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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점점점> 프로젝트: 지역성을 프로젝트로 하는 공간들을 일별하기

by 동무비평 삼사 2021. 2. 7.

<점점점> 프로젝트를 이야기해보자. 처음 생긴 지원사업이라는 점에서 일단 그 지원사업의 면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의 문화생태 활성화를 위한 예술실험 지원사업으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다. 공간의 힘은 공간이 지속하는 힘에서 나온다. 공간은 프로그램을 통한 공간의 정체성과 역사를 구성해나가게 된다. 공간의 축적된 데이터는 아카이브로 연장될 수 있다. 따라서 공간 자체를 예술실험으로 구성한 것에는 시간의 단위에 관한 언급으로 볼 수 없다. 보통의 지원사업과 마찬가지로 행정이 요구하는 결괏값과 그 납기 기한이 있는 일회성적인 의미만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인천의 문화생태 활성화예술실험 지원사업을 통한 이차적인 결과로, 그 결과를 직접적인 목표로 잡기에는 간극이 있다. 바로 이 캐치프레이즈에는 공간이 빠져 있다. 굳이 공간 지원사업이라는 명명을 피한 이유가 있을까.

 

인천의 문화생태 활성화라는 목표나 화두로부터 인천의 문화생태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전제, 활성화해야 할 당위 같은 것들을 추출해볼 수 있다. “신포 점거-으로 명명된 점점점의 첫 번째 공동 프로젝트는 실제 예술실험 그 자체라기보다 공간에 관한 소개의 성격이 짙었다. 곧 공간이 존재한다. ‘공간은 어떤 활동의 근거를 마련하고, 그 활동을 볼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린다.’ 각 공간을 하나씩 모두 방문해보면서 이런 문장이 또렷해졌다. “점점점에서 점과 점을 점점 이어간다, 그리하여 어떤 문화지대가 형성될 것이다.’라는 의미를 추출해볼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점점점> 관련 보도자료는 물론 담당 부서의 전화번호조차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지원은 하되 각 공간의 개별적 의미 지형과 관계를 살피는 데 참조가 될 만한 부분이 없다. 각 공간의 홈페이지 혹은 SNS 주소 링크 역시 없다. 이는 여전히 관의 역량이 철저한 아웃소싱의 방식에 있다는 것, 단순히 보이는 것으로는 홍보 이미지 한 장으로 수렴되는 결괏값결국은 관성적인 홍보 방식의 행정 처리생산과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행정 처리에만 있음을 보여준다.

 

점점점 프로젝트의 원래 사업 모집 공고는 공간 거점 예술실험 사업으로 범주화되었다. “인천의 문화생태 활성화는 어떤 미래의 상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예술실험은 그 자체로 예술()의 목표일 수는 없다. 예술실험은 그 자체로 자율적이고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쓴 캐치프레이즈는 불명확하다. 사실 공간 안에는 사람이 있다. 앞서 말했듯 점점점에서 만나는 건 점 안의 어떤 활동의 흔적들이고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인천 예술인의 존재가 (이미 분명할 것이나) 공간으로 증명, 체현될 수 있다는 건, 한편으로는 지원사업이 문화의 인프라가 되는 공간 자체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율적 기반 자체를 지원으로 구성해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씁쓸하기도 하다. 그 전에 이 구성은 전적으로 새로운 것인가, 아님 다시의 측면에 맞춰져 있는가 하는 질문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후자에 가깝다면, 곧 순전하게 예술가의 자기 근거를 구성하는 부분을 지원해 그 자율성을 북돋운다고 보아야 할까.

 

연극을 장르로 하는 작은연극연구소’, 무용 및 영상을 장르로 하는 일일댄스프로젝트정도를 예외로 한다면, 주로 시각예술 중심의 공간들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시 공간과 작업실 기능을 함께하는 공간의 기능 외에 사진 아카이브(‘젊은논의’), 다 매체간 협업 및 연구(‘드르르륵 BRRRT’), 인천 지역을 반영 또는 협업을 통한 굿즈 생산 및 판매(‘영일상회’, ‘아트랩999’, ‘예인인력’) 등 여러 기능과 방향을 갖고 있다. 이는 소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신생공간으로 불리는 공간과 흡사하지만, 인천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특수한 일면이 있다. 투어의 방식은 잠깐의 일별에 가까워서 내재적인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소개하기에는 쉽지 않다. 공간의 프로젝트들과 연관한 언어는 진행 중에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점과 점을 잇는 건 결국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인식 지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공간 운영자들 간의 네트워크 차원으로 이를 확장할 수 있을까. 여러 의 나열 및 접합식 명명은 이 프로젝트의 구상과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 ]

 

김민관

 

 

* 본 칼럼은 2020년 7월 신포 점거-장(占居-場) 점점점 창작공간 9개소 오픈스튜디오 방문 이후 작성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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