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24

찰나의 순간, Back To The Past 기술 발전은 기록의 주요 수단이었던 종이와 연필을 디지털(스마트폰, 특히 sns)로 대체시켰고, 그로 인해 기록할 대상 선택에 있어 제약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는 곧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맹목적 추구의 도래로 이어졌다. 과거의 경우, 기억(머리), 소리(귀) 등 신체의 여러 기관의 감각들에 의존한 기록이었다면, 지금은 시각(눈)으로의 제한과 집중으로 인해 시각적 충격을 주기 위한 자극성과 초 단위의 실시간 기록의 가능으로 인한 무분별과 무차별이 두드러졌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경쟁적 혹은 강박적 기록하기에 매달리기 시작하며 개인 즉, 나의 기록은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찰나의 순간들의 무조건적인 추구에서 비롯된 모순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차원의 세상으로 .. 2021. 6. 27.
'씨를 심을 땅'을 찾는 '발견자' 씨를 심을 땅 대안적 삶, 전환, 삶에 대한 변화에 대한 요청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것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위기감이 삶의 곳곳에 침투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기에 위기로부터 탈주를 꿈꾸기도 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예전과는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큰 변화를 목도한 후 왜인지 모를 낙관적인 마음이 낭만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건 무엇보다 ‘지금’,‘당장’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우울감과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을 무력감 때문이었을까. 도심을 탈주하고 삶의 전환, 대안으로 지역살이는 하나의 방안처럼 보인다. 특히, 고령화 문제와 지역-지방 소멸문제로 인해 청년들의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었고 사업 규모를 늘리면서, 이 문제를 일자리 사업으로 늘리.. 2021. 6. 27.
쇼윈도우를 밝히는 세 가지 압력, “삼중점”의 무대 인천 송도 신도시에 24시간 열리는 전시장이 한시적으로 들어섰다. “삼중점 (Triple point)”의 전시장은 신축건물의 빈 상가 자리에, 엄밀히 말하면 용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장소를 잠시 점거한 화이트큐브이다. 전시를 찾은 사람들은 삼면의 쇼윈도우를 따라 남은 하나의 흰벽을 축으로 진자 운동을 하듯 관람하게 된다. 도심 속 쇼윈도우를 향해 회전하며 행진하는 조용한 의례가 펼쳐지는 시간, 몇 개의 전시된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압력이 관람객의 응시를 붙잡는 이 곳은 ‘삼중점(Triple point)’이다. ‘삼중점(Triple point)’이란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의 세가지 상태가 균형을 유지하여 공존하는 특정한 온도와 압력의 지점을 말하는 화학용어이다. 이번 전시는 국동완, 민경, 이민하 세 .. 2021. 6. 27.
폭력적 창조 : 오래된 것들을 집어삼키는 새로운 것들에 관하여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생생하게 떠오르는 몇 개의 장면들이 있다. 물이 갈라지며 새로운 땅이 나타났던 제부도, 보석인 줄 알고 어머니에게 선물한 감포 바닷가에서 주운 눈부시게 반짝이던 유리 조각, 주변 철물점에서 사 왔던 우리 집 백구 아롱이의 새로운 보금자리. 어지럽게 산재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전시를 통해 이렇게 모이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의 첫 기획전시인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생태환경 보존’과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인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B 전시실 벽면에 재생되고 있는 ‘찰스 림 이 용(Charles Lim Yi Yong)’의 프로젝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2021. 6. 27.
나를 비추고 너를 비추는, 유리된 대변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첫 문장을 적어내고 내 생각을 담아내기까지는 나만의 글이겠지만, 자기만족용에 그치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간 내 글은 결국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로 해석되기에 더 이상 내 글이 아니다.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도 내 글이 아닌, 지금 읽고 계신 모두를 위한 글이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럽다. ‘글’은 의도에 맞게 언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다듬어 의견을 피력해야만 하니까. 글쓴이의 의도가 어떻든, 읽는 독자가 임의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그러한 점에서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를 조금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대변한다는 것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는 ‘청년’을 주제로 기고되었다. 인천 안에 있는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 2021. 6. 27.
