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00

항구로부터, 신호 #1 항구로부터, 신호 이 전시는 세상의 무수한 항구들과 신호들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항구는 신호들을 끌어당기지만, 그중 어떤 항구는 힘이 너무 강해 블랙홀처럼 신호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가두어놓는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모든 게 다 끝난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바닥으로부터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 밖으로 보낼 수 있을까? 아주 멀리에서 너무도 느리게 움직여서, 존재하는지 알아차리기도 어려운 신호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거대한 힘의 방향과 성질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전시소개 글 중에서 #2 신호와 함께, 걷기 2021년 7월 10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로터리에 울리는 와이파이 신호음.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청정제주를 쓰레기로 오염.. 2021. 9. 26.
불안정한 산실 속에서 인천아트플랫폼은 올해 7월부터 2021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입주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 중 8월 말 인천아트플랫폼의 G1 전시실에서 진행된 입주 예술가 양지원, 최수련의 짧은 4일간의 2인전 (이하 )에 대한 나의 단상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은 기획자 하에 기획된 전시가 아니라 입주 작가들의 작업을 간략하게나마 보여주는 프로젝트 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덩그러니 자신들의 작업물을 늘어놓고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두 작가가 전시 제목으로 삼은 '산실'은 '어떤 일을 꾸미거나 이루어 내는 곳, 또는 그런 바탕'을 뜻한다. 창작자에게 산실은 어떤 의미일까? 두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선택한 월드로잉의 방식은 작업공간과 전시장.. 2021. 9. 26.
처음은 늘 그러하다. 처음은 늘 그러하다 ; 쌓아두기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자료들은 모서리가 구겨지고 색이 바라고 심지어는 손실된다. 2020년, 임시공간 자료실에 켜켜이 쌓아둔 인천 미술 자료들을 모두 꺼내어 아카이빙을 시도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아카이빙’이란 쌓아두기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 분류체계를 갖고 선별하여 공공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익숙치 않았던 작업은 느리고 고되었다. 인천에는 시립미술관이 없고 공공이나 중앙기관에서 공개하는 아카이브 자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어떤 체계의 레퍼런스를 얻기도 부족했으며 지역의 아카이브를 방문해도 자료의 양은 방대하나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저장소는 없었다. 먼지 쌓인 자료들처럼 지역의 아카이빙은 그랬다. 흐릿하고 불분명했다. 보존하기 : 이미지 아카.. 2021. 9. 26.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폐쇄로 시국을 상쇄하다. 7월 9일, COVID-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 국무총리 김부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의 시행을 발표했다. 다중이용시설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수칙을 보면, 거리두기 4단계에서 ‘3그룹 시설’에 속하는 영화관 · 공연장은 ‘동행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 ‘공연 시 회당 최대 관객 수 5,000명 이내로 제한’, ‘22시 이후 운영제한’의 운영지침이 세워졌다. 또한 ‘기타시설’의 박물관 · 미술관 · 과학관의 경우에는 ‘시설면적 6㎡당 1명의 30%’, 전시회 · 박람회의 경우에는 ‘시설면적 6㎡당 1명’으로 제한하는 운영지침이 마련되었다.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날들을 돌아봤을 때, 무조건적인 폐쇄는 아니기에 지역의 문화예술도 이제야 숨통이.. 2021. 9. 26.
인간과 길고양이의 관계를 ‘탁’ 비튼다는 것 “ 대체 몇 년이나 길고양이 밥을 줘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 내가 얼마나 많은 돈과 희생을 해왔는데... ” “ 이 아이들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내 새끼라구 ” " 예술가라 역시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하시네요 " “ 그런 말들을 하는 건 우리 모임의 순수성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겁니다. ” 몇 해 전이었다. 한때 업종 변경을 생각할 만큼, 열심히 했던 동네 고양이 보호 활동에서 재건축 관련 문제로 첨예하고 복잡한 상황과 감정적이고 예민해진 관계들이 얽혔을 때 들었던 말들. (더 심한 말도 있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생략한다.) 당시 문제의식을 조금 공유했지만, 각자 상처와 책임으로 애써 거리를 두고 있었던 그가 지나가는 말로 잡지를 내고 싶다 했고, 나는 말랑한 고양이 이야기나, 캣맘들의 희생이나 길.. 2021. 8. 29.
우리동네 미술의 무난한 내일을 지난해 여름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 모인 우리동네는 모두 228곳이다. 22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강원도의 18개 시와 군이 모두 포함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수가 총 240개니, 228곳 가운데 강원도 기초단체가 모두 포함된 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강원도 내 사업 현장은 거리 담장과 건물 외벽, 문화예술회관 또는 전통시장과 그 주변, 기차 역사나 바닷가 백사장 등 대개 ‘공공미술’ 하면 으레 소환되는 곳들이다( 참고). 우중충하다는 이유로 지역 출신 예술인의 얼굴 그림이 덧입혀지고, 지나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이유로 기념비적인 조형물이 보태졌다. 명품이 사치품의 다른 이름으로 종종 읽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몇 지자체가 내세운 ‘명품거리’(동해시), ‘명품도시.. 2021.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