마찬가지로 출입 통제 구역이었다. 인천 내항과 다른 점은, 석유비축기지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과정에 많은 시민의 참여가 있었다는 점이다. 시민과 민간 전문가 17명으로 꾸려진 워킹그룹 탐험단2015년부터 2년간 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을 고민했고, 시민 아이디어 공모와 몇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국제현상 설계 공모를 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참여한 시민이 1126(설계자문 568, 워킹그룹 558)에 달했다. 시민의 참여로 기획과 운영방안이 마련됐고, 지금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하는 장소가 됐다.

 

재생사업이 무엇인가? 기존의 공간을 허물지 않고, 보존하고 활용하면 도시재생인가? 아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재생은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살고, 일하고, 노는 주체는 공공기관과 개발업자가 아닌, 결국 시민이기 때문이다.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시민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 

 

김아영

 

행사: 공유지를 사유하다: 받아쓰다, 바다쓰다

기간: 2018.09.29 / 10.16 / 10.13 / 11.13

기획: 이의중, 고경표

장소: 인천내항 1-8 부두 및 배후부지

주최: 건축재생공방, 복숭아꽃

주관: 인천지속가능발전협회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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