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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를 비추고 너를 비추는, 유리된 대변

by 동무비평 삼사 2021. 6. 27.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첫 문장을 적어내고 내 생각을 담아내기까지는 나만의 글이겠지만, 자기만족용에 그치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간 내 글은 결국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로 해석되기에 더 이상 내 글이 아니다.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도 내 글이 아닌, 지금 읽고 계신 모두를 위한 글이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럽다. ‘글’은 의도에 맞게 언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다듬어 의견을 피력해야만 하니까. 글쓴이의 의도가 어떻든, 읽는 독자가 임의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그러한 점에서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를 조금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대변한다는 것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는 ‘청년’을 주제로 기고되었다. 인천 안에 있는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의 ‘청년’들이 각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문화재단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관해 적혀있었다. (물론, 딱 한 기사는 청년이 쓴 글은 아니었다.)

 

                                 ⓒ인천문화통신3.0

청년이 쓰지 않은 한 기사의 서두에는 ‘이대남(20대 남자, Z세대)’. ‘소수자와 장애인과 같은 위치인 약자’라고 청년을 지칭한다. 이것은 글 쓰는 자의 임의적인 판단일 뿐이고, 실제로는 연민의 마음을 담아 그런 표현을 적었겠지만, 청년을 대변하는 위의 이야기는 위험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청년 중 실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자가 있을 수 있고, 혹은 실제적 강자의 위치에 있는 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화의 오류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장 글을 쓰는 나 또한 ‘이대남’이 아니니까) 청년의 정체성을 위의 몇 개의 단어들로 일반화하며 안쓰럽게 생각하는 글은 한 세대나 집단에게 큰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사기를 꺾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자랄 수 있는 존재로 전락시켜버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어떤’ 정치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사회적으로 도와줘야 할 존재’, ‘약자’라는 표현으로 퇴색된 청년은 단어가 의미하는 푸르른 힘을 드러내지 못한 채 크게 떠들어대는 말과 글들로 지워진 지가 오래된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기고된 글이 자칭·타칭(?) 지역문화의 열린 공간에 올라왔다는 점, 그리고 청년을 주제로 실렸다는 점에서 기존의 글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대변이었기 때문에 좋은 시선으로 읽히지 않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천문화통신 3.0의 5월 특집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화와 예술로 청년들이 자생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기사를 뽐내고 있지만, 기사 뒷면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문화재단, 청년 지원사업이 없어서 선택지조차 고를 수 없는 지역의 청년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지역에서 좋은 면만 드러내기 바빴던 것이다. 이건 누굴 위한 대변인가? 문화재단을 위한 대변인가? 청년을 위한 대변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낸 결과 문화재단을 위한 대변이라는 답이 나왔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갖는 불안함과 유동성을 문화재단 사업에 지원해 정착하게 만들겠다는 잘 만든 ‘수사학’, ‘레토릭’일 뿐이었다.

 

비춘다는 것

Franco Moretti의 『The Bildungsroman as Symbolic Forms』의 청년을 인용해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청년은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 고민을 반복하고 이동성과 불확실성을 가진, 성장과 발전에 대한 욕구를 품는 시기이다. 누군가는 청년이 비참하고 빈곤하며 나이별 기준이 없다면 사회적 약자 집단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알레고리는 청년의 정체성과는 유리되고 대립한다. 바라건대 한 번쯤은 남들이 다 떠들어대는 청년을 지칭하는 언어보다는 그들이 가진 변화되고 변형되는 정체성에 한 번 더 집중해주기를,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를 가지기를, 그리고 그런 마음이 비추어지기를 소망해본다. [ ]

 

버드나무 숲

 

 

* 본 리뷰는 인천문화통신 3.0  2021년 5월 18일에 발행한 지역 문화재단의 청년 관련 기사들을 본 후 썼습니다. 

 

* 참고 기사

손 내밀어 함께 가는 친구: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 이야기 | 인천문화통신 3.0 (ifac.or.kr)

 

우리 귀에 굳은살과 같은 내성이 생긴 것처럼: 부평구문화재단 청년문화 관련 사업 소개 | 인천문화통신 3.0 (ifac.or.kr)

 

어느 초보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 담당자의 회고 | 인천문화통신 3.0 (ifac.or.kr)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문화·예술도시 연수를 꿈꾸다 | 인천문화통신 3.0 (i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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