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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이후 아트페어와 대안적 전시 통과의 장소에서 머무는 장소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이전 많은 사람은 언제나 이동 중이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을 넘나들며 이동하고 교류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동과 교류에 제약이 생겨났다. 이동의 시작과 끝이 되는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은 이러한 제약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본래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비어지고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점에 인천국제공항과 키아프 서울 Kiaf SEOUL (이하 KIAF)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전시인 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서 열렸다. KIAF는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아트페어로 서울에 위치한 코엑스에 공식 오픈을 하였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는 KIAF에 참여한 현.. 2021. 11. 28.
분홍이 겹겹 팥죽 별 다른 가공 없이 자연 그대로의 붉은 빛을 띄는 팥죽색, 나는 이 색을 정정엽 레드라고 불러본다. 이 색이 참으로 묘한 것이 이 불그죽죽한 빨강은 옅어지면 옅어질수록 얼굴에 덫 입혀진 발그레한 볼마냥 분홍빛을 띤다. 그래서인지 정정엽의 그림 속 인물들은 강하고 순박하고 또 억척 스럽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린 정정엽 작가의 20번째 개인전 [걷는 달]은 연약하거나 소외된 존재들에 관심을 두면서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여성’, ‘여성의 노동’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여성 한명 한명의 삶의 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정엽 작가는 각각의 묵직한 삶의 무게를 가진 ‘여성’들을 화면에 끌어들인다. 아니, 그들.. 2021. 11. 28.
몸으로 읽는 도시, 그 다음 장을 향하여 “우리 몸은 늘 여기에 있음의 경험이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에 나오는 한 문장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기에 알맞게 생긴’ 우리의 몸은 하나의 도시, 공간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지역을 거닐며 익숙하지 않은 거리와 보도, 오로지 보행을 위해 설계된 공원을 감각한다. 신체의 움직임에 그저 응하다 보면 낯선 사람과 고양이, 도시를 뒤덮은 간판과 도로의 명칭, 풀과 꽃의 내음, 계절을 가늠하기 알맞은 울창한 나무에 시선이 닿는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 맺기에서 보이는 하나의 방법론은 바로, ‘걷기’이다. 보행을 통한 도시 읽기 어딘가를 걷는 일은 나와 관계된 세계의 확장이자 사유 전개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결과 계획에 의해 구획된 도시 공간space은 ‘의미’가 부여된.. 2021. 11. 28.
기록하고, 회복하며, 나아가기 올해는 유난히 배를 많이 탔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10분. 지난 5월부터 나는 덕적군도에 위치한 인천의 작은 섬, 소야도 관련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역리서치를 위해 가장 먼저 소야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길에서, 정자에서, 마을회관에서, 대화가 시작된다면 어디서든 주민들을 만났다.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이지만, 예술 활동과 문화향유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주민 의견을 종합하되, 향후 조성될 문화시설 공간 활용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서로 다른 주제의 워크숍을 기획하였다. 일상을 담은 자원기록화 소야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대표적으로 주민들이 직접 뽑은 ‘소야9경’이 있다. 그 모습 .. 2021. 11. 28.
공공미술, 마을의 상처 “그 작가 나 사진 찍는다고 이렇게 저렇게 포즈 취해달라고 하고 요구도 많더니 나한테는 사진집 하나 주지 않고 한번 찾아오지도 않아. 내가 그래서 그런 것들은 안해.” “거기 센터에서 하는 거면 안 해. 귀찮게만 하고, 그 사람들 우리 이용해서 돈 벌고 그러는 거 우리 다 안다고. 그러고 우리한테는 한푼 주지도 않고.” 오래 전 모 창작센터에 입주해 인터뷰 작업을 진행할 때 듣게 된 말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마을 분들의 오해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와 예술작업이 누군가를 어떻게 대상화했는지, ‘주민 참여’를 표방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기관의 지역주민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연천 수복지구에는 필자가 몇 해.. 2021. 11. 28.
‘출경’의 기억, 접경지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 우선 이 전시의 틀을 간략히 말해볼까 한다. DMZ를 주제로 한 전시를 보러 도라산에 다녀왔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 전시는 어디서 주최하는 것이냐고 먼저 물어왔기 때문이다. 《DMZ ART & PEACE PLATFORM》전(예술감독 정연심)은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가 주최한 전시로, 경기 파주의 유니마루, 파주철거GP, 도라산역, 강원 고성의 제진역, 서울의 국립통일교육원 등 5곳에서 진행되었다. DMZ 내 첫 문화공간인 유니마루(Uni마루:통일을 뜻하는 영문 ‘Uni’와 플랫폼의 순수 한글 ‘마루’를 합친 말)의 개관을 계기로 이번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파주에 위치한 유니마루와 도라산역에 방문하여 전시를 관람하였지만, 아쉽게도 서울과 고성의 전시장에는 방문하지 못했다. 비무장지대(DMZ.. 2021.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