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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시간과 사건, 여기 인천아트플랫폼 유치원생인 막내가 ‘BTS’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 방탄소년단 춤을 배웠는데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기대에 차서 막내를 보기 시작했는데 두 마디를 꼼지락거리더니 차렷 자세로 멈추어 선다. 왜 멈추는지 묻자 오늘은 여기까지 배웠단다. 아이들은 9월부터 송년 발표회를 위한 공연을 준비한다. 부모님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어려운 동작도 열심히 따라 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풍이 들었다 낙엽이 돼 바닥에 뒹굴고 첫눈이 내리는 시간만큼 아이의 춤 실력은 쌓였다. 두 마디에서 한 곡 전체를 출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2019 레시던시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이 열리는 인천아트플랫폼으로 향하던 날, 유치원에서 배운 데까지 가족에게 보여주던 막내의 얼굴과 칭찬을 잔뜩 기대하던 자신만만한.. 2020. 12. 27.
proper farewell ‘공동체’라는 주제어를 가지고 총 10팀이 각자 제작한 평면. 입체작품과 퍼포먼스를 모아 연출한프로젝트의 전시공간은 철거를 앞둔 작가의 옛집이었다. 참여 작가들은 가족 내의 갈등과 공감, 창작자 커뮤니티에서의 긴장과 동지애, 구시가지의 비애와 그 특유의 애틋한 아름다움 등, 사회적 관계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다루어진 공동체는 언제든 해체될 위험에 처해 있거나 이미 해체되는 과정 중에 있는 불안한 연대였다. 공동체 내부의 갈등으로부터 나타난 해체의 조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 즉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위기를 맞은 공동체였다. 하지만 이를 그려내는 이들의 작품에는 ‘우리는 왜 힘이 없는가, 왜 우리는 힘이 없는 존재이도록 내버려졌는가’ 하는 원망의 시.. 2020. 12. 27.
인천에 남아있는 공장 건물, 미래 자산으로 바라봐야 인천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회색 도시’이다. 1960년대 국토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공업 도시로 급성장해 공장 건물이 많아서다. 그런데 회색 도시를 만들었던 공장이 역으로 개성 있는 도시로 거듭나는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코스모40(Cosmo40) 이야기이다. 코스모40은 공장 건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2년 전까지는 (주)코스모화학의 황산 재처리 공장으로 기능했다. 그러다 2016년, 45개 건물이 있던 공장 단지가 다른 곳으로 이전이 결정되면서 가동을 멈췄다. 빠른 속도로 건물 들이 철거되었고 40동 건물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이마저도 철거될 예정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보던 (주)에이블커피그룹이 건물과 공장 일대 부지를 매입했고, 4.. 2020. 12. 27.
인천서점을 다녀와서 1. 인천서점을 다녀와서 2016년 일년간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생활하다가 2018년 12월 오랜만에 인천아트플랫폼을 방문했다. 거의 2년 만에 와보니 여기저기 공공미술작품들이 새로 생기거나 사라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커피숍이 있던 자리에는 인천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서점이 생겼다. 인천서점이라는 이름이 서점의 성격과 꽤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았다. 개항지로서 국내에서 외국의 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전국으로 퍼뜨리는 출발점이 되어왔던 인천, 지금도 세계의 여러 인종들이 쉼 없이 드나들며 서로 간의 문화가 겹치고 뒤섞이는 인천에 대한 책들을 한곳에서 수집함으로써 쉽게 정보를 보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은 매우 뜻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역.. 2020. 12. 20.
조심스레 전해지는 여전히 고된 삶 요즈음은 좀 여러 면모가 알려지고 있다곤 하지만, 인천은 오랫동안 공장의 도시이고, 그래서 노동자의 도시였다. 인천이 현대사에서 주목받는 시점에는 항상 공장과 노동자들이 있었다. 해방부터 산업화에 이르는 동안에는 항구와 고속도로를 따라 늘어선 공장은 곧 인천의 상징이었고, 민주화의 시간에는 5월 항쟁, 동일방직, 노동자 대투쟁과 같은 단어들이 인천을 역사의 중심으로 가져다 놓았다. 그러나 이 공장과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삶은 개개인의 기억에 남았고, 역사의 한 장이 되지는 못했다. 2017년 국립민속박물관의 ‘인천 공단과 노동자의 생활문화’라는 학술조사를 바탕으로 기획된 은 ‘2019년 인천 민속문화의 해’를 위한 특별 전시이다. 이 전시는 민속문화를 과거에 놓아두지 않고, 현대 노동자의 삶이 현재의 민속.. 2020. 12. 20.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왜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는가 ‘디아스포라(Diaspora)’는 단순히 이산, 이주의 의미를 넘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발생하는 추방, 난민, 이민 등의 현대적인 의미로 담론을 확장해가고 있는 개념입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이처럼 끝없이 확대되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제로, 매년 5월 인천에서 7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영화 상영 외에도 많은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서 매해 주목한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강연, 포럼 등의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사진 및 회화전,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로 기획되는 특별 전시가 있습니다. 전시는 영화제가 상영 프로그램만큼이나 힘을 주어 준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영화를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고 기획해야 할 영화제에서 왜 .. 2020. 12. 20.