공기의 모양 우리는 가끔 새로운 감각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일상의 시간 속에서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감각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보통의 풍경을 뒤엎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낯선 감각은 ‘공기’와 매우 밀접해 있다. 정서진아트큐브에서 진행한 은 김윤수, 신현정, 전희경, 이 세 명의 회화 작가가 참여한 기획전으로 공기에 대한 공감각적인 사유를 회화로 담아낸다. 우리는 과연 작가들이 경험한 공기의 어떠한 면모를 발견하게 될까? 우리가 무언가를 지각하는 것은 우리 본질 혹은 학습된 체계, 그리고 외부적인 환경의 요인에 의해서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언어’를 통해서 사회 속에 우리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한다. 작가들은 언어의 역할을 하는 ‘매체’를 매개로 사용하여 그들이 경험한 사회적, 물리적 상.. 2021. 5. 30.
아쿠아 유니버스 색다른 시각은 독특한 조건에서 생기기 쉽다. 난독증이 있어 세상의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더디었던 눈은, 잘 보이는 생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데 주력했다. 아무리 조그만 생명체도 이 눈엔 잘 보였다. 이 작은 생명체가 더 작은 것들을 먹고, 때로 먹히고 맥없이 죽거나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일에 시간을 아무리 내어놓아도 지겹지 않았다. 이 작은 생명체들도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환경에 적응해 살아나가는 것을 보며, 혹은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속수무책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며, 나를 둘러싼 주변의 생물체가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 그들은 제각각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 온실을 만들고, 바닷물 속 미생물과 알이 어떤 유기적 관계.. 2021. 5. 30.
인천시립미술관과 이건희컬렉션 13년전 과 함께 비자금 스캔들로 세상에 알려진 삼성 컬렉션이 이회장 사후 기증을 통한 공공화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컬렉션의 사회적 미술사적 의미는 전문가들이 연구하시리라 생각하고,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의 전시장을 지으라는 말 한 마디에 갑자기 여러 지자체가 갑자기 도시의 품격을 미술관으로 여기며 갖가지 당위성을 내세우는 낯뜨거운 구애러닝 가운데 인천의 웃픈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5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건희 컬렉션을 인천에서 조성하는 인천뮤지엄파크 내의 미술관에서 소장하게 해 주세요” 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5월 29일 현재 804명 동의를 얻었다. 경인일보 5월 5일자, 인천일보 5월 6일자 기사는 해당 청원을 거론하며 이건희 컬렉션을 인천 혹은 인천 뮤지엄파크, 인천시립미술관에.. 2021. 5. 30.
기억의 지층을 드러내기 : 인천아트아카이브 우연히 태어나 자리 잡게 된 혹은 여러 이유로 이주하여 온 이 곳. 납작하게 눌린 평면도의 희미한 선으로 구분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가 나고 자란 장소는 개인이 설정한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의 감각 주위를 빙 두른다. 그 시절의 공기를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자유공원에서 아카시아꽃을 따고, 때로는 이젤과 물감을 싸들고 풀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예술로 분위기가 무르익는 신포동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미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특정 지역으로 한정짓는 수식어가 ‘예술가’라는 명사 앞에 붙는다면 그 범위를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 곳에서 나고 자란, 학창 혹은 대학시절을 해당 지역에서 보낸, 과거에 거주했던 또는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미술 현장에 꾸.. 2021. 5. 30.
스페이스 빔,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안녕하세요, 민운기 대표님. 현재 임시공간은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인천에서 있었던 미술 관련된 사건이나 역사로 연표를 만들고자 준비 중입니다. 특히 인천의 전시공간에 초점을 맞춰 연구 중인데요. 그 중 ‘스페이스 빔’이 20세기에 전시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Q. 1995년 ‘지역미술연구모임’으로 시작하고 이후 2002년 남동구 구월동에서 스페이스 빔을 개관하고, 이후 2007년 9월부터 동구 배다리에서 스페이스 빔 재개관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시’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에 걸쳐서 종합문화예술회관 전관을 빌려.. 2021. 5. 30.