<실바니안 패밀리즘>에 관하여 은 ‘실바니안 패밀리’라는 인형에서 출발했다. 이 인형은 보송보송한 털과 앙증맞은 표정을 가진 동물 인형으로, 주로 4인 가족으로 구성된 인형 세트를 대표 상품으로 판매한다. 인형 외에도 집과 가전, 생활잡화 등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할법한 많은 것들이 미니어처 크기로 재현-판매하고 있다. 구매자는 이 인형을 수집하고 플레이하며, 실바니안이 말하는 ‘자연, 가족, 사랑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리는’ 가상의 삶을 꾸린다. ‘실바니안 패밀리‘의 세계는 한없이 평화롭고 이상적인 사회다. 치마를 입은 동물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고 부띠끄에서 쇼핑을 하거나, 바지를 입은 동물이 환자를 돌보고 피자 배달을 한다. 아기들은 젖병을 하나씩 물고 아기침대에서 잠이 든다. 이 작은 세계에는 아무런 사건.. 2020. 12. 20.
파라다이스시티: 무절제&절제 국공립미술관이나 대형 사립미술관 등이 거의 없는 인천에서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인천 시민들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을 이용하거나 근처를 가게 된 된다면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볼 만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이곳은 인천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의 예술 전시 공간인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이다. 일반적인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아니지만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를 추구하는 파라다이스 시티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며, 전시장이다. 고급스러운 호텔의 구석구석에 국내외 거장의 예술 작품을 3,000여 점을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이라는 장소적인 특성 때문에 예술적인 콘텐츠 외에도 함께 즐길 만한 요소도 꽤 매력적이다. 얼마 전 개관에는 기념전 (9. 19~ 11. 18.. 2020. 12. 20.
신기한 드나듦에 대하여: 언젠가 정착한 사람들 인천의 어느 동네를 달리고 있었다. 택시에는 일흔을 훌쩍 넘긴 큰아버지와 예순도 안 된 막냇동생과 그의 딸인 내가 타고 있었다. 목적지는 주안동 ‘현상 약국’. 큰아버지는 택시 기사에게 주안에 오래된 약국 두 개 중 하나가 문을 닫는다고 말을 걸면서 재개발 얘기를 꺼냈다. 큰아버지 고향은 파주 장단. 전쟁 때 도림동으로 피난 와 영등포에서 평생을 사시다 인천에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그런 큰아버지가 타고난 인천사람마냥 주안동의 재개발에 대한 염려를 숨기지 않으셔서 의아했다. 자신 역시 이주민인 동네에서 개발이라는 변화를 걱정하며 택시 기사와의 몇 마디 대화로 애써 근심을 가라앉히려고 하는 마음은 큰아버지 개인 인생사를 생각하면 낯설었지만, 자주 이사를 다니는 도시 거주자로서는 익숙하기도 했다. 그 정감.. 2020. 12. 18.
Twilight Zone - 중간지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김민성, 김수호, 서인혜, 최지이, 허찬미)들은 그동안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몸을 담아왔다. 부산, 구미, 대구,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그들에게는 특별한 교차 지점이 없었다. 2019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구광역시 가창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시간과 작업을 공유하였다. 공통의 장소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기본적인 신체적 조건을 같이 맞춰간다는 것이다. 그들이 함께 보낸 장소는 어둠이 깊고, 빛이 긴 공간이었다.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어스름한 시간에 모두가 깨어 있었다. 그들이 감각하고 인지한 어둠과 빛은 서로를 향해 투과하고, 경계를 허물어 스며들었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둘러싼 공기와 온도, 낮과 밤 등을 함께 지켜보며 이러한.. 202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